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최종일 -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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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사람분의 쇠고기덮밥 도시락을 안고서 돌아왔을때,
나는 자신의 어리석음과, 그리고 마이의 집념을 알게되었다.

아무도 없는 교실을 앞에두고.

유이치 = 또 한마리, 남아있던던거야...

그것을 눈치챘다.

나의 계산이 틀림없다.

마이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있었던거다.

그게 아니라면, 그녀석은 여기서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그리고 두사람이서 사이좋게 쇠고기덮밥을 먹고 집에 돌아가려고했을것이다.
그럴 터였는데...

유이치 = 마이...!

쇠고기덮밥을 바닥에 내던져버리고, 교실을 뛰어나갔다.
복도를 달리고, 온갖 교실을 돌아다녔다.

이해할 수 없다.

왜 마이가 나를 남기고 갔는지.
이젠 나를 필요로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걸까.

아니야, 하지만...

지금이라도 그녀석은 나를 좋아하고있을게 틀림없다.
자신을 가지고 그것만은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이유가 있는거란말인가.
내가 곁에 있으면 안되는 이유가. 그게 틀림없다.

다시 뛰려고 한발 내딛었을때...

쿵...!

내 관자놀이를 총탄같은 것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뚫고지나가고있었다.
뜻밖의 총탄을 맞았을때는 이렇게도 화가나는 것이었을까.

아프기 이전에, 깜짝놀라버린다.

무릎을 꿇었다. 그것도 엄청 아팠다.

.........

바람이 불고있다.
창문을 깨버린 탓일까.
방울소리가 들렸다.

한순간에 좁고 긴 복도가 논두렁길로 보이고,
나는 내 정신이 확실히 없어지려고하는 것을느낀다.

눈앞에는 여자아이가 있던거다.

어린 여자아이였다.
상처입었다.
어깨에서 피를 흘리고있다. 등에까지 상처가 벌어져있는지도 모른다.
과거에서까지 그녀의 칼날이 닿는것일까.

유이치 = 아...

나는 그녀를 알고있다...

그 여자아이는 확실히 본기억이 있다.

하지만, 왜 그녀가 상처입고있는 것인가.

그런 어둡고 비참한 과거같은 것은 모른다.
그녀가 그런 깊은상처를 입고있었을리는 없었다.

없었을터이다.

소녀는 긴 시간을 거슬러와서 지금의 내 눈앞에 나타나서 그리고 무엇을 전하려고하는것일까. 내가 찾고있는 사람과 무슨 관계가 있는것일까.

기다려...의식이 혼탁해졌다.

누군가가 나에게 무언가를 호소하고있다.
그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수단은 너무 강인하다.
내 힘으로는 맡을 수 없다. 결국, 그 해결 방법이 내쪽에는 없는거였다.
그것은 나를 상처입혔고, 사람을 상처입힌다.

철파이프로 귓구멍을 꿰는것 같은 건 그만둬줘.

그런 것은 통하지않아!

쿵! 하고 격하게 머리를 부딛혔다고 생각하니, 나는 차가운 벽에 반신을 기대고있다.

유이치 = .........

빈사상태인 것 같았다. 소녀의 텅빈 눈만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고 떨어지지않는다.
하지만 그 덕에 나는 한가지의 의문의 회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나를 두고, 마이가 혼자 가버린 이유다.

그것은...

나에게 알리면 안되는 결과를 찾고있다.
그것밖에 없다.

기억해보면 된다.

놈들을 쓰러뜨리는 것과 동시에 마이는 그 사지의 자유를 잃어가고있었다.
그것에 마이도 느끼고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최후에 남게된 결말도 알고있었다.

최후에 한마리를 쓰러뜨렸을때, 자신도 같이 목숨을 잃는다는 결말을.

그래서 최후의 한마리은 처치하지않고, 부상입힌채로 도망치게한거다.
나에게 거짓말을하면서까지.
소녀의 음울한 죽음의 이미지는 그대로 마이의 말로에 직결되고있는 것이었다.
아니, 이미지뿐만이 아니다.
더욱 근거를 가지고, 그녀는 그 장소에 있었을것이다.

유이치...유이치...!

또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만둬, 더이상 내 곁에 오지말아줘.
머리가 아프다구...
아무래도 좋았지만, 천장만이 보인다. 왜그렇지?
어느사이엔가 자고있었던거라구. 나는...
웅웅 하고 귀근처가 아프다.

...유이치!

유이치 = (알고있어. 이젠 그만둬줘. 뒤는 혼자서하겠어.)

나는 마이를 쫓는 것은 하지않았다.
상처입은 이녀석이 곁에있는한은, 마이도 무사한거다.
그것은 소녀. 오랜 과거에 만났던 소녀다.
짧은시간을 그 장소에서 지냈다.

유이치 = (그런가...그 학교건물은 새건물...)
(그리고 그날의 그장소는 옛날학교를 짊어지고있었던거구나.)

나는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상체를 일으켰다.
관절의 마디가 떨어져나가는 듯이 아팠지만, 움직일 수 없을정도는 아니었다.
일어나자, 나는 차가운 벽에 체중을 의지하며, 걷기시작했다.

장소라면 짐작가는곳이 있다.

옛학교건물을 향해서 떨어지던 노을의 각도가 떠오른다.
나는 그 아이을 데리고 돌아왔던거다. 그 시간과 장소에.
그곳은 언젠가, 이놈들이 돌아오고싶어마지않는 장소였던거다.
나는 안타까울정도로 말을 듣지않는 몸에 채찍질을 하면서 걸어간다.

.........

나는 한 교실의 앞에 서서 그 문을 망설임 없이 연다.

.........

웃음소리가 들렸다.
작은 여자아이의.

그래, 십년전의 그 보리밭에 소녀는 있었던거다.

소녀 = 아...

하고 소녀는 소리를 냈다. 소리를 내고싶었던 것은 이쪽이었다.
왜냐하면, 그 보리밭가운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않았으니까말이다.
그곳에서 '아..'같은 소리가 들려온다면 깜짝놀라는 것은 이쪽인게 당연하다.

소녀 = 저말야...

소녀는 보리속에서 일어서면서, 이쪽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소녀 = ...놀러온거야, 이곳에?

겁내하면서 말하는느낌으로 소녀가 물었다.

유이치 = 아니, 틀려, 길을 잃었어. 이근처는 아직 잘 모르니까 말야.
하지만, 이런 보리밭이 있다는것에는 놀랐어.

소녀 = ...어디에서 온거야?

유이치 = 글쎄...저쪽일까.

잘 모르면서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유이치 = 맞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말야.

소녀 = 그러면 말야...

유이치 = 응?

소녀 = 우리 놀자.

유이치 = 왜..?

소녀 = 노는 도중에 생각날거야, 반드시.

유이치 = 그럴까...

소녀 = 그럴거야, 반드시..

유이치 = 자, 그러면 그렇게 할까...

소녀 = 응.

다시 소녀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그녀와 자주 놀게되었다.
노을진 거리를 걷고있으면, 어느샌가 그 장소에 도달해있었던 거다.

보리밭은 광대한 놀이터였다.

웅크리면 그 모습을 숨길수있었고, 달리면 보리의 바다를 헤엄치고있는듯한
좋은기분이 느껴졌다. 소녀는 잘 웃었고, 잘 달렸다.

유이치 = 다른 친구는 없어?

보리를 쓰러뜨리고, 뒹굴고있을때에 물었다.

소녀 = 응...나는 보통사람이 아니니까.

처음에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보더라도 그녀는 보통이었고, 보통사람이상으로 붙임성이 좋아서 이런곳에 혼자있는 이유가 전혀 이해되지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뒤에 그 이유는 그녀의 입으로 말해지게 되었다.

소녀 = 나는 이상한 힘이있어.

소녀는 더 어렸을때는 다른 마을에 살고있었던 듯 했다.

그때에 단 한번 출연한 TV방송이 방영된 직후, 그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고했다.

그 내용이 어떤 것이었나하는것까지는 묻지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도 그 방송이 그녀를 어떻게 다루고있었는지는 상상이 갔다.
당시의 초능력을 가지는 것을 대단하게 여기는 풍조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하는
희생양으로 하려는 듯 한 내용이었던거다.

마녀사냥의 마녀로서 쫓겨난것이 그녀였던거다.

그러나, 이 곳에 와서도 변한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위에서 기이한 시선과 두려움의 외침을 계속 짊어지지않으면 안되었다.
그래서 소녀는 마을아이들이 모이는 장소를 피해서,
사람이 모르는 이런장소에 외토리로 놀고있었던 것이다.

오직 나만이 마을사람들과 같은 눈으로는 보지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그 힘을 눈으로 보면서 말이다. 그냥 헤에,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무서워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냥 신기하다, 라고하는 그것뿐이었다.

소녀 = 그건 유이치군이기 때문이야.

그것을 입으로 말하면서, 그녀는 기쁜듯이 웃었다.

유이치 = 내가 특별하다는거야?

소녀 = 나에게 있어서는.

그녀가 무릎을 구부리고는 빙글 회전해서 일어서고는 달려갔다.
그 술래잡기의 상황에 나도 뛰어올라서 뒤를 쫓았다.
보리의 키가 높아졌을무렵, 소녀의 모습이 파뭍혀서 잘 보이지않을 때가 있었다.
소녀의 키가 작았기 때문이었다. 뒤쫓을때라던가, 숨는 쪽이라 해도, 그것은
불공평했었기에, 나는 그녀의 핸디캡을 적용해주기로했다.

유이치 = 이리와.

소녀 = ......?

유이치 = 자.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소녀의 머리에 꽈악하고 헤어밴드식의 머리장식을 씌웠다.
커다란 토끼의 귀가 달려 늘어진 머리장식이었다.
얼마전의 축제에서 손에 넣은 것이었다.

소녀 = ...토끼?

유이치 = 응. 토끼는 좋아해?

소녀 = 응, 좋아해...
동물은 전부 좋아하지만...토끼가 제일 좋아.

유이치 = 그래, 잘됐네. 이걸로 나와 같은정도의 키네.
도망쳐봐.

소녀가 타박타박 달려가자, 우스꽝스러울정도로 절묘하게
그 귀만이 보리위로 흔들려보였다.

유이치 = 오케이다. 이걸로 승패의 차가 줄어들었네.

하지만, 실제는 승패의 차따위는 전혀 줄어들지않았다. 원래부터 소녀쪽이 운동신경이좋았기때문이다.무엇보다 그런것과는 관계없이, 소녀는 그 귀를 아주 마음에
들어했던모양으로, 언제라도 그것을 쓰게되었다.

그것은 그걸로 나에게있어서도 기쁜일이었다.

자신의 선물로 생각해도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소녀 = 저말야...

털썩하고 넘어지면, 하늘을 우리들의 모양으로 잘라서 보는 것이 가능했다..
뒤에는 우뚝선 보리의 벽이다.
우리들만의 비밀기지로 생각되어서, 이렇게 두사람이서 있는 것이 나는 좋았었다.
누군가 근처의 논두렁길을 지나는것 같았지만, 우리들은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 두사람이서 이야기하기에는 딱이다.

소녀 = 나...내가 가진힘, 좋아하게 될지도 몰라.

소녀가 고백했다.

유이치 = 그래, 그건 다행이네. 자신을 좋아하는것은 좋은일이야.

소녀 = 유이치와 있다면 말야.

유이치 = 만난지 얼마안된 내가 그렇게까지 신용되는 것은 곤란한데...

소녀 =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해...

유이치 = 흐음...

결국 그 소녀와 놀 수 있었던 것은 여름방학동안의 2주간뿐이었다.
방학동안만 피서지에 놀러온 것 뿐으로, 방학이 끝나면 이런장소에까지
혼자서 멀리나올 수는 없게된다.
마지막날도 그녀는 내가 준 토끼귀를 달고있던 채였다.

유이치 = 안녕.

나는 말했다.

소녀 = 안녕.

그녀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서 키정도로 높아진 보리와 같이 토끼귀가 흔들렸다.

결국 그 여자아이와는 그것뿐이었다.

다만, 한가지 기억하고있는것은 만날 수 없게된 당일 저녁, 전화가 걸려온것이다.
묵고있는 곳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지도 않았는데도, 그것은 분명히 그녀였다.
키가 작은 그녀가 발돋움을 해서 전화에 매달려있는 모습이 눈에 떠올랐다.

소녀 = 저, 도와줬으면해.

유이치 = 무슨일이야.

소녀 = ..마물이 왔어.

유이치 = 마물?

소녀 = 언제나 놀던곳에..
그래서 지키지않으면...둘이서 지키자.

소녀 = 우리들의 놀이터에서 더이상 놀 수 없게 되어버려.

유이치 = 어제는 말하지못했지만, 지금부터 집에 돌아가.
그러니까, 다음 언젠가 놀자.

소녀 = 거짓말이 아냐..진짜야..

유이치 = 마물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어.

소녀   = 정말 왔단말야..나 혼자서는 지킬수 없어...
          같이 지키자...두사람이서 놀던 곳이란말야..
          기다리고있을테니까..혼자서 싸우고 있을테니까..

그것이 정말 마지막이었다.

그 뒤에 소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만약 그 거짓말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소녀가 있어서ㅡ,
그때부터 시작된 외토리의 싸움이 이라고한다면, 그곳에는 처음부터 마물같은것은
존재하지않고, 그냥 하나의 거짓말을 위해서 10년분의 웃음을 댓가로 잃고,

그리고 자신의 힘을,
꺼림칙한힘을 거절하기를 원했던 소녀가 내내 서 있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한순간의 정말 짧은 순간의 일이었다.

유이치 = .........

마이 = .........

유이치 = .........

마이 = .........

그리고 지금, 처음 만났을때와 똑같이, 마이는 그곳에 있엇다.

마이 = .........

유이치 = 그만둬...마이.

마이 = .........

들리지않을터였다. 내 모습이 보이지않을터였다.
이 교사에서 만났을때와 같이...그녀의 눈은 나를 보고있지않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보고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뒤에 무서워하고있는, 상처입은 소녀.

그것은 그녀자신이 그날에 해방시켰던, 힘의 하나다. 그, 불규칙한 숨소리도
지금의 나에게는 들린다. 힘은 지금이라도 마이의 육체와 연결되어있기때문에,
그 약하디약한 호흡은 그대로 마이의 심장고동이될 터였다.

그녀의 최후에 남긴 생명은 자신의 심장이 틀림없었기 때문에.

마이 = .........

마이의 손바닥에서 칼자루가 돌았고, 검이 바르게 잡힌다.
그리고 체중을 실어서 내딛었다. 자신의 힘과 결별하기위해서.

유이치 = 마이!

뛰어나간 그 순간에 내가 그 몸을 껴안고있었다.
이미 몇번이나 이렇게 멈췄던 몸이다.
견고한 갑옷을 입고, 부드러운 내면을 숨기고있다.

마이 = ...유이치, 방해돼.

유이치 = 마이.....
마물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어. 처음부터 어디에도 없었던거야.

마이 = ..........

유이치 = 네가 태어나게한거야. 너의 힘이라구.

마이 = ..........

유이치 = 끝났어, 마이.

마이 = .........

유이치 = 끝난거라구. 너의 싸움은.

마이 = .........

마이는 아무말도 없다. 하지만 나는 계속했다.

유이치 = 너는, 그때의 놀이터...
계속 이곳을 지키고있었던 거구나..

마이 = .........

유이치 = 십년이라고하는 긴 시간이야...
계속 홀로 싸워왔던 거구나..

십년...얼마나 원대한 시간인가.
단순한 하나의 거짓말을 위해서, 그 웃음을 잃고,
십년간의 굴레에 얽매여지게 된 것이다.

마이 = ..........
...유이치가 말하는 것을 잘 모르겠어.

그때, 마이는 원했다.

마물이 정말로 나타나준다면, 이라고.

그렇게 된다면, 내가 그 장소에 계속있어줄거라 믿고서.
그리고 나타난 마물은 그날의 경우를 만들어낸 꺼림칙한 자신의 힘, 그것이었다.

그것을 부정해왔던 인생이 마이의 이제까지였던 것이다.

유이치 = 끝난거야, 너의 싸움은.

나는그렇게 반복했다.

마이 = .........

유이치 = 오늘부터 그시절의 마이로 돌아가는거야.

나는 내 책상에 잠깐 들렸다가 돌아왔다.

나유키로부터 받아서 책상속에 쑤셔넣었던 그것은,
우연히도 그날의 마이를 장식했던 물건이었으니까.

유이치 = ...자.

웃옷의 포켓에 쑤셔넣었던것을 집어낸다.
그리고 마이의 바로앞까지 걸어가서, 그날와 같이 그 머리에 씌워주었다.

유이치 = 잘 어울려.

마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멈춰버렸던 시간을 지금부터 움직이는거다.

마이 = .........

유이치 = 토끼라구. 마이가 제일좋아하는 토끼.

마이 = .........

유이치 = 웃어봐, 마이. 모든게 끝났으니까.

마이 = .........
...아직, 한마리가 남아있어.

유이치 = 이제곧 그것도 없어져. 네가 신경쓰지않으면 돼.

마이 = .........
...그렇게..갑자기 듣게되면 이해할수없어.

유이치 = 나와 너는 만났었던거야. 아주오래전에.

마이 = .........

유이치 = 짧은 시간, 우리들은 오랜 친구였던 것처럼 놀았어.

마이 = .........

마이의 눈에 금빛이 비치는듯이 보였다.

그 눈에도 똑같이, 그 날의 보리밭이 펼쳐져있는 걸까.

마이   = 그날의 남자아이는...모두와 똑같이 나에게서 도망쳤어.

유이치 = 틀려, 마이, 그게아냐.
          너의 힘이 무서워서가 아니야. 나는 너에게서 도망간게 아니야.
          그것은 정말 헤어진거라구.
          그래서, 이렇게 우리들이 재회해서...
          그날 처럼 서로를 좋아하게되고, 사이좋아진게아냐?

마이 = .........

유이치 = 그리고 알도록해. 이젠 끝났어, 마이.

마이 = .........

유이치 = .........

마이 = .........
...어떻게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유이치 = 되돌아가면 좋은거야, 그 때의 마이로.
이젠 검같은거 버리는거야.
밤중의 학교에 들리는 일도 하지마.

어느사이엔가 마이는 검을 내려놓았다.

생각해보면, 그 검이야말로, 유일하게 의지하고있던 것이었겠지.

사람이 가진 힘의 상징이다.
그것을 조종해서 사람이 가질 수 없는 것을 베어버리고싶었던거다.
그게 얼마나 뿌리깊고, 신체를 붙들어묶였던 가시나무였더라도,
상관없이 물어서뜯어내고 싶었던거다.

마음속깊이에서.

그정도로 꺼려지는 힘...그녀들을 마이는 받아들일 수 가 없었던것일까.

유이치 = 시간이 걸릴지도몰라.

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을거라고 믿고있다.

유이치 = 사유리가 있고...
그리고 마이가 이렇게 된 것은 내 탓도있으니까.
그러니까, 나도 계속 곁에있을께, 마이의 곁에. 계속 함께야.

계속 부정되었던 힘도 포함해서, 나는 마이을 좋아해서 함께한다.
그렇게한다면 반드시 마이는, 자신의 힘도 용서할 날이 올거다

마이 = .........
검은 버릴 수 없어..나는 계속 이것에 의지해서 살아왔으니까.

유이치 = 아니, 버리는거야.

마이 = ...버릴 수 없어.

유이치 = 버리는거야.

마이 = ...검을 버리는 나는 정말 약해지니까.

유이치 = 괜찮아, 그걸로.

마이   = ...유이치에게 방해가 돼.
          같이 있어준다고 하는 유이치에게 방해가 돼.
          그래도, 유이치는 괜찮은거야...

유이치 = 상관있을까. 그게 여자아이잖아.
이제부터는 평범하게 살아가, 마이.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내가 언제나 곁에서 알려줄께.

그리고 마이는 그날부터 성장하고있지않은 아이인채였다.
지금도 숨바꼭질이나, 동물원에 신경쓰고있는 소녀인 채다.

유이치 = 영화관에 가는 방법이나, 게임을 하는 방법도 모르고있겠지?
          많은 재미있는것들이 있다구. 같이 하자.
          여자아이는 그런 것들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는거라구.
          그리고 울고싶어지면 울면 돼. 약해지는 것으로 좋은거야, 여자아이는.
          그러면 내가 위로해주지.
          밤의 학교에서는 힘이 안되지만,
          일상생활속에서는 내가 너를 보호해줄 수 가 있어.

마이   = 길가에 서서 울어버릴지도 몰라...
          밥을 먹다가 갑자기 울어버릴지도 몰라.
          그래도 위로해줄거야...?

유이치 = 으응. 길가에서라면, 울음을 그칠때까지 곁에서 서있어줄께.
밥먹을 때라면, 나도 먹는것을 멈추고 마이와 이야기를 해줄께.

마이 = 그렇게 울다가...차가워진 밥을 같이 먹어줄거야...?

유이치 = 응. 차가워진 밥이던 무엇이던같이 먹지.

마이 = 아침에 일어나서 울어버리던가 할지도 몰라..
유이치가 모르는 곳에서 혼자서 울어버릴지도 몰라...

유이치 = 자고있을때도, 너의 곁에 있어.
          우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 일어나서, 따뜻한 것이라도 먹게해주지.
          그리고, 내가 모르는 곳 같은데는 마이는 가게할 수 없어.
          마이는, 계속 내 곁에 있게할거야.

마이 = ..........

유이치 = 그래, 마이.

마이 = ..........

유이치 = 졸업하면말야, 넓은 방을 빌려서말야,
          마이와 사유리상과 나하고 셋이서 지내고싶지않아?
          이번엔 사유리상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밥을 만드는거야, 당번제로.
          그렇게 가족처럼말야, 질릴때까지 살아보고싶지않아?
          마이도 계속 돌봐줄수있고, 정말 즐거울거라고생각하는데.

마이 = ...정말...?

유이치 = 으응, 사유리라면 OK해줄거야.
뒤는 마이만 좋다면... 마이는 그렇게 하고싶어?

마이 = .........
..개미핥기 인형, 가지고가도 돼?

유이치 = 으응, 괜찮아. 돼지 오르골도 말야.
기억이 나는 것은, 전부 가지고오면 되는거야.

마이   = .........
          그러면...
          ...그렇게하고싶어.

유이치 = 좋아, 결정했어.
이제부터 즐겁겠는걸.

마이 = 응...
...유이치.

유이치 = 응?

마이 = ...고마워.

유이치 = 으응.

마이 = 정말로 고마워.

마이가 갑자기 미소지으며 되풀이했다.

그리고...

마이 = 유이치를 좋아하니까...
언제까지라도 계속 좋아할테니까...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계속 나의 기억이...
사유리와...유이치와 같이 있을수있도록..

유이치 = 마이...?

검을 자기자신에 향해대고는 그것을 복부에 찔러넣었다.

유이치 = ...!!!

마이의 몸이 쓰러진다, 중력이 끌어당기는 대로.
나는 뛰어들어서, 그것을 받았다.

유이치 = 마이...마이...!

날은 복부에 깊이 파고들어있다.
피가 나오는것이 빠르다. 곧 바닥이 물들었다.

유이치 = 너, 왜 이러는거야...
          계속 같이있기로 했잖아!?
          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계속 같이 살아갈거잖아!?
          그렇게 지금, 약속한거잖아...
          나도 너를 좋아했었는데...아주 좋아했었는데...
          언제나 너는...자기중심 적으로...
          뭐라도 멋대로 끝내버리려고하기나하고...
          그런것 비겁하잖아...
          마이...!
          마이.....!
          마이ㅅ.....!!

마이의 체중이 양팔에 전해져온다. 그것은 전부다.
어떠한 힘도 마이자신에게서 나오지않는다. 이미 나오지않는거다.

쿨쩍쿨쩍...
...훌쩍훌쩍...

납두를 뒤섞는 소리라고 생각하면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침식사장소였기에, 그렇게 최초는 생각하는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것이 틀리다는 것을 알고는 나는 동요해버린다.

"근데...마이.."

일단 젓가락을 놓고 마이와 마주본다. 라고하지만, 마이는 고개를 숙이고있지만.

"사전에 알고도, 말하는 것을 잊어버린 내가 나빴지만 말야..."
"하지만, 사유리상 쪽은 어쩔수없어."
"거절할 수 없었던거야. 선배로부터 부탁받아버린 것 같아서..."
"그렇다는 것 알고있는거지?"
"그렇게, 갑자기 전날 들어가버릴 수 있는 아르바이트 같은 것은
그만둬버리면 좋을거라 생각했는지도 모르지만..."
"그것에 대해서, 담대하게 나가는 것이 역시 어른같다고 생각하지않아?"
"생각하지않아?"
"생각하지않는건가...포기했어..."

훌쩍훌쩍...

"아, 오늘은 달걀부침은 잘 되었네"
"그게, 말이 틀린걸..."

"........."

"...그렇게 가고싶었어?"

"...응"

코가메인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두사람만으로는 싫잖아?"

"사유리와 같이..."

"그러면, 어쩔수 없네. 오늘은 그만두자."

.........

"응?"

.........

"토끼..."

"토끼는, 다음번에"

"고릴라..."

"고릴라도, 다음번에."

"기린..."

"기린도, 다음번에"

.........

훌쩍쿨쩍...

"에....저, 마이."

...훌쩍쿨쩍...

"네것인 달걀부침도 먹고싶어."
"마이가 만든 달걀부침은, 정말 좋아한다구, 나는."
"먹어도 될까?"

.........

"싫어?"
"그러면 어쩔수 없네. 승부다."

.........

"진쪽이 이긴쪽에게 달걀부침을 넘기는거야. 좋아?"

.........

"승부는 언제나처럼 동물이름 끝말잇기야."
"일단은 나부터 시작하지. 끝말잇기의 '리'부터."
"リス(다람쥐)"

.........

"자, 마이. 스(ス), 라구."

.........

"마이ㅅ"

.........

"...スカンクさん(스컹크상)"
"크(ク)..인가."

마이가 붙이는 '상(さん)'은 무시한다.

"クジラ(고래)"

.........

"라(ラ)는 어렵다구. 할수있을까?"

.........

"라이온은 '응(ン)'가 붙어있다구~"

.........

"...ラクタさん(낙타상)"

"오, 좀 하는걸, 마이."
"그러면 ダチョウ(타조)"

.........

"...ウミウシさん(바다고둥상)"

"에?"

"...ウミウシさん(바다고둥상)"

"바다고둥?"
"바다고둥이 동물이야? 소의 친구는 아니라구, 마이"

"...알고있어."

"알았어. 자, シカ(사슴)"

.........

"...カルガモさん(사냥용오리?? 모르겠음 T.T)"

"게에...."

그렇게 되면 나는 손을 들었다.
나는'모(も)'를 돌려서 대답할 수 있있었던 적은 없다.
그때는 예외없이, 나는 패배를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자, 마이. 전리품이야. 축하해."

나는 울며불며, 자신의 달걀부침을 내민다.
욕심부린 것 때문에 아침의 반찬을 잃어버렸다. 이것은 대단한 사건이다.
하지만, 말을 꺼댄것은 다름아닌 자기자신이었기때문에,
완전히 자업자득이었다.

..........

마이는 지긋이 내밀어진 달걀부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엇을 생각했는지, 그 달걀부침을 밀어내었다.

"달걀부침은 필요없어..."

"그래, 그러면 내가 가질께."

의외로 쉽게, 탈환해냈다.

"대신에, 나는..."
"..오늘하루,유이치의 점유권을 가지고싶어."

마이는 웃고있다.

지금이라면 알수있겠지만, 그것은 얼굴가득한 웃음이라고 말해도 좋다.
또 눈은 막 울었던 뒤라서 빨갛게되어있었지만, 눈물은 이미 말라있었다.
그렇다면, 이젠 괜찮다. 나의 역할도 끝이다.

"바보같은일 하기전에, 식어버린다구, 자, 먹자."

그때 시작된 세사람의 생활.
되돌리지않으면 안되는 것은, 십년이라고 하는 긴 성장의 시간이다.
소녀부터 시작한 마이의 새로운 생활은 불안투성이었으며,
눈치채고나면 마이는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면서 혼자서 콧물을 훌쩍이기시작했다.

훌쩍쿨쩍..하고.

하지만 이젠 이렇게 곁에있어서,
울음을 그칠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괜찮다.
조금씩 눈물의 양을 줄여갈 수 있다면 괜찮다. 곧 보통의 여자가 되어간다.

그러면, 계속 우리들은 웃을 수 있다.

사유리상은 언제나 웃는얼굴이었으니까,
더욱 즐겁게 되어버리면, 대체 어떤 얼굴이 될까.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다.
상상도 할 수 없을정도로 즐겁고 평온한 나날이다.

봄날은 바람.

툇마루에 둘이서 앉아서,
갈기회를 잃은 동물원 대신에 하루종일 끝말잇기에 흥겨워한다.

"...유이치, 유이치."

"응..."

"...유이치 차례"

"아아, 미안, 졸았어..."

"...뭐였지"

"ウミネコさん(굉이갈매기상)..."

"코(コ)...인가.."

여름날은 태양.

쨍쨍 내리쪼이는 공원의 벤치에서 만난다.

"늦었는걸, 사유리상..."

"늦네, 사유리..."

"하지만, 더운걸..."

"응...더워..."

"뭔가 사가지고올까? 아이스크림이라도."

"유이치...갈거야?"

"으응."

"그러면...나도 갈께"

"그러면, 기다려서 만날수가 없잖아."

가을날은 떨어지는 낙엽.

떨어져가는 낙엽을 밟으면서 모두와 빈둥빈둥하고 독서에 열중한다.

"마이, 너말야..."

"왜"

"그렇게 안경끼고 독서하면 머리가 좋아보이기는 하지만 말야..."

"...응"

"하지만, 읽고있는것은 일본옛날이야기구나..."

"...재미있으니까."

*"그래. 그러면 다음번에 빌려다줄께."

"...다음차례는 사유리니까."

"그러면 그 다음에"

"대여기간에 걸려"

"알았다구...자기가 빌려왓-"

"옆에서 같이 읽으면 좋을텐데..."

겨울에는 눈.

또 눈.

"어이, 집이 엄청난 숫자의 눈토끼에 둘러쌓여있다구."

"...내가 만들었어."

"카앗...."
"너말야, 이곳에 살고있는것은 우리들뿐만이 아니라구. 모두 깜짝놀랠거아냐."

"...귀여운데"

"아, 사유리상 돌아온것 같은데.."

"와-ㅅ, 집주위가 눈 토끼가 많이 있어요--."

"봐, 깜짝 놀래고있잖아."

"어서와, 사유리"

...상상도 할수없을정도로, 즐겁고 평온한 나날들.

그것을 향해서 우리들은 작은 영위가운데 살아가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그랬는데 나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것은 왜일까.

"하으읏....우욱...."

이 가슴의 불안은 무엇일까.

"핫....우욱...."

이 팔에 안고있는 온기가, 확실히 있었던 기분이 드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것은 아주 소중한 것이었을 텐데...
계속 그 온기에 닿아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없어져버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행복한 꿈을 꾸었던 것 뿐일까...

"유이치..."

하고 소리가 났다.

그것은 젓가락을 대는 소리.

"유이치..."

마이인가.

나는 네가 곁에 있어준다면 그걸로 족해. 그러면, 더이상 불안해지지는 않을거야.
이젠 무언가를 잃은 기분이 들며, 두려워하는 일도 없을거야.

"유이치..."

있어주는거지.

"유이치, 울고있어..."

그렇지, 마이.

계속, 곁에 있어주는거지

"...대신 내가 끝말잇기를 시작해줄까."

눈물이 멈추지않는다.
줄줄 뺨을 흘러내려서, 턱에서 무릎으로, 눈물이 떨어진다.

으응...시작해줘, 마이.

"........."

"...りんご(사과)"

"........."

소리가 나오지않는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ゴリラさん(고릴라상)."

마이가 혼자서 이어간다.

"らっぱ(나팔)..."

.........

"ぱいなっぷる(파인애플)..."

노래같이 연주되는 마이의 끝말잇기.

"...るび－(루비)..."

.........

"......び－だま(유리구슬)"

그것은 자장가같아서 눈꺼풀이 감겨온다.
마이의 모습이 눈물에 가려져간다.
싫어...계속 나는 마이의 끝말잇기를 듣고있고싶어...
듣고싶은데...

"........まり(공)......"

.........

"...............りすさん(다람쥐상)............"

.........

"..........................すいか(수박)......"

.........

"............................................."

.......................................................

유이치 = .........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어둠속에 빨려들어가버렸던 소리는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걸까.

다만 눈을 감고있는 마이가...

유이치 = 마이...

.........

나는 다시한번 눈을 감았다. 그러자, 놀랄정도의 양의 눈물이 밀려나오며 떨어졌다.

다시 눈을 뜨고싶지않다.

내가 그린 미래가운데, 웃고있는 마이와 사유리상에게 둘러싸여살아가고싶다.

그렇게 있다면 행복하다.

이젠 가슴을 찢어발기는듯한 현실도 보고싶지않다.

그래...

봄날도, 여름날도, 가을날도, 겨울날도, 마이의 추억속에서 살아가자.

즐거웠던 추억만을 데리고가자. 그러면 아무것도 괴롭지않아.

모든것은 여기서 끝나버렸지만...

즐거운 꿈을 꿀 수 있을정도의 것들을 충분히 쌓아왔으니까, 나는.

그래서, 정말, 다행이었다.

마이와 사유리상과 만나서,

다행이었다.

.........

......

...

...유이치.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그날의 목소리다.
늠름하게 귀에 잘 들린다.
그런가, 숨바꼭질이다.
숨바꼭질의 도중이었구나...

...유이치.

헤쳐진 보리의 저편에서 마이의 얼굴이 보인다.
계속 전부터 보아왔던것일까....
지긋이, 나를 바라보고있다.

...유이치.

...유이치는 마이가 좋아?

노골적인걸...

그건 지금의 마이일까, 아니면 너일까..?

...지금의 마이. 미래의 나.

좋아하지. 그게아니라면,
나는 지금이렇게 너와....추억속에서 너와 만나고있지는 않겠지...

...마이도 마찬가지야, 유이치가 좋아.

그것은 네가 그러는거야, 아니면, 지금의 마이가 그러는거야.

...둘다. 계속 유이치를 필요로했었어.

왜. 단지 짧은 시간이었을뿐이었는데.

...그게 힘이야.

힘...?

...그래, 마이의 순수한 힘. 나에게 '이사람이다'라고 믿을 수 있게하는 힘.

내가말야....

...그래. 그래서 유이치는, 그날에도 나타나주었어.

...들렸어도 없었어, 그 장소에.

...유이치를 부른 것은 틀림없이, 마이의 그 힘이었을테니까.

...나는 태어나 버렸으니까, 순수한 기도에서 태어나버렸으니까...

...마이와 같이있지 않으면 안되기때문에...

...그래서, 그것은 희망.

...나도 포함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이 세계에의 어딘가에 있다는 희망.

하지만 모든것은 그곳에서 시작되었고, 지금 끝나려고하는거잖아...

...하지만, 그 때부터, 시작하는게 가능해.

...십년이라고하는 시간은, 지금부터라도 되돌릴 수 있어.

...마이는 지금도 그때의 소녀인 채로있으니까.

.........

...그러니까, 잘 부탁해. 미래의 마이를.

.........

...또 만난다면, 그때도 같은 것을 생각할테니까.

...역시 이사람이다, 라고.

.........

...좋아?

으응...

...시작에는 인사를.

누구에게...

...그리고 약속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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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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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 달그락...

"토끼야.... 토끼야..."

달그락 달그락...

스토브에 올려두었던 주전자가 같이 노래박자를 맞춰준다.

"토끼야....토끼야..."

빨간색 크레용이 작게 될때까지, 더이상 잡을 수 없을때까지 계속 했다.

"해냈다...토끼"

어머니에게 노트를 보여드렸다.

"잘했네~"

어머니가 웃어준다.

그러면, 나는 기뻐한다.

어머니는 계속 병원의 침대에 누워있기에 몸이 걱정이었다.

그래서, 웃게해주면, 건강해진것 같아서, 즐거웠다.

"하지만 토끼의 꼬리는 둥글어요. 고양이처럼 길지않아요"

"후에...그래요?"

"보러갔으면 좋을텐데..."

"동물원?"

"그래, 동물원. 동물이 많이 모여사는 곳."

"토끼도 있어?"

"있어요. 고릴라도, 사자도."

"...고릴라도?"

"그래, 우오-ㅅ, 하는 고릴라."

어머니가 가슴을 두들겨 보였다.
그렇게 하자마자 심하게 기침을 했다.

"왓, 엄마..."

"아하하...괜찮아. 조금 너무 기분을 낸것같아."

"응..."

"엄마는 고릴라같이 강하지는 않으니까..."

"괜찮아, 그전에 강해질테니까."

"그렇게 되면, 마이를 동물원에 데려가줄테니까."

"진짜?"

"진짜로. 쭉 약속해왔던 거잖아."

어머니는 나를 낳은것때문에, 몸이 나빠져버린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옛날부터 집안에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둘이서 밖에 나간일 같은 것은 없다.
어머니는 집안을 걸어다니는 것이 최선을 다한거였다.

이병원에 왔을때는, 걷는것 조차 할 수 없어졌다.

창문으로는 부모와 아이가 병문안을 오는 사람들을 잘 내려다볼 수 있었다.
언젠가는 저렇게되어서 어머니와같이 둘이서 나도 햇님밑을 걸어다닐 수 있늘걸까.
'괜찮아'라고 하는 어머니의 말을 믿고서 그날을 기다렸다.
두사람이서 밖에 나갈수있는 날을...
그리고 동물원이라고하는, 동물둘이 많이 있는 장소에 갈수있는 날이,
즐겁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부터는 한치도 몸을 움직일수 없었고,
먹을것도 먹을 수 없게되어버려서, 걱정할 수 밖에 없었다.
가끔식 오는 의사선생님은 아무것도 해주지않는다. 단지 상태를 보고갈뿐이다.
그리고 얼굴을 찡그리곤, 으-음, 이라던가, 므으- 라고 신음할 뿐이었다.
치료할 생각이 없는걸까, 나는 언제나 뒤에서 화내고있엇다.
입밖에는 내지않았지만, 더욱 좋은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좋을거라고 생각했다.

겨울에는 눈.

병원의 정원에도 많은 눈이 쌓였다. 나는 그것을 산더미만큼 모았다.

그렇다.

어머니하고라면, 이걸로 놀 수 있다.
나는 그것을 가득히 옷자락에 담아서는 방으로 돌아왔다.

"엄마, 놀아요."

"열심히 가져와줬구나."

"응."

"그러면 좋은 것을 만들어줄까."

"응"

어머니가, 눈을 뭉쳐서,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꽂혀있던 꽃의 잎도 사용했다.

"자"

완성품을 보고서, 나는 놀라버렸다.

"토끼다..."

"눈으로 만들었으니까, 눈토끼라고 하는거야"

"눈토끼."

하지만, 토끼의 생명은 짧았다.

"아, 녹기시작한다..."

"이 방은 난로가 있으니까"

토끼는 물이되어버렸다.

"다음에 또 만들자, 마이."

"응."

또 한동안 시간이 났다.
나는 방의 창문으로 밖을 바라봤다. 아직 눈은 녹지않았다.

그 위를 부모와 아이가 걸어간다. 발자국이 늘어서서, 계속 이어져간다.
눈이 오자, 그 자국이 사라져갔다. 뒤돌아보자, 어머니는 눈을 감고있었다.
요즘에는, 계속 아픈모양으로, 몸도 일으킬 수 없었다.
창의 밖으로 눈을 돌리자, 언제나 보고있는 풍경.
아까의 부모와 자식은 어디로 가버린것일까.

좋은곳, 일까.

다음날은 눈이 그쳤다.
그렇지만, 밤사이에 엄청 눈이 왔었던것같이, 창에서 보이는 지면언 새하앴다.

"마이..."

자고있을터였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자, 어머니는 눈을 뜨고, 내쪽을 보고있었다.

"...또 아파요?"

땀을 많이 흘리고있었기때문에, 그렇게 물었다.

"아니, 괜찮아."

"다행이다..."

"그것보다...얘, 마이."

"왜요?"

"지금부터 동물원, 가볼까, 엄마랑 둘이서."

"정말?"

나는 기뻐하면서 느꼈다.
어머니가, 할 수 있을리 없는것을.

"........."

"괜찮아, 엄마라면."

"마이와 함께있으면, 계속 건강하니까."

"...정말?"

어머니의 말은 언제라도 믿고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어느때보다도 건강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도시락을 싸지않았지만, 대신에 여기서 하나 들고가자."

병문안때 가지고온 과일이 들어간 바구니를 집어든다.

"마이는, 뭐가 좋아?"

"바나나"

"자, 그러면 바나나를 가지고가서 먹자..."

그 가운데에서 어머니는 바나나를 집었다.

"가자, 마이. 오늘밖에 없으니까 말야.."

그것을 하얀천으로 두르고, 손에들고는, 어머니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도 그것을 거들었다. 어머니의 몸은 무거웠다.

"미안, 괜찮아, 마이..."

몸이 가벼워졌다. 어머니는 자신의 다리로 서있었다.
하지만, 걸을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병원의 뜰은 많은 눈이 쌓여있었고, 태양이 반짝반짝 빛나고있었다.
그 가운데를 둘이서 손을 맞잡고 천천히 걸어간다.
어머니의 체중을 떠받치면서 였기에 힘들었었지만, 그래도 그것은 나에게있어서
아주 행복한 일이었다. 어머니와 둘이서 햇님밑을 걷고있었으니까.
그리고 아주좋아하는 동물들이 많이 있다고 하는 동물원을 향해서.
마음이 울렁울렁거리지 않을리가 없었다.

"우읏..."

계속 나는 흥분해있었다.

"동물원...아직 멀었어요?"

"그래. 일단 병원을 나가서...버스를 타야지."

가끔씩 어머니는, 발을 멈추고 손을 맞잡고서 웅크렸다.
눈위였으니까 차가웠을거라 생각한다..
숨도 새하얗게, 가득 나오고있었다.

"괜찮아요?"

"괜찮아. 조금만더 기다려봐..."

"춥지않아요?"

"응, 괜찮아."

나는 어머니의 손을 쥐어봤다. 아주 차가웠다.

"오랫동안 누워있었기 때문에....엄마가, 체력이 없어진것 같아..."

"조금 쉴까...?"

"응...미안하구나."

"시간은, 많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가까이있던 벤치에 나란히 앉는다.
어머니가 내쉬는 거친 호흡은 전혀 줄지않았다.

"........."

나는 묵묵히 느긋이 기다렸다.
아직 시간은 있다. 천천히 조금씩 동물원에 가까이가면 된다.

킁킁...

정신이 들고보니, 어디에서 길을 잃었는지, 한마리의 개가 발밑에 있었다.

"개에요, 엄마"

".........."

"엄마?"

"...왜그러니, 마이...?"

"봐요, 개"

손을 뻗자, 킁킁하고 그 냄새를 맞더니 그리고는 핥았다.

할짝할짝...

"개, 귀엽네요, 엄마"

쓱쓱하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기쁜듯이 크응하고 소리를 냈다.

"........."

"그쵸? 엄마?"

"........."
"...그렇네, 귀엽구나..."

쓱쓱...

"........."

어머니는 눈을 감고있었다. 괴로운듯 했다

그래서 나는 벤치를 내려와서 힘을 내기로했다.
개도 끄응하고 소리를내며, 응원해줬다.

아주아주 힘을 냈다.

손이 차가워서 아팠다.

피가 빠져나가는 듯이 아팠다.

하지만 열심히했다.

"엄마"

"........."

"엄마..."

"........."

"엄마....."

"....응...."

어머니가 겨우 깨어났다.

"...미안하구나, 마이..잔 것같아..."

"아니, 괜찮아요...그리고, 봐요..."

"...동물원이에요"

나는 손을 펼치면서 서있었다. 많은...토끼들 가운데.
더욱 여러가지 동물을 만들었다면 좋을을 테지만.
나는 눈토끼밖에 만들줄 몰랐다. 그래서, 토끼투성이의 동물원...

하지만, 어머니는 기뻐해주었다.

"멋진...동물원이네"

여지껏 본 적이 없었던듯한 기쁜 얼굴을 해주었다. 그리고 울었다.

"또 아퍼요?"

"...아니, 아프지않아. 괜찮아."

"다행이다."

어머니가 눈물을 손으로 닦았다.

"자, 마이...점심먹을까..."

"엄마가...오랫만에 걸어서, 배가고파졌어..."

"정말?"

".......응"

어머니는 계속 아무것도 먹지않았기때문에 기뻤다.
어머니의 곁에 앉고, 하얀 천의 보따리를 푼다.
그 안에서, 바나나를 집어들었다
개가 가까이왔다.

"개에게도 줄께요, 엄마"

그것을 벗겨서, 개에게 먹게해줬다.
그것을 그대로 나도 먹었다.

"자요, 엄마"

벗긴 바나나를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

"엄마, 바나나"
"맛있어요"

".........."

"...엄마?"

엄마는 자고있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기쁜듯한 얼굴이었다.

"아프지않게된걸까..."
"그치? 개야"

크응

처음 어머니와 집을 나와서.

토끼투성이의 동물원에서...

한마리의 개와 놀며, 같이 바나나를 먹었다.

즐거웠다.

그곳에서의 일은 잘 기억하고있지않다.
정신이 들었을때는, 나는 병원의 복도에서 울고있었다.
그것은 어머니가 죽어버렸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듣지않고서,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에, 나의 꿈을 이루어주기위해서, 어머니는 최선을 다해주었던거라고
알게되었다.

문이 열리고, 발소리가 났다.

친척의 아주머니가, 어딘가로 불려갔다.
나는 의자에 앉아있던 채였다. 앉은채로, 계속 울고있었다.
하지만, 희망만은 버리지않았다. 슬펐어도, 믿고있었다.

또, 어머니가 건강해진다면.

그냥 오로지 바랬다.

건강해질수있도록.

또, 나에게 웃어줄수있도록.

또, 같이 동물원에 갈수있도록.

또, 같이 바나나를 먹게될수 있도록.

어머니가 침대위에서 웃고있다. 의사선생님과 무언가 이야기하고있다.

다행이다.

그날 뒤로, 나는 보통의 사람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그것은 하나님이, 어머니를 건강하게 하기위해서 내려주신 힘이라고 생각했다.
강하게강하게 열심히 믿는다면, 이루어진다.

나만은, 그것을 알고있었던거다.

그로부터 한동안, 나는 친척의 아주머니에게 이끌려서 집을 나왔다.
기다리고있던 것은, 언제나 텔레비전으로 보고있는 것 같은 방이었다.
그곳에서 힘을 보여달라고 들었다.
언제까지나 돌아와주지않았기때문에, 보여주고왔다.

그때부터는, 나와 어머니는 어디에가더라도 괴롭힙당하게 되었다.

"악마의 가족"이라고 불리면서, 괴로운 말을 들었다.
언제까지라도, 그런 생활은 변하지않았고,
나는 자신이 저질러버린 것을 생각하고 슬퍼졌다.

전부 이 힘탓이다.

하지만 이 힘은 어머니를 구할수있는 힘이었기때문에, 나쁘게 생각하면 안된다.
괴롭힘도 심해져서, 괴로운 나날이 이어졌다.

어머니는 아직 건강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병원을 나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먼 마을로 이사를 가게되었다. 나는 아직 모르는 땅으로 생각을 했다.
그곳에는 희망이 있을거라고 믿었다.

많은 친구들이 생기고...

이 힘도 다시 좋아지게될 날이 온다.

반드시.

나오는 날 아침, 어머니가 말했다.

"어머니의 병때문에...너를 이렇게 되게 해버렸지만..."
"하지만...계속 웃고있으렴. 외토리라도."

"응."

나는 대답했다 얼굴에 가득한 웃음으로.

그리고 나는 그곳에 있었다.

풍요의 가을, 그 계절의 한가운데에.

(곧 올거야)

그 '힘'이 말했다.

"올거야."

나는 대답했다.

계속 고동이 멈추지않았다.

그것은 긴 시간을 기다리고있었기 때문에.

나와, 그리고 나의 힘들을, 전부 받아들여줄수있는 사람의 방문.

그것을 안절부절하며, 기다리고있었다.

(자, 마중나가자)

"응"

우리들은 마중나갔다.

...해후의 시간을.

"여어"

하고 나는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뵙겠습니다, 일까"

"아니, 계속 기다리고있었으니까..."

소녀는 가슴이 고동치는 것을 전하려는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 되돌리러 갈까."

"........."
"...이제는 어디에도 가지않을거야?"

"으응, 가지않아."
"우리들은 전에 만났었고, 그리고 약속을 했었으니까말야."
"계속, 마이의 곁에 있을거야."

"...응"

  ...십년의 세월을 넘어서 지금 돌아왔으니까.

  ...반드시 지금이라면, 돌아올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까.

  ...받아줄거라고 생각하니까.

...마지막 하나. 나라고 하는 '힘'의 조각을.

...마지막에, 그것을 이렇게 불러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한다면, 그 바라는 것 을 전부 해낼 수 있는 힘이 생기니까.

...그 이름을...

...희망, 이라고.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