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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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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자명종의 시계침을 보자, 기상시간까지에는 아직 조금 여유가 있었다.
옆으로 몸을 돌려서 자고있는 마코토를 깨우지 않도록하며, 나는
한발먼저
빠져나오기로 했다.
1층에 내려오자, 아키코상이 식사준비에 열심이었다.
아키코 = 빠르네요. 조금있다가, 모두를 깨워주도록해요?
유이치 = 네에~
그런소리 듣지않더라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깨우려고, 내 방에 돌아오자, 그곳에서 한동안 마코토의
자는얼굴을
바라보고있었다.
어딘가 손이 닿지않는 가슴속을 간질이는 듯한...
그리고 동시에, 깊은 곳에 만들어졌던 웅덩이같은 것이 흔들리는 듯한,
이상한 감각이 뒤섞여있었다. 단순히, 그 감각이 왜 있는걸까를 확인해보듯이,
시간을 잊고서 마코토의 자는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마코토의 모습이 다른 형상과 겹쳐보이자, 나는 눈을 감고서 그 장소를 떠났다.
마코토를 깨우지도 않고서.
유이치 = 마코토~ㅅ, 먼저 갈께~!
마코토 = 우와앗~, 기다렷~!
쿵쾅쿵쾅하고 당황하며, 옷갈아입기를 마친 마코토가 계단을 내려온다.
유이치 = 야, 빨리해. 내버려두고가버린다~.
마코토 = 하지만, 오늘아침은 자명종이 울리지않았었다구...;
그것은 내가 눌러놓고, 방을 나왔기 때문이었다.
유이치 = 울렸는데, 네가 자기도모르게 누른거겠지.
마코토 = 그럴까....이상한걸...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신발을 신기 시작한다.
유이치 = 그런것, 저쪽까지 간다음에 신엇~!
마코토 = 그런짓 하면, 양말이 새까맣게 되버린다구;
유이치 = 다녀오겠습니다~!
평소대로, 서둘러서, 집을 나온다.
마코토 = 시간, 괜찮아?
유이치 = 뭐, 이정도라면 뛰어가지않아도 좋겠지만. 네 쪽은?
마코토 = 응, 괜찮아.
어제 내려서 쌓인 눈이 아직남아있는 길을 우리들은 걸어간다.
마코토 = .............
마코토는, 그 눈위를 일부러 밟으며 걸어가고있다.
유이치 = 위험하다구.
미끌.
충고는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추지못했고,
마코토의 몸이 얼굴부터 세차게 지면에 부딛혀지고있었다.
유이치 = 말하자마자 이꼴이라니까, 너는.
마코토 = 아...아우우...;
유이치 = 괜찮아?
일어난 마코토가 얼굴에 묻은 흙을 닦는다.
나도 도와서, 옷에 묻은것을 털어내준다.
마코토 = 응, 괜찮아...
유이치 = 하지만, 내 시간은 괜찮지않게 되어버렸는데.
마코토 = 에? 시간에 못맞출것 같아?
유이치 = 서두른다면 괜찮겠지만말야.
마코토 = 그러면, 서두르자.
유이치 = *또 네가 넘어져버릴테니까. 너와 헤어진다면 서두를께.
마코토 = 괜찮아...?
유이치 = 괜찮아.
마코토 = 아으.....미안해;
얼굴을 붉힌채로, 그말만하고는 걸어간다.
유이치 = ..........
마코토 = 오늘...가는거지?
유이치 = 으응. 그럴 생각이야.
마코토 = ............
마지막 골목에서 그 대화를 나눈뒤에, 마코토는 혼자서 발을 돌렸다.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그 아이와 마주쳤다.
나는 일부러 눈치채지못한 체했다.
그녀가 말을 걸어오는 일은 없었다.
확실히, 지금 우리들에게, 말할 화제같은것은 없었다.
동결되어있는 화제를 빼면.
...........
.......
....
방과후
마코토 = 유이치, 왔네.
언제나처럼 마코토가 교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코토 = 엄청 추웠어~;
유이치 = 미안미안.
말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낮은 구름이 깔려있었다.
유이치 = 올 것같은데...
마코토 = 응, 그렇네.
유이치 = 하지만, 가야겠지...
마코토 = 응...
유이치 = 돌아오는 길에 고기만두 사줄께.
마코토 = 우읏...
....배고프니까,
먼저 사줘.
유이치 = .......
가는길 순서를 떠올린다. 가는길에 편의점 한두개는 있었겠지.
유이치 = OK. 둘이서 먹으면서 갈까.
마코토 = 응
두사람이서 어깨를 나란히하고, 나무들에 둘어쌓인 오솔길을 올라간다.
변함없이, 젖어있는 듯한 낙엽이 지면을 뒤덮고있어서, 발밑을 불안정하게 했다.
쿠당!
대단한 소리가 들려서 뒤돌아보면, 아니나다를까 마코토가 엎어져 쓰러져있었다.
유이치 = 너, 정말 잘넘어지는구나...
마코토 = 아...아으읏...;
어쨌던간 먹던 고기만두만은 사수한 듯 했다.
일어서더니, 옷의 얼굴을 닦아내기도 전에 그것을 우물우물하고 입을 채운다.
유이치 = 야, 이리와~
대신 내가 팡팡하고 겉옷에 묻은것을 닦아내주었다.
하루에 두번이나 넘어지고, 역시나 얼룩이 심해져서 찌든때가 되어있었다.
유이치 = 돌아가면, 바로 세탁해달라고 하라구.
마코토 = 응...
유이치 = 좋아, 일단은 이렇게 하면 되겠지.
마코토에게서 손을떼고, 일어선다.
마코토 = 저말야...
유이치 = 응?
마코토 = 옷, 붙잡고 걸어도 괜찮아? 넘어지지않도록...
유이치 = 으응.
마코토가 단단하게 내 웃옷소매를 쥔다. 그것을 확인하고서는, 다시 걸어간다.
눈앞이 탁 트여지는 그곳은 수일전에 들렸던 장소였었다.
두번째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눈에 익어버릴 광경이었을까...
아니야, 틀리다.
마코토와 나의, 접점은 있었던거다.
마코토 = 역시...
집같은 것은 보이지않는데...이곳에
오랫동안 살았던 것같은 느낌이 들어.
마코토가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유이치 = 그래?...이상한 얘기인걸...
마코토 = 앗....!
갑자기 마코토가 뛰어갔다.
유이치 = 야, 마코토!
나는 그 뒤를 쫓는다.
수풀속을 헤치고들어가서는,
덩그라니 비어있는 작은 공간을 앞에두고서 마코토는 멈춰섰다.
마코토 = ...........
유이치 = 야, 왜그러는거야...
마코토 = ...........
마코토는 얼굴을 긴장시키고는, 빤히 지면에 눈을 내리뜨고있었다.
그 눈은 이 장소를 보고있지 않았다.
멀리, 수년전에 이곳에 올라왔던 풍경을 보고있었다.
왜 내가 이 마코토의 상태를 보고서, 그런 느낌이 드는걸까.
그것은 나 자신이 아마노의 말에서 촉발된 듯 어느 과거의 기억과 대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마코토와 만난적이 있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렇게 말하는 예감에 지나지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여버린 자신을 정상적사고로는 의심하지않으면 안되었기에,
그것을 계속 부정해왔을 뿐이었다.
그것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아마노의 말을 제지한 이유이기도하다.
그래사 나는 마음속에 깊은웅덩이를 만들어서, 그곳에 그 터무니없는
망상을
집어넣어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것은 망상같은것이 아니라, 현실감을 띄고서 고개를 들고있었다.
마코토 = ............
마코토의 눈에서 눈물이 넘쳐흐르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당황하게된다.
그곳은 그날의 작별의 장소였기때문이었다.
뛰어가게 하려고 하는 것에도 관계없이,
그녀석은 내 앞에 뎅그러니 앉아있는 채로 가려고하지않았다.
그래서 내가 떠났다.
뒤돌아보자, 무표정한 짐승의 눈이 언제까지나 내쪽을 빤히 바라보고있었던거다.
마코토 = 저말야...
마코토가 조그맣게 입을 열었다.
마코토 = ............
뭔가를 말하고싶어서, 말끝을 흐리는 눈치였다.
유이치 = (기억이...돌아온건가...?)
그것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녀석의 기억은...
유이치 = 마코토...
빡!!
마코토에게 향하고있던 얼굴이 그대로 있는힘껏 얻어맞고있었다.
유이치 = 무슨 짓을 하는거야, 갑자기!
마코토 = 왠지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화가났었어.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너그럽게 봐줘.
유이치 = 이유도 없이 때리다니, 너그럽게 볼수 있냐!
마코토 = ...하지만 여기서도 아주 싫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유이치 = ..............
그렇게 말을 듣자, 나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만약 이런 환상적인 이야기가 정말이라고 하면,
역시 그 동기는 내가 만든 것일테니까.
마코토 = 춥네...
하아~~ㅅ하고 마코토가 하얀 입김을 내뿜는다.
유이치 = 그렇네.
마코토 = 아, 눈...
올려다보니, 팔랑팔랑하는 하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유이치 = .............
진짜 내리기전에, 돌아갈까.
마코토 = ....응.
확실히 우리들은 만났었던 것이었다.
마코토 = 유이치~~~ㅅ, 유이치~~ㅅ!!
탕탕탕탕탕!
유이치 = 왜그래?
내가 그렇게 답하자, 철컥하고 문이 열리면서, 마코토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유이치 = 두드리던가, 부르던가, 어느한쪽을 하라고. 시끄럽잖아?
마코토 = 갑자기 열면 잔소리를 하고. 하라는대로 해도
잔소리를 하고.
너무 제멋대로야.
유이치 = 어째서 너에게는 중간이 없는거야, 극에서 극으로 날아다니지 말라구.
마코토 = 있잖아있잖아, 그런것 보다도말야, 새로운 만화, 사가지고왔어~♪
스윽하고 방안으로 밀고들어와서는, 가지고있던 만화를 자랑스레 내보인다.
유이치 = 그게 어떻게 됐는데. 그런것 하나하나 알리러 오지마.
마코토 = 그런데말야, 어려운 글자가 많아...
팔랑팔랑~하고 눈앞에서 그것을 넘겨보인다.
유이치 = 네가 바보인 것 뿐이야. 포기해.
마코토 = 뭐야, 바보,바보라고만하고...마코토는 바보가 아닌걸...
유이치 = 그러면, 열심히 읽어봐.
마코토 = 잠깐잠깐. 거기서 생각해냈어~♪
유이치 = 듣고싶지않아.
마코토 = 유이치도 읽고싶은거지?~♬
유이치 = 읽고싶지않아.
마코토 = 그러니까, 같이 읽게해줄테니까, 유이치가 바로바로읽어줘.
이걸로 일석이조~♪
총총걸음으로 다가와서는, 내 옆에 자리를 잡고는 만화책을 펼친다.
마코토 = 모리모토 레오를 부탁해.
유이치 = 너는 내 말을 한마디도 듣지않고있구나;
마코토 = 에...?
유이치 = 누구도 네가 가져온 만화는 읽고싶지않고, 모리모토
레오의 흉내도
내고싶지않아.
마코토 = 왜?
유이치 = 귀찮으니까지!
마코토 = 하지만 한가로운 것 같은데...
유이치 = 한가롭던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만화를 읽어줄
정도기엔
할일이 산더미만큼
있어.
마코토 = 하아...알았어. 아키코상에게 읽어달라고해야지...
나는 그 말에 의표를 찔린다.
유이치 = 뭐야, 모두에게 거절당해서 나에게 말하러온게 아니었어?
마코토 = 아니야. 유이치가 제일 처음.
유이치 = 그래. 네가 제일처음에 부탁하려는 사람이 나였나.
그것을 생각하면
나쁜기분은 들지않는걸.
마코토 = 제일 한가한 것 같아서.
유이치 = 아키코상에게 읽어달라고해.
나는 했던말을 뒤집고는 벽쪽을 바라본다.
마코토 = 거짓말거짓말! 자 유이치, 재미있어~ 이거.
같이 읽자~♡
유이치 = ............
기분을 풀어주듯이하며, 황급히 자리를 만들려는 마코토가 왠지 우스웠다.
유이치 = 캇...어쩔 수 없는 녀석이군.
아키코상도 저녁준비때문에 바쁘겠지.
게다가 실제로 한가로웠기때문에, 나는 천천히 몸을 반전시켰다.
둘이서 나란히 앉고는, 바닥에 팔꿈치를 대고 엎드린다.
유이치 = 뭐야, 너, 이런글자도 못읽는거야?
마코토 = 하지만, 어려운글자들 뿐이야.
유이치 = 전에내가 빌려줬던 만화를 읽을 수 있었는데,
이걸 못읽을리 없잖아.
마코토 = 유이치가 산 것은, 애들용인걸.
유이치 = 바보야, 어떻게보더라도 이게 애들용이잖아.
마코토 =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으니까, 저녁먹을때까지 읽자구.
유이치 = 으응, 알았어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렇게 착 달라붙지마.
마코토 = 그렇게 떨어지면 안보이잖아~~;
유이치 = 손에 입김을 닿게하지마, 기분나쁘잖아.
마코토 = 하나하나 너무 말이많앗~!
유이치 = 자, 읽는다.
유이치 = '사랑은 언제나 갑자기다.'...헉....뭐야이거, 소녀만화냐?;;;
마코토 = 글자, 못알아듣는거야?
유이치 = '설사도 언제나 갑자기다.'
마코토 = 그런것 안써있어!!
유이치 = 들통났나...
농담을 하면서도, 나는 이루 말할수 없는 감각에 사로잡혀있었다.
마코토의 작은몸을 곁에하자, 그 것이 처음이라고 느낀다.
유이치 = (그때하고 아주 똑같잖아...)
(내가 드러누워서
책을읽고...이녀석은, 옆에 앉아서...)
꾹, 하고 그 볼을 손끝으로 찔러본다.
마코토 = 뭐, 뭐야;
유이치 = 아니, 아무것도 아냐.
마코토 = 빨리, 다음은?
유이치 = 알았어알았어.
그렇게해서, 어쩌다 애드립을 넣어 노성을 들으면서, 저녁식사때까지의
시간을
마코토와 둘이서 보낸다.
유이치 = ..."알았어. 절대로 만나러 올께"
"그때에는 둘이서
하나가 되자. 결혼하자."
"그때까지...안녕"
.....이라고
마코토 = 하앗.....;
유이치 = 얼마나 어설프기 짝이없는 라스트냐.
마코토 = 사람이 여운을 맛보고있는 사이에, 깎아내리는 평을 하지말아 주겠어?
유이치 = 뭐야, 낙담의 한숨이 아니었던거야?
돈을 쓸데없이 써버렸어....라고.
마코토 = 전혀 틀렷!!
아아...아주 좋은
이야기였어...
...라고 감동하는거야.
유이치 = 그래서 아이인거야, 너는.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하는거야. 잘 기억해둬.
마코토 = 정말이지, 그렇게 마코토의 꿈을, 깨뜨리는게 즐거운거야?
유이치 = 네가, 이상에 너무 빠져있는거야.
현실을 알았을때의
쇼크를 받지않도록, 지금부터 강의를 해주고 있잖아.
마코토 = 하아....유이치와 결혼하는 사람은 정말 불쌍하겠네...
유이치 = 너하고는 안하니까, 안심해.
마코토 = 하게된다면, 혀를 깨물거야.
탁, 하고 일어서더니, 만화책을 안고서, 방을 나갔다.
그날 밤...
나는 잠자리에 들어가서, 어둡기에 높이조차도 모를듯한 천정을
마냥 지긋이
올려다보고있었다.
깨어있는 것에도 불구하고, 꿈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오후, 그 언덕에 서있었을때부터 그 감각은 계속되어서,
쭉 현실에
돌아오지않는 기분이 든다.
길고 긴 꿈이다.
그때 소년이었던 나는, 언덕에서 한마리의 새끼여우를 도와주었다.
무엇에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처를 입고서 달리지못하는 상태였기때문이었다.
상처를 치료해주고, 그리고 뛸 수 있게 될때까지, 집에 두기로했었다.
그녀석을 말상대 대신으로해서 여러가지를 말했다.
같이 자거나하기도 했다.
보름정도의 일이었다.
그냥 그것 뿐이었다.
대체 거기서 어떤 이야기가 일어날수 있는것일까.
무엇이 그때, 시작되고있었다고 하는 것일까.
한순간에 지나간 사건의 그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아니다.
꿈같은 것은 꾸고있지않다.
그럴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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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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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악~.
기상을 알리는 자명종시계를, 이불에서 빠져나온 손으로 때린다.
유이치 = ...............
(그러고보니, 그녀석...어제는
자기방에서 잤지...)
이불에 쌓여진 열에 쪄진듯한 가슴을 긁으면서, 침대에서 내려온다.
이상하게 둘이서 오랫동안 같이있으면, 익숙해져버려서 안된다.
없다고하게되면, 묘하게 위화감이 들어서이다.
유이치 = (그정도로 시간도 지나지않았는데 말이지...)
어쩌면, 옛날것까지 합계되어서 느끼고있는 걸까.
유이치 = 마코토, 일어나~!
방앞을 지날때, 퉁하고 그 문을 치고는, 아침식사장소로 향했다.
모두 묵묵히 아침식사를 하고있다.
희한하게 고요했다.
그러던중 땡강, 하고 소리가났다.
유이치 = 응?
보자, 마코토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코토 = 어라...젓가락 떨어뜨려버렸다.
아키코 = 어라라. 자, 닦아줄께.
아키코상이 일어나서, 마코토의 손에서 젓가락을 받아든다.
마코토 = 미안해요.
물에 씻고, 행주에 가볍게 닦고는, 그것을 마코토의 손에 돌려준다.
아키코 = 자. 확실히 잡고서 먹어요?
마코토 = 응.
마코토는 받아든 것은 좋았지만,
쥐려는 기색도 없이 손바닥에서 빙글빙글 굴리고있었다.
마코토 = ............
유이치 = 어떻게된거야, 마코토.
마코토 = 아으?
마코토가 고개를 든다.
유이치 = 이제 안먹을거면, 내가 먹을께.
마코토 = 아, 안돼~~~~~~~~~~앳!!
자기 반찬을 사수하려는듯이 손을 벌리고는 그것을 덮는다.
그러자, 다시 손바닥의 젓가락이, 바닥에 떨어진다.
유이치 = 뭐하는거야, 너.
마코토 = 아, 아키코상, 죄송해요...
다시 아키코상이 일어서서, 떨어진 젓가락을 집어들고있었다.
마코토 = 저, 아키코상...
아키코 = 왜?
마코토 = 스푼으로 먹고싶어요...
유이치 = 왜? 젓가락 잘썼잖아?
마코토 = 그랬..었는데, 왠지 손에 힘이안들어가서...
아키코 = 그래?. 알았어요. 그러면 오늘만이에요.
예의에 어긋아는거니까,
습관이되거나하면 안돼요?
마코토 = 응, 알고있어요.
유이치 = 너말야, 부모의 마음으로 너의 성장을 지켜보아주고있는데,
그와는 반대로 어린애로
돌아가지말라구.
싫어하는 짓을 할
생각인거야?
나유키 = 유이치, 그럴리가 없어.
마코토 = 하아...지쳤어, 오늘은...
받아든 스푼으로,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면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유이치 = 흐으음...
정말로 지쳐있는 것 같아서, 그이상 잔소리를 하는 것은 그만두었다.
유이치 = 마코토~, 간다~!
현관에서 부르자, 탕탕탕하고 계단을 내려와서, 마코토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코토 = 응, 가자!
유이치 = 어젯밤은 어떻게된거야.
마코토 = 응?
유이치 = 어차피 밤늦게까지, 또 만화라도 읽은거겠지?
마코토 = 아니, 제때 잤어.
유이치 = 그러면, 몸상태가 안좋은것은 잠을 너무 자서인가?
마코토 = 에...?
아...응, 그럴지도...
유이치 = 너는 한도를 모르니까 말야. 어떤일도 적절하게 하는거라구.
마코토 = 응...알았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마코토.
오늘아침의 상태로 봐서도 알 수 있다.
미나세가(家)에 와서 계속 긴장하고있어서,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것을
느끼지못하는 것이겠지.
나는 긴장이라도 풀어줄까하고, 머리를 가볍게 툭하고 친다.
유이치 = 그럼, 아르바이트, 열심히하라구.
마코토 = 응...
학교를 눈앞에두고, 헤어졌다.
점심시간.
우리들은, 앞뜰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있었다.
하루를 지내고, 서로의 공통되는 유일한 화제는 해동의 날을 맞는다.
유이치 = 정말 나와 그녀석은 만났었는지도 몰라.
나는 그렇게 말을 시작했다.
아마노 = 네.
아마노라고하는 아이는, 언제나대로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나로서는 그 무표정을 믿을수 없다.
그렇게 대답을 하고있다는 것은,
갑작스럽게는 믿기힘든 사실을 받아들이고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정말 받아들이고있는 거다, 그녀는. 전부터 쭉 그것을 알고있던 것이었다.
유이치 = 그건 인간이 아니다, 라고하는건가?
아마노 = 네.
그런것이었다.
실제로, 그 하나 주어진 사실은, 지금 신빙성을 띄고있다.
이미 그녀는 망상벽을 가진 헛소리꾼같은 것이 아닌, 나에게는
유일한
상담상대였다. 혹시 이 아마노라고하는 아이도, 과거에 마코토와 접한적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생각되지만, 그것보다도 앞서 물어야할 질문이
산더미만큼 있었다.
유이치 = 대체, 뭐인거야, 그녀석은. 무엇이 목적이어서 이런일을 하고있는거지?
아마노 = 그아이는, 정말 아이자와상과 만나러 온것 뿐일거에요.
그이외에, 이유는
없을거에요.
유이치 = 만나러오다니...만나서 어떻하고 싶었던건데.
아마노 = 만나고 싶었던 것 뿐이에요.
아마노가 말을 되풀이한다.
아마노 = 지금 아이자와상은, 짧은시간의 기적속에 있는거에요.
유이치 = 기적...
확실히 그정도의 말이 나오지않으면, 어울리지않을것 같은 상황이다.
아마노 = 그리고, 그 기적이란건, 한순간의 반짝임이죠.
그 아이가 자신의
생명과 바꾸어서 손에 넣은 얼마안되는 불빛이에요.
그것을 알아주세요.
유이치 = 그건...자기생멱을 버리기까지하면서 얼마안되는
시간동안,
나를 만나러 왔다는
거야?
아마노 =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유이치 = 어떻게된거야, 그건...
그녀석이 하고있는 행동과, 지금 아마노의 입에서 나오고있는
사실에는
상당히 어긋나는 점이 있다.
그런 잔혹한 운명을 등에지고....
그러한 대단한 결의를 가진게 내 앞에 전혀 드러나있지 않았었다.
더우기 그녀석은 언제나 덜렁거리며 지내고 있었던 터였다.
유이치 = ............
한동안 말없던 그 사이를 아마노는 어떻게 알아들은 것일까.
역시 정확하게, 대답을 제시했다.
아마노 = 하지만 그 기적 제일의 비극은...
그것을 그 아이가
알고있지 않다는 것이에요.
알고있으시겠죠.
그아이는 아무 것도 모르고있어요.
그것은 기억상실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고있는 거다, 그녀석은.
유이치 = 기적을 일으키는데는, 두가지의 희생이 필요했었을테니까.
기억, 그리고 생명.
아마노 = 네.
나는 한번 심호흡을 하며, 자신을 진정시키기위해 안간힘을 쓰고있었다.
아마노 = 찾아온 이별은, 아이자와상이 그아이에게 애정을
많이 줄수록
슬픈것이에요. 그것을
각오해주세요.
유이치 = 어떻게 된거야, 그건...
말이 끝나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물었다.
아마노 = ...............
하지만, 아마노는 그것에는 대답하지않는다.
묵묵히 서서, 수업시작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있었다.
아마노 = 또 한가지.
유이치 = 응.
이야기가 더 있다는 것에, 나는 안심했다.
아마노 = 이 이상, 나를 개입시키지 말아주세요.
그이야기를 마쳤을때, 수업종이 울렸다.
..............
..........
.....
교문앞에는, 언제나처럼 마코토가 혼자서 서있었다.
유이치 = 추웠어?
그 볼에 손을 댄다.
아이처럼 혈색좋게 발그레해져있는 그것은, 내 손보다도 따뜻하다.
마코토 = 추웠지만...추운쪽이, 고기만두가 맛있으니까...
강한체하는 말을 하고, 내 앞을 걸어간다.
오늘도 고기만두인가..하고 어이가 없던 나도 그뒤을 따라갔다.
둘이서 고기만두를 사오면서, 상점가를 느긋하게 둘러보면서 걷는다.
이곳에 고기만두만을 먹으면서 있다면, 분명히 질려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마코토는 전혀 그런것은 느끼지못할것 같아서, 정신없이
우물우물하고
입안을 채우고 있었다. 그 먹는 모습을 보면서, 질리고질렸을 고기만두라도,
아주 맛있게 보여오는 것이 신기하다. 언제나와 다르지않을 고기만두에
기대를 걸고서 나도 한입 베어물었다.
...같은 맛이었다.
마코토 = 아...
앞을 걷고있던 마코토가 발을 멈추고 있다고 눈치채자, 역시 그곳은
게임센터였다.
보고있는 것은, 가게앞에 설치되어있는 프린트기
선전문구를 보니, 신형이 들어온 것 같아서, 여자고교생들이 끝이
보이지않게
긴 행렬을 만들고있었다.
유이치 = (그러고보니 이녀석...요전에도 혼자서 사진을 찍었더랬지...)
그것을 떠올린다. 그 외토리로 찍혀있는 사진은 지금도 소중하게
지갑속에
넣어두고있는 것일까.
그것을 생각하자,
언제나 혼자인 마코토를 상징하고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어두워졌다.
유이치 = 야, 마코토
어깨에 손을 얻고 부르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삭 하고 몸을 움츠린다.
유이치 = 그렇게 경계하지마.
마코토 = 하지만, 나중에 같이 찍으러오자, 라고 말하려는거지...?
유이치 = 찍고싶은 거지?
마코토 = 저런것 찍고싶지않앗...
아무리 솔직해졌다고는해도, 이런쪽의 심술은 아직 낫지않은 것 같았다.
유이치 = 그래? 그러면 찍고싶어지면 말해. 같이 찍어줄테니까.
나는 최선을다할 생각으로 말해본다.
마코토 = 유이치하고 같이 찍은 사진같은것은, 곧바로 불에 태워버릴거라구.
하지만 마코토는 그것에도 싫은태도를 보이며, 도망치려는듯이 또각또각 뛰어간다.
유이치 = 정말, 저녀석은...
천천히 걷다가, 갑자기 뛰다가하면서, 언제나처럼 엉망진창인
페이스로 집에가는
길에 접어든다. 같이있는 이쪽에 있어서도 필요한 것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마코토는 집에 돌아와서부터는, 방에 쳐박혀있었다.
방앞을 지나갈때, 안에서 가끔씩, 아주 곤란한듯이 "아우~~으"하고
소리가 들려온다.
자고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두와같이 텔레비젼이라도 보고있는 쪽이 즐거울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왔다.
...........
.........
.....
마코토 = 저말야, 유이치...
얕은 졸음속에서, 소리가 들렸다.
마코토 = 또, 삐로가 같이 자고싶대. 괜찮지?
확실히 물어봤으니까.
들어갈께.
이불이 들쳐지고, 부스럭부스럭 하고 작은 몸이 곁에 다가온다.
고양이의 체취가 코앞에 떠돈다.
유이치 = 바보...누가 대답했냐.
눈을 감은채로, 말한다.
마코토 = 와앗...깨어있다!
유이치 = 사실은 네가, 나와 같이 자고싶어하는 거잖아.
마코토 = 기분나쁜 소리하지마..그럴리가 없잖아.
유이치 = 귓가에서 큰 소리 내지마.
....쳇, 좋을대로해.
쫓아내는것도 귀찮아서, 나는 그렇게만 말하고는 벽쪽을 향했다.
그러자 고양이를 안은 마코토가, 그 등에 꼭 들러붙었다.
마코토 = 저말야...
유이치 = 응...
마코토 = 왠지, 무서워...
유이치 = 무슨일이야?
마코토 = 잘 모르겠지만...
혼자서 자고있으면,
어느사이엔가 아주 어두컴컴한 곳에 혼자 있어서...
아주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않고...외토리야...
유이치 = ............
...지금 아이자와상은, 짧은시간의 기적속에 있는거에요.
...그리고, 그 기적이란건, 한순간의 반짝임이죠.
...그 아이가 자신의 생명과 바꾸어서 손에 넣은 얼마안되는 불빛이에요.
자고있던 중에 깨워져버렸기 때문일까, 갑자기 낮에 아마노에게 들은 말이 떠오른다.
아니, 잠이 덜깬 것 같은 것 때문이 아니겠지...
내가, 마코토와 만났었던 사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코토가 보는 그 어두운 꿈이, 곧 찾아온다...
마코토가 향해야할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결말을 각오하고, 마코토는 떠나온 것이겠지.
이녀석에게 돌아갈 장소같은 것은 없다.
지금이 모든것이고, 그것이 최후인것이다.
그것을 마코토는 모른다.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한다.
유이치 = 어쩔수 없는 녀석이구나...
이제부터 아무소리안할테니까,
자고싶을때, 여기서 자도 좋아.
마코토 = ...정말?
유이치 = 으응. 너만 내쫓는것도 불쌍하니까 말야.
그렇지, 삐로?
사이에 끼어서 자는, 코양이의 코를 손끝으로 튕긴다.
냐옹~, 하고 대답같은 우는 소리를 냈다.
유이치 = 그렇다는데.
마코토 = ...응
유이치 = ...잘자.
마코토 = 잘자...
안심한듯이, 마코토가 눈을 감는다.
자신의 경우를 아무것도 알지못한채 겁을내는 마코토.
기억이 없던때가 행복했던걸까, 아니면 그것이야말로 불행인걸까,
잘 알 수 없게되어왔다.
기억이 돌아온다면, 마코토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리고 지금의 생활이 한순간이라는 것도 안다.
그것은, 너무나 잔인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의 마코토는 자신의 목적을 자각하지못하고있다.
왜, 자신이 이곳에 와서, 무엇을 하고싶었던걸가.
나와 있고싶다면 있으면된다. 하지만 이녀석은 말썽꾸러기라서...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없어져버리는건 아닐까.
나만이, 초초해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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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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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종이 울리고있다.
마코토 = 아으...
마코토도 일어날 것 같았다.
이불이 올라가며, 차가운 공기가 속으로 스며들어온다. 마코토가 움직인 것이다.
삑.
자명종소리가 멎는다.
마코토 = 조용해졌다...
굼실굼실하고 마코토가 이불속으로 다시 들어온다.
스으.....스으.....
바로 자는 소리가 들려온다.
유이치 = 야, 마코토, 다시 자는게 아니잖아!
그 몸을 흔들어준다.
이불 틈에서 삐로가 뛰어나와서, 바닥에 탁하고 내려선다.
유이치 = 봐, 삐로도 일어났다구.
마코토 = 아으...무슨일이야.
게슴츠레 눈을 뜨고서, 나를 바라본다.
유이치 = 무슨일이야, 가 아니잖아. 너 보육원 일 돕는게 있잖아?
마코토 = ............
유이치 = 있지?
마코토 = ......응
패기없이 대답한다. 그렇게 싫은걸까, 혹은 아직 졸고있는 것뿐일까.
유이치 = 자, 일어나지않으면 지각해서 또 폐가 된다구.
마코토 = ...아으, 알았어.
스물스물거리며 겨우 이불에서 기어나온다.
짤각짤각하고 젓가락이 부딛히는 소리가 난다.
모두가, 마코토의 손 움직임을 주목하고있었다.
마코토는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두자루의 젓가락과 씨름하고있다.
마코토 = 아으으~ㅅ...;
땡그락, 하고 소리가 나며, 그 젓가락하나가 크게 나뒹군다.
동시에 몇개의 밥알이 식탁에 호도독 흩어졌다.
마코토 = 아, 미안...해요...
아키코 = 이렇게지, 이렇게.
옆에서 친절하게 아키코상이 젓가락을 쥐는법을 보여준다.
마코토 = 응....
하지만 마코토쪽은 전혀 의기소침해서, 젓가락을 꽉 쥐는 정도밖에 하지않았다.
유이치 = 내가 먹여줄께. 앙~ 해봐.
마코토 = 그렇게 애들같이 취급하지 말라구~;
나의 놀림에 대해서만큼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끈기가 있다.
아키코 = 또 스푼으로 먹겠니...?
마코토 = ............
응...그렇게 할래요.
아키코상이 일어서서, 마코토를 위해서 스푼을 준비한다.
아키코 = 자.
그것을 받아들고서, 어제처럼, 혼자서 달그락달그락하고 큰 소리를
내면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마코토 = ..............
묘한 공기가 흐르고있다.
마코토도 있기엔 견딜수 없는 눈치로, 주위의 눈을 의식하고있었다.
유이치 = 마코토, 오늘아침도, 같이 나갈까?
마코토 = 아...응.
유이치 = 그러면, 빨리 먹고 준비해. 가끔씩은 느긋하게 걸어가자구.
마코토 = 응, 서두를께.
구원받은듯이,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허겁지겁 남은 반찬들을 입에 밀어넣는다.
유이치 = 너, 이빨은 닦았냐?
마코토 = 에..그러니까...아...응...;
유이치 = 거짓말쟁이. 네 거짓말은 금방 들킨단말야.
마코토 = 하지만, 별로 시간도 없고...
유이치 = 어제도 안 닦았지?
마코토 = 아...어떻게 아는거야?
유이치 = 얼굴을 맞대고 잤으니, 그정도는 알수 있다구. 치약냄새가 나지않았으니까.
마코토 = 으~응...그러면, 집에 돌아가서 닦지...
유이치 = 충치생긴다구.
마코토 = 괜찮아.
유이치 = 치과의사에게 윙~윙~ 당한다구. 아픈꼴을 당해도 모른다구.
마코토 = 응.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아마노를 찾고있었다.
1학년생의 교실을 돌면서, 아마노 미시오라는 이름을 묻고다녔다.
잘 찾아지지않는다.
설마 찾을수 없게하기위해서 이름까지 속인것일까?
그런 불안해지던 즈음, 겨우 그 이름에 반응을 보이는 학생과 만났다.
여학생 = 아마노상? 있어요.
교실가운데를 둘러보더니, 그렇게 여학생은 대답했다.
여학생 = 저...부를까요?
주저하다가, 그렇게 말했다.
눈이 한순간 내 옷깃의 문장을 보고서, 학년을 확인했기 때문이겠지.
같은 학년이었다면, "자기가 직접 하세요"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유이치 = 부탁해.
역시 학년이 다른 교실에 들어가는 것은 꺼려진다.
여학생 = 기다려주세요.
불운이라고는 하지않았지만, 안색을 바꾼 여학생은 등을 돌렸다.
아마노는 창가의 자리에서, 혼자서 조용히 독서를 하고있었다.
그곳에 지금의 여학생이 다가가서는, 두세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대답은 듣지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마노의 눈이 이쪽에는 향하지않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기때문이다.
만약 그녀에게 나와 만나려는 의지가 있다면, 책을 두고 일어섰을
터이다.
혼자서 돌아온 여학생은 나에게 말했다.
여학생 = 내버려둬줬으면한다는데요.
유이치 = 그래...
쌩큐~
완전히 멍해있는 여학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뒤에, 나는 그곳을
떠났다.
마지막까지, 아마노는 이쪽을 보지않았다.
언제나의 무표정인 옆얼굴이, 타인처럼 느껴져서 슬펐다.
............
........
....
방과후가 되자, 겨울하늘아래서 기다리는 마코토를 생각하고, 서둘러 교실을 나온다.
유이치 = 여어, 기다렸어?
마코토 = 응, 조금.
말하고는, 엄지와 검지를 조금 벌려보였다.
내가 옆에 갈때까지도 움직이고있어서, 그것은 손가락 체조로도 보였다.
유이치 = 추운데... 먼저 돌아가는게 좋았을텐데말야...
마코토 = 아니, 어차피 시간이 남아서...
유이치 = 그래서, 뭔가 사줄지도 모르고해서, 인가?
마코토 = 아하하...응;
유이치 = 그러면, 상점가에 들렸다 갈까.
마코토 = 응.
서점에 들린뒤, 언제나처럼 고기만두를 사서, 둘이서 먹으며 걷는다.
게임센타의 앞까지오자, 어제와 똑같은 사람들의 무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가게앞에 설치된 프린트기에 늘어선 줄이다.
이시간이 되면, 당연히 학생복이 많다.
학교에서 귀가하는 모두, 들리고가는 것이다.
마코토 = ............
일부러 마코토가 총총거리며 발빠르게 앞서 나간다.
유이치 = 어이, 야. 귀신나오는 곳인것처럼 피해가지말라구.
그 목덜미를 쥐어잡는다.
마코토 = 아읏...뭐야아~!
유이치 = 음, 오늘은 우리학교 애들도 줄서있네?
부탁한다면, 넣어줄거라구.
마코토 = 그렇게 말할거라고 생각해서, 피해가려고한거야.
유이치 = 어째서. 모두함께 찍고싶은거겠지?
마코토 = 그...그건...
아으....
유이치 = 자, 봐, 여자애들끼리 화기애애하게 찍고와. 즐겁다구.
마코토 = 하지만...모르는 사람들뿐이고...
유이치 = 누구나, 친구라고해도 처음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라구.
마코토 = 아으으~ㅅ...먼저갈래~;
내 팔을 떨쳐버리려고, 양팔을 위아래로 붕붕 흔들어댄다.
고기만두 조각이 흩날려서, 두사람은 고기투성이가 되었다.
유이치 = 너, 낯가림이 심하구나.
마코토 = 아으...미안....;
자신의 머리를 털어낸 뒤, 마코토의 머리카락에 묻는 고기를 손끝으로 털어내준다.
유이치 = 아키코상이랑, 나유키한테도 네가 말을 건적은 없었지.
마코토 = 그랬나...
유이치 = 그렇다구.
자, 깨끗해졌어.
마코토 = 고마워.
유이치 = 나중에 한번, 모두같이 사진찍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마코토 = 왜?
유이치 = 왜긴왜야, 이렇게 한지붕밑에서 살고있으면서,
그정도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
마코토 = 마코토는 식객인걸.
유이치 = 나도 식객이야.
마코토 = 그러면, 두사람은 빠져야겠네.
유이치 = 바보야, 무슨 쓸쓸한소리를 하고있는거야, 너는.
마코토 = 유이치는, 쭉 아는 사이였으니까 그럴지 모르겠지만...마코토는 달라.
유이치 = 그러면, 모두에게 물어볼까?
마코토 = 괜찮아. 물어보면, 신경써주는 것도 알고있고...
빙글하고 몸을 돌려서, 마코토가 걷기시작한다.
유이치 = 곤란한 녀석이네...
그뒤를 나도 쫓았다.
집에 돌아오자, 책상에 앉아서, 나는 오랫만에 공부에 열심이었다.
...라고말하더라도, 숙제였지만.
묵묵히 노트에 글자를 쓰고있는중에, 문이 열린다.
마코토 = 저기, 유이치, 시간있어?
불쑥하고, 마코토가 머리만 들이민다.
유이치 = 뭐야?
마코토 = 저말야, 재미있는 책이있어~♪
유이치 = 그거 잘됐네.
마코토 = 유이치도 읽고싶은거지?
유이치 = 이봐, 마코토
마코토 = 응?
유이치 = 나는 바쁜듯이 보이지않냐?
샤프를 쥔 손을 마코토를 향해서 내밀어보고있다.
마코토 = 뭐, 그런것, 나중에 해도 돼잖아?
유이치 = 공부하고있다구! 공부보다 만화책읽는게 먼저냣!
마코토 = 즐거운 것은 빨리해두는게 좋아.
타박타박 걸어와서는, 만화책을 바닥에 놔두고서 그곳에 진을 친다.
유이치 = 행복한 녀석이구나, 너란 애는.
마코토 = 자, 읽어줘.
마코토는 이미 페이지를 펼쳐놓고 기다리고있었다.
이렇게 되면 쫓아내는 방법은 마코토채로 옮기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는 것 보다는, 순순히 읽어주는 쪽이 지치치않고 끝낼듯 했다.
그리고 정직하게말해서, 숙제에도 질린참이었다.
유이치 = 알았어.
무겁게 엉덩이를 떼고는, 그 마코토옆에 앉는다.
마코토 = 이것도말야, 아주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해.
유이치 = 뭐야, 또 소녀만화야...?
마코토 = 예쁜소리로 읽어줘.
유이치 = 좋아. 통통하고 살찐 씨름꾼의 목소리로 읽어주지.
낭독을 시작하려고하려던 참에, 나는 문득 기억해냈다.
유이치 = 아, 너, 이빨은 닦았어?
마코토 = 응?
유이치 = 응? 이 아니라구.
너 아침에 약속했잖아.
돌아오면 이빨닦는다고.
마코토 = 아으...응....닦았어.
유이치 = 빤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 하지마. 이빨 보여줘봐.
마코토 = 싫어.
유이치 = 안닦은거지.
마코토 = 닦았지만, 싫어.
유이치 = 사실대로 이야기안하면, 안읽어줄거야.
마코토 = 와.....그런....;
유이치 = 이빨닦는 것 같은건 금방이잖아. 갔다와.
마코토 = 밥먹고 나서 닦을께...
유이치 = 그렇게 뒤로미루니까 잊어버리는거야. 생각났을때에
해버리라구.
자, 갔다와~
마코토 = ...응
천천히 일어서고는, 노골적으로 무거운 걸음으로, 문쪽으로 향해 걸어간다.
"뭐, 나중에 해도괜찮아"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탕, 하고 그 모습이 문저편으로 사라지자, 나는 손의 만화책의
페이지를 넘긴다.
미리 조금 눈에 익게해두기로했다.
.............
.........
.....
10분 가까이 경과해서야, 겨우 마코토가 돌아왔다.
마코토 = 하아...
유이치 = 상당히 늦었는걸.
그렇게 정성들여서
닦은거야? 잇몸아프다구.
마코토 = 응...
유이치 = 그럼, 깨끗해졌나 보여줘, 아~~ㅇ 해봐.
마코토 = 그것보다도, 빨리 읽어줘. 저녁식사시간 되버린다구.
유이치 = 엇, 그렇구나. 그럼, 곁으로 와.
마코토 = 응.
일단 좀 떨어진 장소에 엉덩이를 붙이더니, 슬금슬금하고 천천히 다가왔다.
유이치 = 시간없다고 말했을텐데?
마코토 = 아...응.
겨우 내 곁에 와서, 만화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유이치 = 그럼, 읽는다.
마코토 = 응.
마코토의 대답을 듣고서, 나는 낭독을 시작한다.
마코토가 이빨을 닦고있는 사이에 그 대부분을 눈에 익혀둬버렸기때문에,
평소 이상으로 유창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저녁은 카레였다.
아키코상의, 마코토에 대한 마음씀씀이겠지 하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마코토는 스푼을 쥔 손으로 예의에 어긋나게 식사하고있었다.
때때로 떳떳치 못한듯이 모두의 눈을 살피면서 먹어서,
아키코상도 아무말 않고 묵묵히 먹는채였다.
거실에서 텔레비젼을 보고있자, 겨우 주방일에서 해방된 아키코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키코 = 슬슬 목욕해야죠?
유이치 = 그정도는 할거에요.
아키코 = 텔레비젼보고있지 않았어요?
유이치 = 그다지 재미있는 것도 없고해서...
무엇보다도, 도와줄것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돕고싶다.
나는 일어섰다.
세면실에 들어가자, 이상한 물건이 바닥에 떨어져있는 것을 눈치챈다.
유이치 = 뭐야...이거.
끈적끈적하게 치약이 묻어있는 칫솔이었다.
유이치 = 이 오렌지색 칫솔은...
나는 복도에 돌아와서는, 크게 소리친다.
유이치 = 야앗! 마코토~~~~~!!!
곧바로, 쿵쿵하고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마코토 = ...왜그래?
마코토가 복도앞에서 상반신만을 쑥 내밀고서 이쪽을 보고있었다.
유이치 = 그런 곳에 숨어있지 말고, 이쪽으로 와.
마코토 = ..........
움츠린 채인 모습으로 천천히 세면실까지 온다.
유이치 = 이건, 뭐야.
칫솔을 집어들고서, 마코토의 눈앞에 내민다.
마코토 = 칫솔.
유이치 = 누구의.
마코토 = ...마코토의.
유이치 = 왜 치약이 묻어있는 채로, 바닥에 떨어져있는거지?
마코토 = 아으....
유이치 = 닦았어, 라고 하지않았어?
마코토 = 응...
유이치 = 안닦은 거야?
마코토 = 으~~ㅅ...;
유이치 = 안닦았던거지?
마코토 = ............
......응
유이치 = 그럼, 지금 닦아. 보고있을테니까.
마코토 = 응...
나에게서 칫솔을 받아쥐고는, 그것을 한번 물에 헹군다.
그리고 치약을 한손에 잡고, 약간만 칫솔위에 짜내었다.
마코토 = .........
그리고 거기에서 멈추었다.
유이치 = 왜그래.
마코토 = ...매운 것은 싫어.
유이치 = 매워? 치약이?
마코토 = 응...
유이치 = 너, 지금까지 뭘로 닦았던거야? 설마 안닦았던거야?
마코토 = 아니...계속 닦아왔었지만...
최근에, 닦지못하게
되버렸어...
유이치 = 치악이 바뀐거야?
마코토 = 아니...같은것 같아.
유이치 = ...........
최근 너, 이상한걸...하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것을 이야기해버린다면,
단숨에 무언가가 부셔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마코토 속에서 변화가 시작되고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것이 곧 찾아올 이별로의 포석인걸까.
그렇다면 이미, 그것은 시작되어있는 것이었나.
유이치 = 정말. 어쩔수 없는 녀석이네. 칫솔가지로 이리와봐.
마코토 = 에? 어디로?
유이치 = 내 방으로.
나는 그것만 말하고는, 앞서서 세면실을 나갔다.
마코토 = 저기, 어떻할건데?
유이치 = 내가 닦아줄거야. 자, 이리와.
나는 침대에 기대어 앉고는, 양팔을 벌린다.
마코토 = 그런~;, 또 애들취급하잖아~!
유이치 = 하지만, 네가 싫어하고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너는 눈을 감고,
매운것을 참는 것으로 족해.
눈을 뜨면, 끝나있다구.
마코토 = 아으~~ㅅ...;
한동안 눈썹을 찡그리고서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총총히 걸어와서는,
묵묵히 나에게 등을 향하고 체중을 실었다.
나는 그 손에서 치약이 묻어있는 칫솔을 받아든다.
마코토 = ............
유이치 = 자, 입을 벌려봐. 코에 들어간다구.
마코토 = ...........
아앙~하고 마코토가 입을 연다.
늘어선 하얀치아가 나타난다. 작아서, 어떤것도 귀여웠다.
안쪽 이빨부터, 나는 닦기 시작했다.
.........
......
....
목욕탕에 들어간후, 2층에 올라오자, 바로 마코토가 방에서 나오고있던 참이었다.
마코토 = 화장실 화장실~
잠옷인채로 골판지상자를 안고서, 황급히 뛰어갔다.
삐로가 큰것이라도 싸서, 그것을 버리려고 가는 것일까.
발이라도 헛디뎌서 넘어지기라도한다면 대참사가 될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나는 어른이니, 그런일은 안한다.
유이치 = 계단에선 조심하라구.
마코토 = 응~~!
쿵쿵하고 내려갔다.
...........
특별한 용무도 없었지만, 나는 마코토의 방앞에서 기다리고있었다.
얼마안있어, 탕탕탕하고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나더니, 마코토가 모습을 나타낸다.
마코토 = 후우~ㅅ, 깨끗해졌다~♬
응, 냄새안나.
골판지상자안에 얼굴을 들이민채로 오고있다.
유이치 = 너, 앞을 보고 걸으라구.
마코토 = 응?
...왓!
꽈당~~!
예상을 배신하는 일 없이, 마코토는 바닥에 넘어져있었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내가 손을 뻗었기때문에, 골판지상자속의 화장실용의모래를
엎지르는 것만으로 끝났다.
마코토 = 하하...고마워;
유이치 = 네 발관절은, 반대로도 구부러지는거냐;
마코토 = 안구부러져.
골판지상자를 고쳐안고는, 마코토가 일어선다.
마코토 = 하지만, 뭔가말야, 이상한 느낌...
그리고 발가락을 세우고는 그걸로 퉁퉁 바닥을 쳐보거나한다.
유이치 = ...........
나는 그이상,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지않기로 했다.
유이치 = 그래서, 오늘도 내 방에서 잘거야?
마코토 = 그렇게 묻지말라구...꼭 마코토가 유이치방에서 자고싶어하는것 같잖아.
얼굴을 기분나쁘다는듯 찡그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유이치 = 틀린거야?
마코토 = 그게아니라구...삐로가 자고싶어하는거야.
유이치 = 알았어알았어. 그렇다고 해줄께.
마코토 = 아으~ㅅ...
유이치 = 뭐, 올거면 빨리오라구. 이젠 잘꺼니까.
툭하고 마코토의 머리에 손을 대면서 그렇게 말한다.
마코토 = 으..응.
어쩔수 없다는 듯 말하며 마코토가 끄덕였다.
그날도, 두사람과 한마리가 좁은 침대위에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