< FINAL 이어집니다. >
눈뜨는 것은, 언제나 두렵다.
마코토가 이미 옆에 없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또 아침에도 있어주었다.
유이치 = ............
내가 일어나도라도, 마코토는 전혀 눈을 뜰 기색없이, 작게 호흡을
계속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눈을 떼고있으면 점심까지라도 자버리는 일이 많았다.
지쳐있는 것이겠지.
그대로 자게하고는, 나는 방을 나섰다.
그날의 방과후.
유이치 = 여어.
나는 밝게 보이려 노력하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이젠 더 이상, 나와 관계하고싶지않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 이야기하고싶다.
화제는 무엇이라도 좋다.
단지, 그 등에 짊어지고있는 것을, 암묵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면
좋다.
그것만으로, 나는 진정된다. 자신을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마노 = 네.
아마노는 이제까지처럼, 감정이 드러나지않는 대답을 해왔다.
유이치 = 지금 돌아가는거야?
아마노 = 네.
유이치, 그럼, 같이 돌아갈까.
아마노 = 하지만, 집으로 가는 방향이 전혀 틀려요.
유이치 = 괜찮아, 교문까지만이라도. 싫어?
아마노 = 아뇨. 그러면 교문까지.
나와 아마노는 몇마디의 이야기를 하면서, 복도를 걸어간다.
신발장까지 오자 한번헤어졌다가, 다시 승강구를 빠져나가는 곳에서 만난다.
아마노 = 이제, 얼마안남았네요.
교문까지의 거리를 눈으로 재보고는, 아마노가 말했다.
유이치 = 그렇네.
아마노 = ...........
두사람의 발이 교문을 넘어섰다.
아마노 = 그러면..
아마노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작별인사를 했다.
유이치 = 으응, 다음에 보자구.
아마노 = 네.
두사람은 그 장소에서 헤어져서, 등을 돌렸다.
유이치 = .............
저말야, 아마노!
하지만 나는 다시 발꿈치를 돌렸다.
유이치 = 그녀석과 만나주지않겠어?
아마노 = ...........
등을 돌린채의 아마노는 묵묵히 있는 채였다.
또 나는 그녀에게 괴로운 생각을 하게하고있는 것일까.
하지만, 아마노에게 만나게해주고싶다.
지금, 모든것을 이해하며, 그녀석과 만나주는 사람은,
나이외에는 아마노밖에 없었다.
뭔가 말을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녀석을 조금이라도 안심시켜주었으면 좋겠다.
제멋대로인 내 말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아마노 = ............
....네.
아마노는 그렇게 대답했다.
아마노 = ............
마코토 = .......?
서로 마주보고선, 마코토와 아마노.
둘다 무표정이었다.
마코토는 사실 아무것도 생각하고있지않겠지.
하지만 아마노는 그 가슴속에서 어떤 생각을 지금 하고있는 것일까.
아마노 = 처음뵙겠습니다. 아마노라고 합니다.
아마노는 인사부터 시작했다.
마코토 = ...........
그리고, 마코토의 인사를 기다렸다.
나에게는 아마노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나자신에 대해 넌지시 보여주는 듯한, 그런느낌이 들었다.
마코토는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할 수 없다.
그것을 그녀는 마코토의 상태를 한눈에 보고서 이해할 수 있을 터였다.
아마노 = 자, 이름은?
마코토 = 아우...
무엇을 묻고있는지도 모르는 거겠지.
마코토는 웅얼거리면서, 단지 아마노의 얼굴을 거듭 볼 뿐이었다.
아마노 = 이름은?
아마노는 질문을 반복했다.
말투는 부드러웠고,
초조해하는 반응을 보이는 마코토를 앞에하고서도, 시종 온화한채 였다.
그리고 그것은, 상대를 하나부터 열까지 이해하고있는 사람의 상냥함이었다.
결코 자학적이 되어있지도않고, 마코토에대해 가혹하게 대하고있을리도 없다.
말한다면, 지켜보아주는 사람, 어머니의 상냥함이었다.
그 것을 깨달았을때, 나의 아마노에대한 의심은 사라져있었다.
역시 아마노라서 다행이었다.
나일지라도, 지금의 아마노같은 마음은 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큰 아픔을 받아들이고 새로 생겨난 강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아마노의 모습을 볼수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아마노는 반드시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마코토도 첫 대면인데도 불구하고, 도망치거나 하지않는다.
계속 아마노의 물음을 이해하려고 힘쓰고있는 듯이 보였다.
아마노 = 이름은?
마코토 = 아, 아으...;
마코토의 얼굴이 열이라도 나는듯이, 빨갛게달아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마코토나름대로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아마노 = 이리와.
아마노가 양팔을 벌리고있었다.
마코토 = ...........
조금 망설이다가, 그 팔안으로 마코토가 타박타박 걸어간다.
아마노 = ............
아마노는 그 작은 몸을 안고서, 그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있었다.
아마노 = 이렇게해주면, 진정되어요.
내쪽도 돌아보지않고, 아마노는 작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마코토 = ...........
마코토는 안심하고는, 그 소녀에게 몸을 맡기고있었다.
아마노 = 이름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아마노는 그렇게 반복했다.
마코토 = 아우으...
아마노 = 자, 힘내봐.
이름은?
마코토 = 우~으...
나오지않는다.
아마노 = 이름은?
끈기있게, 아마노는 질문을 되풀이한다. 어조는 계속 온화한 상태였다.
아마노 = 자, 이름은?
마코토 = 아으......마....
아마노 = 마?
끄덕하고, 마코토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노 = '마'의 다음은?
마코토 = 코...
아마노 = 마코? '마코'로 된거야?
휙휙하고 고래를 가로젓는다.
아마노 = 마코....의 다음은?
마코토 = 아으....
아마노 = 자, 조금만 더.
마코토 = ...........
마코토 = ....토
아마노 = 토? 마코토? 마코토로 다 된거야?
마코토 = 마코토, 아으. 마코토~ㅅ♪
크게 끄덕인다. 겨우 인사가 끝났던 것이다.
아마노 = 좋은 이름이네, 마코토.
마코토 = 아으~~ㅅ~♬
기쁜듯이, 마코토는 손을 척~ 치켜들어보이고있었다.
말을 할 수 없는 본인 대신,
그 손목에 달려있는 방울이 딸랑딸랑하고 노래하듯이 울렸다.
아마노는 상이라도 주는듯이, 그 마코토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고있었다.
온화한 미소를 띄우면서.
그런 두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영향을 받아서 웃고있었다.
정말 다행이다. 두사람을 만나게해서.
일시적이라고해도, 마코토는 자신의 이름까지 기억해보였던것이다.
그런일은 나로서는 할 수 없었겠지.
반드시 아마노는 마코토의 좋은 친구로 있어주겠지.
오늘부터, 계속 이제부터라도.
다행이다.
저녁식사후, 식탁의 정리를 도운뒤에, 방에 돌아오자, 한발앞서
마코토가
바닥을 점령하고있었다.
딸랑딸랑...
정신이 팔려서 팔에 매달려있는 방울을 다른 한쪽손으로 튕기고있었다.
유이치 = 야, 마코토, 모두같이 텔레비젼보자.
마코토 = ...........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 안들렸는지, 방울을 울리는것에 정신팔려있다.
유이치 = 밑에서 모두 기다린다구.
세계의 악기인가
하는 방송이라구. 악기가 많이 나온다니까.
방울이 가득 달린
악기도 나올지도 몰라. 흥미없어?
곁에까지 다가가서, 그렇게 설명했지만, 마코토에게 흥미를 보이는 눈치는 없었다.
유이치 = 그래, 흥미없는건가.
어떨수없이, 그 곁에 나는 자리를 잡는다.
딸랑딸랑...
나도 그 소리를 그냥 멍하니 듣고있었다.
눈을 감자, 곁에 있는지, 누구인지 알수 없게되어온다.
손을 뻗어서 닿은 몸은, 틀림없는 사람의 온기를 가진 것이었다.
유이치 = 저말야, 마코토.
마코토 = ..........
마코토는, 이미 대답도 하지않았다.
그냥 내 곁에 있으며 몸을 옆에 가까이하고있을 뿐이었다.
유이치 = 책, 읽어줄까?
마코토 = ...........
자신이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고있겠지.
단지 손목의 방울을 딸랑딸랑하고 울리며 놀고있을 뿐이었다.
어제부터 틈만 있으면, 그렇게하고있다.
그것만으로 만족하고있는 마코토를 보고있는 것은 너무나 괴로웠다.
유이치 = 좀더 좋은 것으로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말야.
이미, 다른것을 사주더라도, 그 의미도 모르겠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선물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유이치 = 응? 마코토. 뭔가 하고싶은 일 없어?
마코토 = ...........
딸랑딸랑하고, 방울을 울리는것에 몰두해있었다.
그것을 하고있으면, 다른것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않는 듯하다.
유이치 = 자, 그런것하지말고..
하고싶었던 것, 많이
있었잖아?
오늘하루라면, 뭐든지
해줄께. 학교를 쉬어버렸으니까말야.
마코토 = ...........
딸랑딸랑.
유이치 = 눈도 그쳤고, 놀러나갈까?
어디에 가고싶어?
유원지라던가, 동물원이라던가, 수족관, 뭐든지 좋아.
마코토 = ............
유이치 = 야, 마코토...대답해줘...
둘이서 놀자...
그것은 나 자신의 소원이기도 했다.
마코토 = .............
...아으...
마코토가 입을 열고는, 이쪽을 보았다.
유이치 = 어, 왜그래?
뭐야, 말해봐.
마코토 = ............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고있을 뿐이었다.
이미 마코토의 입에서는, 사람의 말은 나오지않는다.
마코토 = ............
단지, 볼을 가까이대고는, 나에게 체중을 맡길 뿐이었다.
유이치 = 그랬구나.
마코토는 나하고
같이있을수 있다면, 그걸로 좋은거구나.
그것뿐이었구나.
마코토 = ..............
마코토의 몸을 안고있자, 안심하고는, 마코토는 몸의 힘을 뺐다.
1월 최후의 날.
그날도, 마코토는 내 곁에있었다.
오늘이 끝나면, 달이 바뀌고, 봄도 한걸음 다가온다.
하지만, 아직은 멀다.
아직 따뜻한 봄은 멀다.
빨리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코토가 좋아하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되면...
또 마코토는 건강해질테니까.
다음날 아침.
마코토가 다시, 열이 났다.
그것이 무슨 이야기인지, 가슴아플정도로 알고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속을 태우고있을 뿐이었다.
아마노가 말했다.
한번더 그런일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라고.
그렇다면 그것은 틀림없는 일이겠지.
아마노의 말이 틀렸던 적은 없었다.
게다가, 만약 아마노의 말이 없었더라도, 나는 깨닫고있었겠지.
다음 마코토가 잠이 들었을때. 그것이 마코토의 소원이 흩어지는
때.
그때를.
나는 누구보다도 오래 마코토와 같이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오늘이라고하는 날의 마코토가 잠들기 전까지의 짧은 동안...
그것이 마코토와 같이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었던 것이다.
마코토는 내 침대에 누워있다.
그 눈이 게슴츠레하게 떠지며, 이쪽을 향하고있었다.
당장에라도 잠들어버릴듯했다.
유이치 = 괜찮아? 마코토.
마코토 = ............
그냥 빤히, 내 얼굴만을 보고있다.
유이치 = 뭔가...하고싶은일 있어?
마코토 = ............
유이치 = 책은?
마코토 = ............
유이치 = 좋아, 책을 읽자구.
마코토 = 아으....
기뻤던걸까, 표정은 변하지않았지만, 나지막하게 소리를 냈다.
나는 마코토의 방에 가서, 흩어져있던 만화책의 산을 뒤진다.
한번도 보지않은 책은 없는 듯 했다.
그러나, 지금의 마코토를 생각하면, 저녀석이 제일 좋아했던 책을 반복해서
읽어주는 것이 좋겠지.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하더라도, 그 분위기정도는 떠올릴 지도 모른다.
나는 마코토가 좋아했던 한권을 들고서 방으로 돌아온다.
유이치 = 야, 마코토~
마코토 = ............
유이치 = 마코토?
마코토 = ...........
감았던 눈을 뜨고는, 내 얼굴을 본다.
유이치 = 바보야, 자고있지말라구. 이제부터 내가 책을 읽어줄테니까말야.
마코토 = ............
나는 침대가에 웅크리고서, 책을 허벅지에 펼쳐놓고, 마코토에게도 보이도록한다.
유이치 = 네가 제일 좋아했던 책이야.
마코토 = .............
유이치 = 좋아, 읽을께, 시작한다~시작한다~
"사랑은 언제나
갑자기다."
몇번이고 반복했던, 그 문장에서 나는 낭독을 시작했다.
............
..........
......
유이치 = ..."알았어. 절대로 만나러 올께"
"그때에는
둘이서 하나가 되자. 결혼하자."
마코토 = ...........
...결혼 하고싶어.
...그러면, 계속 같이 있을수 있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마코토가 사람의 말로 남긴, 마지막 바라던 일이었다.
유이치 = 결혼할까? 마코토.
책읽기를 그만두고, 그렇게 물었다.
마코토 = ...........
아으...
졸린듯한 눈이, 내쪽을 향한다.
유이치 = 응? 마코토.
내가 손가락을 내밀자, 마코토가 그것을 작은 왼손으로 쥐었다.
유이치 = 그래?, 좋아.
나는 그것을 대답이라고 받아들였다.
유이치 = 그러면, 나가자.
계속, 같이 있을
수 있게 말이야.
마코토 = ............
내가 일어서자, 마코토는 불안한듯이, 표정이 조금 흐려졌다.
유이치 = 괜찮아. 손, 잡고있을테니까.
마코토의 손을 잡고, 일으켜세운다.
열이나고있는 마코토에게는 괴로웠겠지만,
지금 그렇게 하지않으면, 영영 후회하게된다.
이곳에서 자게하더라도, 다가오는 결과는 같은것이었다.
그러면, 하나라도 많은, 소원을 이루어주고싶었다.
마코토의 옷을 갈아입힌다.
아무리해도, 잠옷을 벗는 것을 싫어했다. 옷깃을 꽉 잡고는 놓지않는다.
유이치 = (결국, 이것도 마음에 들어하고있었구나...)
어쩔수 없이, 그 위에 평소대로의 터틀 넥의 스웨터를 입혀주었다.
둘이서 지내고있던, 방을 뒤로한다.
그리고 나란히 계단을 내려온다. 마코토가 둘러떨어지지않도록, 그 체중을
지탱해주면서.
유이치 = 너는, 여기서 잘 굴러떨어지니까말야.
마코토 = 아으....
이젠, 마코토가 이 집에 돌아오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아키코 = 어머, 나가는거에요?
빨래를 안고있던 아키코상과, 복도에서 만난다.
유이치 = 예에. 마코토와 둘이서.
아키코 = 학교를 빼먹고, 불량스럽네요.
유이치 = 그렇네요.
내가 머리를 긁자, 아키코상은 농담이에요, 라고 말하곤 웃었다.
아키코상은, 쭉 좋은 이해자였다. 앞으로도 확실히.
아키코 = 그럼, 맛있는 저녁식사를 만들어서 기다리고있을께요.
마코토의 머리에 손을 얹고 아키코상이 말했다.
마코토가 빤히, 그 얼굴을 쳐다본다.
마코토 = .............
입이 자그맣게 움직였다.
소리나지않아서, 무엇을 말했는지 알수 없었다.
정면에서 입의 움직임을 보고있던 아키코상은,
혹시나,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도 모른다.
목이 메어서, 갑자기 뒤를 향했다.
아키코 = 다녀오세요.
그것만이 입을 누르고있는 손 밑에서 새어나왔다.
유이치 =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마코토의 손을 끌고는, 그 장소를 뒤로했다.
아마노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나에게는 결심이 섰기때문에, 그녀에게 의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녀역시,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내쪽은 아니었을 것이다.
유이치 = 땡땡이야? 서로 품행이 불량한걸.
나는 농담을 했다.
아마노 = 이 기회를 못보고 지나치는쪽이 사람으로서는 됨됨이가 나쁜거겠죠.
역시.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다. 아마노는.
유이치 = 언덕에 갈 생각이야. 지금부터.
아마노 = 그러세요? 좋다고 생각해요. 그애가 태어난 고향이니까요.
유이치 = 하지만 그 전에 학교에 가지않으면 안돼.
또 한사람, 인사시키고싶은
녀석이 있어.
아마노 = 네.
유이치 = 같이 와주는거지?
아마노 = 원래부터 학교에는 돌아가려고하고있었고...
유이치 = 잘됐어.
아마노 = 그리고 친구니까요.
말하고는, 부드러운 눈으로 마코토를 향한다.
유이치 = 으응, 그랬었지. 당연했구나.
아마노를 데리고, 우리들은 걷기 시작했다.
아마노 = 하지만, 학교로 간다면, 일부러 마중나온 저는 뭐가되는거죠?
유이치 = 정말 그러네.
아마노 나름대로의 조심스러운 농담이,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웃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지금의 우리들에게는 딱 맞았다.
하늘을 덮은 구름.
시간조차 얼어붙게할 것 같은 공기.
슬픈일과 즐거운일의 경계조차 희미하게 하는 이 날씨에는
웃지않을정도의 농담이 딱 좋은 분위기를 제공해준다.
웃어버리면, 그것은 아주 슬프고,
울어버리면, 그것은 아주 우스꽝스럽기때문이다.
마코토도 열이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표정은 평온했다.
그렇다.
친구와 같이 있으니까, 어두운 얼굴을 하고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마노 = 그러면, 여기서.
아마노는 앞뜰까지 온 쯤에서, 우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유이치 = 으응. 아까 말했던 녀석에게 얘기좀 전해줘.
아마노 = 네.
용건은 다 말해두었다.
아마노 = 마코토.
아마노가 마코토 앞에 서서, 그 머리에 손을 댄다.
아마노 = 또 언젠가, 같이 놀자?
마코토 = 아으...
손이 떨어졌다.
아마노 = 안녕.
그렇게 말하고, 아마노는 뒤돌아보는 일 없이, 승강구쪽으로 사라져갔다.
그녀다운 이별이었다.
나유키 = 어라, 어떻게 된거야?
이윽고, 찾아온 나유키는 우리들을 보고서, 놀란듯이 말했다.
아마노가 불러주었던 것이다.
유이치 = 아니, 아무것도 아냐. 놀러온거야, 둘이서.
나유키 = 학교를 쉬면서? 어처구니가없네;
유이치 = 아니,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던거야, 너에게.
나는 그렇게 정정했다.
나유키 = 감사? 그런말을 들을 정도의 기억은 없는데?
마코토가 내 옷 소매를 잡아당기고있었다.
그것은 마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아, 라고 말하고있는 것 같은 몸짓이었다.
유이치 = 아니, 역시 놀러온거야.
다시한번 정정했다.
나유키 = 그래? 쉬는 시간이니까, 그렇게 시간은 없지만, 뭘할까?
나유키는 마코토에게 말을 걸고있었다.
점심시간도 마칠때까지, 이미 남은시간은 10분정도였다.
그런 중에, 두사람은 눈싸움을 시작한다.
나는 혼자 거리를 두고, 돌계단에 앉아서 그 것을 바라본다.
눈사람을 만들고있는 듯 했다.
잘 할 수 있을까.
두사람모두 서투른듯 했다.
나유키 = 그럼, 바이바이~♪
벨소리가 울렸고, 우리들은 헤어지게 되었다.
마코토의 가슴에는 만들던 눈사람이 안겨있다.
유이치 = 으응, 고마워.
마코토대신에, 감사의 인사를 했다. 결국 말하지않을 수 없었다.
나유키 = 응.
한번 끄덕이고는, 웃는 얼굴인 채인 나유키는 학교쪽으로 돌아갔다.
마코토는 계속 그 방향을 바라보고있었다.
유이치 = 그럼, 갈까.
나는 그렇게 재촉했다.
할일은 끝났던 것이다.
올해들어서 세번째의 길.
젖은 낙엽에 발을 잡혀서, 평소에 마코토가 미끄러져 넘어지던
길이다.
유이치 = 자, 발밑을 보고, 조심해서 걸어.
마코토 = ...........
최선을 다해서 마코토는 발을 내디뎌간다.
그래도, 발을 미끄러뜨렸지만,
내가 확실히 어깨를 잡고 지탱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았다.
내가 곁에 있어서, 마코토는 더이상 넘어지지 않았다.
유이치 = 추운걸...
언덕은 겉에 안개에 덮여있었다.
토해낸 숨결 조차도, 그것에 섞여서 보이지않는다.
나와 마코토는 한동안 묵묵히, 바람을 맞고있었다.
그냥 손의 온도에서 전해지는 서로의 존재를 느끼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자, 인공물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세상이 바뀐다.
서로만을 믿을수있는, 그런 세계였다.
마코토 = 아으...
소리가 나면서, 웃도리가 잡아당겨졌다.
유이치 = 왜그래?
시선을 현실로 돌리자, 마코토가, 내 가슴에 안겨있는 믈건을 보고있었다.
유이치 = 아차, 그랬지. 미안미안.
그것은 고기만두가 들어있는 봉지였다.
넘으면서 걸으면, 마코토가 그것에만 신경을써서 위험할테니까. 미뤄뒀던것이다.
유이치 = 먹고싶은 만큼 먹어.
벌어진 입에, 한개를 밀어넣어준다.
지금까지 소중히 안고있던 눈사람까지 옆에 내려두고는,
마코토는 정신없이 먹기시작했다.
많이 사두었으니까, 아무리 먹어도 없어지지않겠지.
나도 그중 하나에 손을 뻗었다.
싸늘해져버린 고기만두를 몇개 남기고, 우리들은 대지에 몸을
눕히고있었다.
어느사이에 해는 저물어, 그 대지와 함께 우리들도 붉게 물들었다.
옆을 보자, 마코토가 자는듯이, 눈을 흐리멍텅하게 하고있었다.
유이치 = ............
마코토 = ............
유이치 = ...슬슬 시작할까?
마코토 = .............
유이치 = 야, 마코토. 깨어있는거야?
마코토 = .............
유이치 = 으럇~
내 가슴에 있던 마코토의 볼을 엄지손가락으로 눌러본다.
마코토 = .......?
겨우 정신차리며, 마코토가 내 얼굴을 본다.
유이치 = 시작한다구.
마코토 = ............
바로 앞의 마코토의 얼굴을 향해서 속삭인다.
유이치 = 우리들의 결혼식이야.
웨딩드레스 식 따위, 방법이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손이 갈 만한 가치는 없었다.
그래서, 내가 마코토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머리에 쓰는 베일뿐이었다.
마코토는 그것이 뭔지 모르고있는 눈치였지만, 내가 머리에 씌워주자,
바람에
날려갈 것 같자, 손으로 눌렀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참석자는, 나유키가 만들어준 눈사람뿐.
나유키에게 보여지는듯해서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녀석은 녹아가고있어서, 자기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인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그런 척을하며 축복해주고있겠지.
그녀석 다웠다.
그리고 나는 겨울바람을 향해 서서, 영원의 축사를 읊조린다.
마코토는 콧노래라도 듣는듯이,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이것으로 마코토의 소원은 성취되었다고 믿었다.
처음으로 나에게 미움을 안고 나타난 마코토.
그것은 내가 한순간의 사람의 따스함을 전해주었기 때문이었겠지.
아무것도 몰랐던, 순진무구했던 그 때에.
그리고 마코토는 돌아왔다. 또 한번, 사람의 따스함속에 있기를 소망하면서.
아이들처럼 떠들어대고, 모두를 곤란하게 해서...마코토는 행복했던 걸까.
그렇지만, 가족으로 같이 있어서, 마코토는 행복했던 걸까.
싫어하는 나같은 녀석과 언제나 같이 있어서, 마코토는 행복했던 걸까.
모든것은, 보답되어진 걸까.
그렇지만, 사실은 모두 아주 좋아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행복할것이다.
겉으로는 서로 으르렁대고있었어도,
나도 너를 아주 좋아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행복할것이다.
하지만, 너는 언제나 말썽꾸러기였으니까...
조금 걱정이야, 나는.
유이치 = 마코토.
나는 작은 몸을 끌어당겨서, 안았다.
유이치 = 계속, 같이 있는거야.
휭하고 바람이 불어와,
하얀 베일이 마코토의 손에서 떨어져, 먼 하늘에서 춤추었다.
마코토 = 아...
마코토가 작은 소리를 내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미 닿지않는다.
마코토 = 아...아우으....
그리고 울었다.
주르르 눈물을 흘리며, 아이처럼 흑흑 흐느꼈다.
유이치 = 아~아...자, 울지마, 마코토.
베일 같은것, 아무래도
좋으니까...
오늘은 기념일이니까말야.
경사스런 날이라구.
오늘부터 우리들은,
진짜 가족이 된거라구.
마코토 = 아으~~ㅅ...우윽...
그래도, 눈물은 멈추지않는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유이치 = 어쩔수 없는 녀석이구나, 너는...
자, 이리와, 머리
쓰다듬어 줄테니까.
마코토 = 아으읏...우으윽....
지면에 앉아서는, 뒤에서 안아준다.
유이치 = 자, 이걸로 놀자, 마코토.
마코토 = 우~~ㅅ...
언제까지나 울음을 그치지않는 마코토를 달래기위해서,
나는 그 손목에 달린 방울을 손끝으로 흔들었다.
유이치 = 딸랑딸랑~, 하잖아?
딸랑딸랑.
시원스런 소리가 났다.
마코토 = 아우~으...
그것에 시선을 떨어뜨리는 마코토.
볼의 떨림이 멎었다.
유이치 = 자, 마코토도, 딸랑딸랑~ 해봐.
너, 이렇게 노는
것 좋아했잖아.
마코토 = 아으...
손끝을 고양이처럼 말아서는, 그 방울을 튕긴다.
딸랑딸랑.
마코토 = 아으~~ㅅ...
한번 울리게하자, 그것이 멈추지않도록, 몇번이고 몇번이고 계속 튕겼다.
딸랑딸랑...딸랑딸랑...
열심인 얼굴을 하고, 마코토가 그것에 열중한다.
...딸랑딸랑...딸랑딸랑...
딸랑딸랑...딸랑딸랑...
딸랑......딸랑...
마코토 = ........
마치, 그것을 자장가 대신으로 하듯이, 마코토의 눈이 감겨져간다.
유이치 = 마코토...?
딸랑..............딸랑...
방울의 울리는 간격이 벌어져간다.
유이치 = 어~이, 마코토...
마코토 = 아으읏...
마코토가 대답을 하고, 다시 한번 눈을 떴다.
그리고 다시, 방울을 열심히 튕긴다.
딸랑딸랑...딸랑딸랑...
...딸랑딸랑...딸랑딸랑...
딸랑딸랑...딸랑딸랑...
...딸랑..........딸랑..........
......딸랑...............딸랑........
..................딸랑...........
방울소리가 끊어져간다.
............
유이치 = 어~이, 마코토...
마코토 = ...........
유이치 = 자지마, 마코토...
꾸욱꾸욱,하고 볼을 손가락으로 눌러본다.
마코토 = 아으....
유이치 = 자, 방울가지고 놀자구.
손목을 흔들어준다.
딸랑딸랑.
유이치 = 재미있다구, 마코토.
그것을 보고는, 마코토도 한쪽 손가락끝으로, 그 방울을 약하게 튕긴다.
딸랑...
유이치 = 그래그래. 이제는 내 차례네.
나도 그 방울을 손가락으로 울린다.
딸랑..
시원한 소리가 난다.
유이치 = 계속 이렇게 하고 놀자구.
응? 마코토.
다음은, 마코토 차례야.
...........
유이치 = 마코토.....?
..........
유이치 = 자, 네 차례라니까. 듣고있는 거야?
...........
유이치 = 딸랑딸랑하고, 튕기는거야.
..........
유이치 = 왜그러는거야, 마코토...
..........
유이치 = 마코토.......
..........
유이치 = 마코토오...
..........
......
...
툭, 하고 그 팔이 내 손에서 지면으로 떨어져서...
딸랑...
마지막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