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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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열고 겨울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좋은 날씨였다.
맑아진 공기에 심호흡을 하면서 나는 학교에 갈 준비를 시작했다.
평소대로의 시간.
골목에서 나타난 사람은 마이, 혼자뿐이었다.
나는 두사람을 찾으려고 했었기때문에,
처음에는 그게 마이라고 눈치채지못하고 무시할뻔했었다.
내가 무시한다고해서, 마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리도 없다.
그래서, 마이도 눈앞에 꼿꼿이 서있는것이었다
마이 = .........
유이치 = .........
마이 = .........
마이 = .........
유이치 = .........
마이 = .........
유이치 = .........
마이 = .........
유이치 = 말할거면 빨리말햇.
파악, 하고 얼굴에 촙을 날려줬다.
마이 = ...눈치못챈 유이치가 이상해.
확실히.
유이치 = 그런데, 사유리상은.
마이 = 당번.
유이치 = 정말이야?
마이 = ...그렇게 말했어.
유이치 = 뭐, 어제의 오늘이었으니까.
어제 방과후에, 마이는 사유리상에 대해서, '방해'라고 신랄하게도 말해두었었다.
유이치 = 설마...
우리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싶어지지않아서, 거짓말하고
먼저간게 아닐지도
모른다구?
마이 = .........
그게 맞을 가능성이라는 것은,
제일 사이좋은 마이밖에는 미루어볼 수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마이 = ...지각하겠어.
유이치 = 읏, 그렇구나.
둘만이서 이야기하더라도, 지금은 밤의 학교는 아니다.
일분일초가 소중한 등교길의 한가운데이다.
등교하는 학생들의 물결에 섞여서 걸어간다.
유이치 = 너ㅡ 사유리와 만나면, 기분좀 맞춰주도록해.
내가 말하더라도
안돼니까 말야.
마이 = ...기분을 맞춰?
유이치 = 그래, 기분을 맞춰주는거야.
잘못알아듣고, 촙같은거
날리지말고. 바로 험악해질거야.
마이 = ...필요없어.
유이치 = 어째서?
마이 = 사유리를 위해서였으니까.
유이치 = 그건 알고있지만 말야...
마이도 융통성이라는 것은 씨도 안먹히는 사람이었다.
학교에 도달할때 까지의 사이에, 어떻게 설명하려했지만,
마이를 수긍시킬 수 는 없었다.
마이 = ..........
유이치 = 좀 이따 보자구.
끄덕.
.........
아침부터 사유리상의 미소를 보지 못했기 때문인지, 기분이 안좋다.
정말, 빨리 사이가 좋아지고싶다.
.........
오전중의 수업이 끝나고, 학생식당, 그곳에서 바로 최상층의 층계참으로.
마이 = ..........
유이치 = ..........
마이 = ..........
유이치 = ...하아
그곳에는 언젠가처럼 마이혼자서 뎅그러니 앉아있을뿐이었다.
유이치 = 역시, 꺼려지고있는것 아냐? 너.
마이 = ...꺼려지고있지않아.
유이치 = 그치만, 없잖아. 사유리상이.
마이 = ...도시락은 있으니까.
툭하고, 손위에 있던 4단으로 쌓인 도시락통을 가운데에 내려놓는다.
유이치 = 아니, 그게 피해지고있다고 하는거야.
마이 = ...먼저 먹고있으라고했어.
유이치 = 사유리상은 아마 오지않을거야.
마이 = ...바쁜것 같았으니까.
유이치 = 그것도 구실이라니까.
마이 = ...당번이니까.
유이치 = 수상한걸.
마이 = ..........
유이치 = 자, 찾으러 가보자.
도시락통의 뚜껑을 열려고하고있던 마이를 나는 제지한다.
유이치 = 둘이서 유유자적하게 먹고있을 때가 아니야.
마이 = ...괜찮으니까.
아침과 똑같은 말을 마이는 반복했다.
유이치 = 괜찮은게 아니잖아. 네가 방해된다고 말해서 그런거잖아.
그래서, 나와 네가
같이있는 장소에는
얼굴을 내비치지않으려고하는
것 아냐?
마이 = ..........
유이치 = 네가 가지않겠다면, 나 혼자서 말하고오겠어.
그렇게 말하고, 나는 계단을 내려왔다.
유이치 = 안갈거야?
그 도중에, 전혀 움직이지않는 마이를 돌아본다.
마이 = ..........
...사유리에게 방해가돼.
유이치 = 방해방해라고 하는데...너의 우정이라는건 그런거였냐?
나는 어이가 없어서, 이젠 그이상 마이에게 상관하지않기로했다.
유이치 = 사유리상의 반은?
그것만을 물은뒤에, 그 장소를 뒤로했다.
상급생의 교실이라고하는 것은, 웬지 긴장하게하는 것이 있다.
제복의 포인트의 색으로 학년을 알기때문에, 나는 명백히 하급생이라고 알 수있다.
상급생으로서 본다면, 이런곳에 그 하급생이 웬일로, 하고 달갑지않게 생각하겠지
내 교실에 하급생이 들어온다면, 그럴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마이에게 물어본 교실의 문앞에 서서, 안을 기웃거려본다.
하지만, 그곳에 사유리의 모습은 없었다.
어쩔수 없이 앞을 지나치려고하고있는 여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유이치 = 저, 죄송합니다.
여학생 = 에?
유이치 = 저....
사유리의 성이 뭐였더라...
유이치 = 쿠라타상, 어디에 있는지 모르세요?
여학생 = 쿠라타?
점심시간에는 언제나
없으니까 모르겠지만,
학생식당에서 점심이라도
먹고있는게 아닐까?
유이치 = 아뇨, 그렇게 보이지는 않아서...
여학생 = 아, 맞아. 당번이었기때문에, 그 일을 하고있는지도.
유이치 = 어디에 있는지 모르세요?
여학생 = 글쎄, 모르겠는걸.
유이치 = 그렇습니까, 실례했습니다.
인사하고, 그곳을 떠났다.
당번의 일이라고하는것은 직원실이거나 다음 교과의 자료실이라던가,
그런장소겠지.
그렇다면, 실제 바쁠것이고, 만난다하더라도, 긴말은 할수없겠지.
나는 포기하고, 마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로했다.
마이 = .........
층계참에선, 마이가 도시락에는 아직 손을 대지않은채로 기다리고있었다.
유이치 = 뭐야, 먼저먹었으면 좋았을걸.
마이 = ...그렇게 할 이유도 없으니까.
겨우 도시락의 뚜껑을 열고, 젓가락을 집었다.
실제, 나는 마이와 사유리의 일로 분주했었고,
마이로서도 그것은 잘 알 수 있었을테지.
마이 = .........
마이는 나와 사유리상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신경쓰이지않는걸까.
유이치 = 사유리상말야, 역시 우리들을 피하고있어.
마이 = .........
마이가 젓가락을 멈추고, 내 얼굴을 쳐다본다.
유이치 = .........
...라고 나는 생각하고있을
뿐으로, 사유리는 없었어.
쿠욱.
젓가락으로 미간을 찔렸다. 새로운 공격법이었다.
(그냥 젓가락을 가만히두는 것이 성가셨던 것 뿐이겠지만.)
유이치 = 일단은 사유리상이 정말 당번으로 바쁘다, 라는것만은 알았어.
마이 = ...처음부터 말했어.
유이치 = 너는 둔감하니까, 신용할 수 가 없었어.
마이 = .........
유이치 = 어쨌던간, 나는 사유리상과 이야기를 해볼거야.
그러니까, 방과후의
연습은 없어.
마이 = .........
겨우 우리들은 늦은 점심을 먹기시작했다.
그리고, 당번의 일이 그렇게 바뻤는지,
결국 사유리상이 점식식사중에 나타나지는 않았다.
5교시때가 끝났을 때였다.
목소리 = 유이치- 잠시 시간좀 내줄수있어요-?
노트를 덮는 도중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유키치고는 말투가 이상한데, 라고 생각하며 얼굴을 들었다.
유이치 = 크앗...
사유리 = 아하하-ㅅ.
사유리상이었다.
이 사람에게서는 한번들어온 교실은 학년이 달라도, 자기반같이
생각하는거겠지.
망설임도 없이, 교실의 제일 깊숙한, 내 자리의 바로앞에 서있었다.
유이치 = 나가지.
나는 당황해서 그 사유리상을 복도로 데리고 나갔다.
사유리 = 사유리는 교실안이라도 괜찮았는데요.
유이치 = 내가 좋지않아.
사유리 = 슬슬, 유이치의 친구들에게도 얼굴을 익히게해줘야
할 참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유이치 = 기억하지않는쪽이 좋아.
사유리 = 그래요?
유이치 = 그래요!
한번 교실을 알려준걸로 끝인거냐 라는지도 모른다.
유이치 = 그래서, 무슨일이야? 나도 사유리상하고 할 이야기가 있었던 참이었는데.
사유리 = 아, 유이치도 알고있었군요. 역시-
사유리상은 혼자서 알아맞췄다는 듯이 말하고있지만,
나는 무엇을 말하고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사유리 = 그러면, 같이 보러가요.
유이치 = 좋아, 가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유리의 권유라면 거절할 이유도 없다.
사유리 = 그리고, 유이치는 이미 결정해뒀어요?
유이치 = 아니, 골라두지는 않았다고 생각해.
사유리 = 그래요? 그러면 잘됐네요. 사유리도 결정하지않았어요.
그러니까 유이치,
두사람이 하나로 하지않겠어요?
유이치 = 그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사유리 = 그렇죠?
어떻게든 적당한 대답을 하고있는 가운데, 멋대로 말이 진행되어버리고있다.
유이치 = 그런데, 무슨이야기야?
사유리 = 후에?
사유리 = 생일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유이치 = 에? 사유리의? 그건 축하할일인데.
사유리 = 아니에요, 마이의 생일이에요,.
유이치 = 마이? 그것도 축하할 일이군.
사유리 = 그래서 같이 선물을 사러가지않겠어요, 라고 말을 하고있는게 아니겠어요.
유이치 = 아, 그랬던건가.
겨우 나도 말을 이해한다.
사유리 = 여러가지를 사는 것보다, 그쪽이 좋은것을 줄수있다고
생각해서,
마이를 기쁘게해줄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말하던 중에, 종이 울렸다.
사유리 = 그러면, 오늘 방과후, 마이에게 비밀로하고 사러가자구요-
유이치 = 으응, 알았어.
손을 흔들고, 우리들은 헤어졌다.
마냥 나는 부끄러울 뿐이었다.
나도 사유리상에게 말했을 터이지만, 그런것은 이미 아무래도 좋았다.
얼마나 마이에게 신랄함에 당해왔었는지, 결국 사유리상은 마이가 좋은 것이다.
그정도로 3년간 이어진 유대관계는 끄떡하지않는다. 그것이 지금의 사유리상과의
이야기에서 잘 알았다. 아니, 그런것은 오래전부터 알고있을터였다.
하지만 조금, 정말 조금 의심을 품게하는 것이 나타나버렸기때문에,
나는 그대로 의심해버리고말았다.
유이치 = (이래서는 친구실격인걸.)
사죄의 의미를 담아서, 마이에게 선물 고르기에 충실하자라고 생각했다.
6교시의 수업이 끝나자, 나는 난폭하게 가방을 쥐고선 곧바로 교실을 뒤로했다.
사유리 = 왓...
그러자, 반대로 교실에 들어오려하고있던 사유리상이
뛰어나가던 나를 보고서 소리를 냈다.
유이치 = ...가자구, 사유리상.
사유리 = 넷.
결국 오늘은 사유리상과 만나는 것이 되었다.
어느쪽이던간에, 방과후에 사유리상과 이야기를 한다 라고 생각했었기때문에,
결과적으로 같았다.
검의 훈련은 빼먹게되었지만, 마이에게는 점심시간에 전해두었기에, 소화기를 든채로 안뜰에서 기다리는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유이치 = 그렇다 해도, 뭔가 기뻐하겠지.
상점가에 도달하자, 당연한듯이 그 화제를 꺼내어본다.
사유리 = 무엇을 주어도 기뻐해줄거에요.
유이치 = 무엇을 주더라도 그대로인채, 일듯한 기분이 들지만...
사유리 = 네?
유이치 = 아니... 작년에는 무엇을 줬어, 사유리상?
사유리 = 작년에는 오르골이었어요.
작은 돼지가 많이
날고있는 귀여운 오르골이에요.
유이치 = 돼지가 날아?
사유리 = 네. 천사돼지거든요-
유이치 = .........
머릿속에 상상해보지만, 귀엽다고는 부를 수 없는 물건이 되어버린다.
실제는 상품일테니까, 그정도의 물건은 있겠지.
유이치 = ...그래서, 기뻐해줬어?
사유리 = 네. 아주 많이.
유이치 = 그렇다해도, "꺄아-ㅅ, 기뻐엇-!"이라던가 말하지는 않았겠지?
사유리 = 고마워, 하고 말해줬어요.
유이치 = 그건 예의니까 말했겠지. 그것의 어디가 '아주많이'야.
사유리 = 그게 마이의 진심이 담긴 성의에요.
유이치 = 그런거야?
사유리 = 그 증거로 사유리의 생일에는
산더미같은 꽃다발을
안고서 집까지 가져와줬어요.
유이치 = 헤에....
사유리 = 정말로 산더미많큼이었다구요.
사유리상은 크게 팔을 벌려보인다.
사유리 = 그래서 앞이 안보여서 도중에 몇번이나 전신주에
부딛힌 것 같았어요.
코가 새빨개져있었으니까.
유이치 = 그녀석은 바보인가...
사유리 = 하지만 그게 성의에요. 보통사람이라면 할 수 없을정도의 성의에요.
유이치 = 확실히 그렇군. 그건 알고있어.
나는 그런 마이의 서투른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자신도모르게 쓴웃음을 지어버린다.
사유리 = 겉모습만으로 기뻐하는 사람보다 훨씬 기뻐해요, 마이는.
유이치 = 그러면, 우리들이 주고싶은 것을 주는 것이 제일이란
소리인가.
모든 것은 성의,
라는 것이군.
사유리 = 그런거죠.
유이치 = 뭘 주고싶어?
사유리 = 글쎄요......유이치는?
유이치 = 숫돌.
사유리 = 네?
유이치 = 아니, 농담이니까 안들어도 괜찮아.
사유리 = 으-음, 어떻게할까요...
유이치 = 이럴때는 정말 여자애다운 물건이 좋겠는걸.
사유리 = 그렇네요.
유이치 = 봉제인형이라던가. 그것도 이 상점가에서 제일 큰.
사유리 = 알았어요.
유이치 = 괜찮겠어?
사유리 = 괜찮아요.
유이치 = 그러면, 나눠져서 찾아보자. 상점가는 넓으니까
말야.
사유리상은 그쪽.
나는 이쪽의 가게를 돌아볼테니까. 30분후에 집합.
사유리 = 네.
유이치 = 그러면, 해산-
.........
......
...
30분후...
유이치 = 역시나...이건 큰걸...
사유리 = 그렇죠?
유이치 = 하지만, 잘 모르겠어...
사유리 = 그렇네요.
유이치 = 내가 봤던 인형은 이것보다 한결 작지만,
틀림없는 기린이라고
알 수 있는 물건이었어.
하지만...이건 뭐야?
사유리 = 글쎄요...
대체, 가게의 규모도 짐작하기 힘들고, 뭐하는 가게인지도 잘
모르겠다.
골동품에서, 잡동사니같은 것들이 뒤섞여있다.
유이치 = 귀엽지않은데...기린으로 할까.
목소리 = 기다려.
갑자기 등뒤에서 소리가 들려, 나는 물러서듯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노인 = 개미핥기라구.
키작은 노인이었다. 아마도 이곳의 주인이겠지
노인 = 그중에서도 약 1.5미터의 엄청큰 몸체를
자랑하는 큰개미핥기라구.
커다란 발톱으로
개미집을 파헤쳐내고...지렁이 같은 모양의 긴 혀를
내밀어서 개미와
흰개미를 낼름낼름 게걸스럽게 먹지.
어때, 귀엽지?
유이치 = 지금말한 대사의 어디가 귀엽학 생각되는 요소가 있지?
노인 = 그런가, 유감인걸. 어떤 젊은이들에게도
사랑받지못하는 것은
불우한 시대에 봉제인형이
되었기때문인가...
유이치 = 하고싶은 말은 이녀석을 만든 메이커에게 말 좀
해달라는거야 .
대체, 이런 이상한
생물을 실물크기로 만든쪽이 이상해. 사유리, 가자.
사유리 = 기다려, 유이치.
돌아가려고하는 나를 불러세운뒤, 사유리상은 허리를 굽혀서 키작은
주인노인과
얼굴을 마주보았다.
사유리 = 저, 할아버지.
노인 = 왜그런가.
사유리 = 이 봉제인형이, 그렇게 인기가 없어요?
노인 = 응, 없지, 전혀 없지, 슬퍼질정도로 없어.
사유리 = 하에~...불쌍하네요.
유이치 = 어이, 사유리상...설마...
사유리 = 이걸로 하죠, 유이치.
유이치 = 크앗...진심이야, 사유리.
사유리 = 괜찮아요.
어떤 애라도 귀여워해줄거에요.
마이라면.
유이치 = 정말이야? 공중에 던져져서 3단 잘라떨어뜨리기 당하지는 않을까?
사유리 = 절대 괜찮아요. 마이도 얘도 기뻐해줄거에요.
노인 = 마음씨 고운 아가씨네. 반값을 깎아 주도록하지.
유이치 = 그건 너무 깎는걸텐데, 할아범.
노인 = 아니, 감동된 것에 대한 예의다. 가져가줘.
사유리 = 다행이네요, 유이치.
유이치 = 하아, 잘된건가, 잘못된건가 잘 모르겠다구...
사유리 = 잘된거에요.
사유리상의 밀고나가기에 밀려서, 그 거대한 개미핥기의 인형을
구입하고
집에 돌아왔다. 하룻밤만이라도 같이있고싶어, 라며 사유리는
그것을 등에 업고서 돌아갔다.
개미핥기가 두다리로 걷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뒷모습이었다.
거대 개미핥기에 힘을 빼앗긴 나는 그대로 집에 돌아왔다.
검의 훈련이 없겠기 때문에, 오늘은 빠른 귀가가 되었다.
저녁을 먹고, 그뒤에 자기방에서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평소대로의 시간이 되자, 집을 뒤로했다.
야식은 거의다 편의점에서 사고있었다.
오늘도 편의점에서 사려고하려던 차에, 그 앞에 한대의 경트럭이 서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퍼져온다.
최근은 볼 수 없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것은 어느 시대로도 변하지않는다.
유혹당하고 있는것 처럼, 그곳에서 오늘의 야식을 마련했다.
그리고 신문지로 덩어리를 싸고, 밤의 학교로 향했다.
.........
유이치 = 여어.
마이 = .........
유이치 = 네가 말한 대로였어, 괜찮았었어.
마이 = .........
어떤 말을 하고있는건가 마이도 알고있겠지.
의기양양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유이치 = 의심했던 내가 나빴어. 그 대신에, 오랫만에 훌륭한
야식이야.
나는 손에 들고있던 것을 마이를 향해서 던졌다.
유이치 = 군고구마야. 뜨거우니까 조심해.
삭.
마이가 신문지에 싸여있던 그것을 검끝으로 찔러서 받고있었다.
유이치 = 야, 먹는것가지고 장난하지마.
마이 = ...뜨겁다고 말해서.
그것을 빼서는, 손안에 떨어뜨렸다.
유이치 = 고구마니까, 마이도 좋아하겠지?
마이 = ...상당히 싫지않아.
예전부터 신기해온거지만,
어째서인지 여자애들은 일반적으로 군고구마를 좋아하는 의향이 있다.
마이도 그것에 들어맞는다,
라고 하는 것은 훌륭히 여자아이의 기호를 가지고있다는 뜻이다.
유이치 = 자, 떨어뜨리지말고, 빨리 먹어버리자구.
둘이서 묵묵히, 고구마를 먹기시작했다.
그것을 다 먹고서는, 등을 맞대고 복도에 선다.
유이치 = .........
마이 = .........
유이치 = ...오늘은 나타날까.
마이 = ...글쎄.
유이치 = .........
마이 = .........
유이치 = 방귀,뀌지마. 바로뒤에 내가 있으니까.
마이 = ...유이치야말로.
유이치 = .........
마이 = .........
나는 엉뚱한 것을 생각한다.
유이치 = (이럴때, 뭐였더라..
겨드랑이밑에 손바닥을
끼워넣고, 힘껏 팔뚝을 조이면, 방귀와 똑같은
소리가 난다고 하지...
이렇게였던가...?)
떠올렸던 대로 해본다.
뿡!
유이치 = 오, 나왔다.
덧붙여 말하자면
이번 것은 진짜 방귀는 아니라구.
뒤돌아보자, 마이는 십미터정도 떨어진곳에 서서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고 있었다.
마이 = .........
유이치 = 이봐, 그렇게 순식간에 도망갈건 아니란말야!
그리고, 너무 빨라.
마이 = .........
뚜벅뚜벅 걸어와서는 다시 나와 등을 마주하고 선다.
유이치 = (정말, 진심인지 장난인지...)
그렇다 하더라도, 소리를 듣자마자 달아난다, 라고 하는것도
무서울정도의 민첩성이었다.
『경이! 방귀소리를 들으면 도망치는 여자!』라는 텔롭은 꽤나 흥미를 끌지도 모른다.
유이치 = (그렇더라도 나였다면 안보겠군...)
사--------ㅅ...
유이치 = ...응?
정신이 들고보니, 소리가 나고있었다.
유이치 = 어이, 마이...
그 등을 팔꿈치로 찌른다.
마이 = ...뀌려면, 떨어져.
유이치 = 틀려, 방귀가 아냣!
소리가 안들리는거야?
마이 = ...수도에서 물이 흐르고있어.
어디에 그런 확신이 있는것인지는 몰랐지만, 확실히 듣고보니
수도에서 흐르는
물소리로 들렸다. 마이는 계속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던거다.
마이 = ...이제 조금있으면 올거야.
유이치 = 어떤 이유에서야...
그리고, 그쪽에 간다면
있다는 식의 일은 아니야?
마이 = 이젠 없어.
마이는, 소리가 나는 쪽과는 반대를 향하고있다.
지긋이 그 앞을 주시하고있었다.
마이 = .........
촤-----앗!
이번에는 가깝다. 수도관이라도 파열한듯한 소리.
아마도 화장실 안이겠지. 놓아둔다면, 물로 가득차게된다.
유이치 = ...마이.
마이 = .........
마이는 꼼짝도 하지않는다.
유이치 = ...보고와도 괜찮아?
마이 = ....안돼
유이치 = ...그래? 알았어
마이 = .........
촤아-----ㅅ...
그 소리가 방해가 되어서, 마물이 내는 소리가 들리지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이젠 마이에게 의지하는 수 밖에 없다.
설마 만약에, 지금 눈앞에 놈이 있어서, 그 예리한 손톱으로 내 가죽을 찢으려고
하고있는지도 모른다.
꿀꺼덕...
침을 삼켜보지만, 그 소리도 잘 들리지않았다.
마이 = ...여기 있어.
마이가 그말을 남기고 뛰어갔다.
유이치 = 에...?
뒤돌아보자...
콰당!
빈공간을 향해서, 마이가 검끝을 비틀어 넣고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의 기세에 마이의 발이 미끄러져간다.
마이 = ......!
아니, 틀리다...저것은 의도한게 아냐. 무언가에게 끌려가고있는거다.
검을 끌리고있어서, 저항의 여지도 없다.
마이의 등이 멀어져간다.
하지만 그 도중에 마이가 검을 놓았다. 왜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유이치 = .........
알 수 없었다. 마이는 내쪽을 향해서 맨손으로 달려오고있었던 거다.
마이 = ...유이치!
나는 바보다.
눈치챘지만 너무 늦었다.
머리를 얻어맞고있었다.
그 충격은 정수리를 뚫고, 안구를 격하게 진동시키며 발끝으로 빠져나갔다.
유이치 = 크으...
어쩔수 없이 무릎을 꿇었다. 서있는 것 조차도 할 수 없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 무언가 뜨거운 것이 흘러나오고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이 = 유이치, 정신차려...
마이의 손이 내 손에 닿는다.
그 손에서 전해져오는 따스함.
마이 = 유이치, 간호는 뒤에 얼마든지 해줄께...
...지금은, 그 손에
있는것을 빌려줘.
유이치 = 이거말야...
쥐고있던 목검을 손을 놓았다. 뗑그렁, 하고 구를것이었던 그것은
마이에 의해서
쥐어진 것이겠지, 소리는 나지않았다.
대신 바람이 느껴졌다. 마이의 냄새를 머금은 바람이었다.
마이 = 유이치...
마이에게 불려졌을 즈음에는 시력도 회복되어 있었다.
마이 = ...보여줘.
마이의 손이 내 머리를 잡고 부드러운 베게로 유도했다.
번거롭게 돌려말할 것은 없다. 마이의 허벅지베게다.
바로 눈앞에 마이의 얼굴이 있었다.
마이 = .........
마이의 손가락이 내 한쪽눈을 크게 벌린다. 그 마이는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유이치 = ...어때?
마이 = 괜찮아...
손가락이 떨어졌다. 그러자 마이의 얼굴도 자연스레 떨어져서 조금은 아쉬웠다.
유이치 = 그런가...
녀석들은...?
마이 = 한마리, 잡았어.
유이치 = 그 목검으로 말야.
마이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마이 = ...중간에 검으로 바꿨어.
내가 쓰러져있던것은, 짧은 시간은 아니었었던 것 같다.
마이 = ...유이치, 미안해.
유이치 = 뭐가.
마이 = ...내가 판단을 잘못해서...
유이치 = 아냐, 그런건 아니야...
내가 멍청해서 그랬던거야.
언제나 발목을 잡을뿐이라 미안한걸.
마이 = .........
유이치 = 그리고 마이가 검을 버리기까지 하면서 달려준것에는
감동했다구.
마이 = 그래....
유이치 = 응.
마이 = .........
...유이치
유이치 = 으응?
마이 = ...슬슬 비켜줬으면 좋겠어.
유이치 = ...아니, 너 말했었지.
간호는 뒤에 얼마든지
해줄테니까, 라고.
마이 = .........
유이치 = ...그러니까, 조금만 더...안될까?
마이 = ...나는 상관없지만.
조금만, 응석을 부려보기로 했다.
마이가 이렇게 연상의 여성으로 느껴지는 기회같은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
...
돌아갈시간...
바닥이 딱딱한데 정좌를 계속하고있었기 때문이겠지.
쿵!
다리가 저리던 마이가 일어서던 도중에 복도의 벽에 얼굴을 들이받고있었다.
마이 = ...아파, 유이치.
유이치 = 그게, 나에게 말하더라도 곤란한데...;
.........
싸움에서 받은 데미지때문에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어떻게든 집에
도착했다.
조금이라도 신체를 쉬게하기위해서, 천천히 목욕을 한뒤에 쓰러지듯이 침대에 누웠다.
잠깐동안의 휴식이다.
내일 싸우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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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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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아침도 조금 늦은 것 같았다.
평소의 골목을 지나친 앞에서, 두사람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사유리상은 또 어제저녁때처럼 두다리로걷는 개미핥기로 변해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선물인 인형은 가지고오지 않은 것 같다.
역시 그 크기로는 학교에 몰래 가지고오기에는 너무 눈에띄기 때문이겠지.
유이치 = 여어, 안녕.
뛰는 걸음으로 뒤쫓아서는 그 기세로 팡,하고 동시에 두사람의
어깨를 쳐주었다.
얼굴에 가득찬 미소와 평소대로의 무표정이 돌아본다.
마이 = ..........
사유리 = ..........
마이 = ...안녕.
유이치 = 우오! 마이 쪽이 먼저 말했다! 그것도 확실히 빨랐어...
사유리 = 아하하-ㅅ, 성공이네요. 안녕하세요, 유이치.
마이 = ..........
샤유리 = 마이가 인사할때까지, 사유리도 하지않는다, 라고 말해뒀어요.
마이 = ...이젠 두번다시 이런 약속안해.
마이가 화난듯이 사유리상을 노려보고있었다.
유이치 = 뭘 하고있었던걸까...
그런 두사람이 말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있으면,
정말 어제의 나는 바보같았다고 생각한다.
유이치 = 그런데, 사유리상.
나는 사유리상에게 귓속말을 한다.
사유리 = 후에?
유이치 = 선물은 언제 줄거야?
사유리 = 지금은 가지고오지않았지만, 확실히 시간에 맞춰서 오늘중으로 주려고해요.
유이치 = 라저-
사유리 = 생일파티는 다음 일요일에 확실히 열테니까
거기에도 나올수있도록
해주세요.
유이치 = OK-
어디까지라도 예상이었지만, 사유리상이 주도하는 생일잔치가
된다면,
말도안되게 화려할것같은 느낌이 든다. 참가자는 드레스라던가, 턱시도같은 것을
입고올까. 마이는 곤돌라에 타고서 등장하는 걸까.
사유리 = 봐요, 또 마이가 혼자 가버려요.
유이치 = 앗....어이, 마이! 기다려.
우리들은 앞서 가는 마이를 언제나처럼 뒤쫓았다.
사유리 = 그러면-이만-
유이치 = 으응.
마이 = ..........
.........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가끔씩은 기특한 것을 생각해본다. 실제는
안그래도 못하는 과목이라 지금 현재 성의있게 듣고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은
비밀이다.
거기에, 진지한 태도가 15분정도밖에 유지되지 않았다는 것도 비밀이다.
...이 과목은 버리자.
나는 확실히 포기했다.
.........
오늘은 4교시째의 수업이 늦게끝나서 학생식당에 가는것이 늦어버렸다.
인파에 휩쓸리면서, 어떻게 목적의 빵을 습득하고 나는 층계참을 향했다.
사유리 = 네, 어서오세요-
내가 자리잡고 앉자, 도시락통이 늘어놓아진다.
그것들은 평소보다 화려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마이의 생일이라고하는 암묵적 사실이기도 했지만,
사유리의 입에서 그럴듯한 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설마 마이가 스스로...
마이 = ...그러고보니 오늘, 생일이라서.
같이 말하는 것은 생각되어지지않는다.
그 이전에 마이는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고 하는것 조차 잊고있을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사유리는 선물에 대한것도, 생일잔치의 일도, 본인에게는 입다물고있다가,
놀래켜주려는 속셈이겠지. 그래서 마이가 진짜 놀랠까 아닐까는 의문이었지만,
사유리가 그렇게 하고싶다면, 나도 그것에 따라주기로했다.
마이 = ...그러고보니
웬일로 말없던 마이가 스스로 입을 열었다.
마이 = ...오늘.
엑, 하고 사유리와 내가 얼굴을 마주보았다.
마이 = ...청소당번이니까.
쿠당!
사유리상이 도시락통에 얼굴을 쳐박은듯한 모습을 하고있다.
나는 완전히 카레빵의 카레속에 코를 쳐박아버리고있었다.
마이 = ......?
우리들의 반응에 마이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곧 도시락을 먹는 것을 계속한다.
우물우물...
사유리 = .........
유이치 = .........
마이 = ...그러고보니
다시 마이가 젓가락을 멈추고는 입을 열었다.
마이 = ...오늘.
이번이야말로 큰일이닷, 하고 사유리상과 내가 얼굴을 마주본다.
마이 = ...청소당번이니까, 라고 말했었지.
쿠궁~!
유이치 = 너는 치매걸린 노인이냐!!!
나도모르게 있는힘껏 소리를 질러버린다.
사유리상도 확실히 지금것에 도시락통에 얼굴을 쳐박아버렸던것이겠지,
콧등을 손수건으로 닦고있다.
마이 = ......?
당사자인 마이는 변함없이 우리들의 반응에 당혹해할뿐이다.
유이치 = 너, 우리들을 가지고놀고있는건 아니겠지...
마이 = ...가지고 놀거나하지않아.
유이치 = 실제로는 그렇겠지만, 타이밍이 너무 좋다구...
사유리 = 아하하-ㅅ...;
겨우 말을 했구나..란 느낌에 사유리상이 쓴웃음을 짓고있었다.
사유리 = 그러면, 유이치.
유이치 = 으응.
마이 = .........
두사람과 헤어지고, 나는 뒷모습이 사라질때까지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후의 수업이 시작한다. 나도 서두르자.
유이치 = (그러고보니, 결국 어떻게할 생각인걸까, 사유리...)
자세한 말은 듣지못한 상태였다.
그러자, 생각하던중에, 나는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날 마지막 수업이 끝나자, 교과서를 내버려둔채로, 곧바로 교실을 빠져나왔다.
사유리 = 왓...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서로 지나치며, 교실에 들어오려고 하는
사유리상이
막 뛰어나가려던 나를 보고서 소리를 질렀다.
유이치 = 역시, 올거라고 생각했어,
사유리 = 후에~, 대단해요, 유이치.
사유리가 올걸 알고있었던거에요?
예감적중이네요.
그것이 '안좋은 예감'이었다는것에 대해서는 입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유이치 = 그래서, 오늘은 어떻할거야?
사유리 = 그게, 늦어질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유이치는 돌아가주세요.
유이치 = 알았어. 원래 부활동이 없으니까.
사유리 = 그러면, 연락할테니까, 연락처를 알려주세요.
유이치 = 으응.
사유리상은 바쁜것일까. 나의 집전화번호만을 묻고는 탁탁탁 뛰어갔다.
유이치 = .........
돌아갈까.
나도 출입구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노을이 질 즈음에 집에 도착해서는
사유리상으로부터의 연락을 기다렸다.
책을 읽거나, 멍하니 TV를 보거나 해서 적당히 시간을 때웠다.
그래도 전화는
오지않는다. 뭔가 일이라도 일어났나 해서, 먼저 저녁을 먹어두기로했다.
저녁밥을 먹을때에서 전화는 오지않았다. 중지라도 된것일까. 그럴리는 없다.
중지되었다면, 사유리로부터 그 것을 알리는 전화가 왔을것이다.
안절부절하면서 자신의 방에 돌아갔다가, 거실에 내려왔다가하며
집에서
우왕좌왕한다. 평소대로 밤의 교사에 나가려는 준비를 하면서 전화앞에 선다.
.........
전화는 울리지않는다.
마이를 내버려둘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사유리와의 약속을 깨고 집에 없을 수 도 없다.
...아냐, 가만히있어봐.
사유리 자신은, 마이와 최종적으로 만나기때문에... 나는 시계를 본다.
언제나의...그 시각이다.
유이치 = .........
기분나쁜 예감이 들었다. 그것은 정말로 불길한 예감이다.
사유리상의 연락처는 모른다.
그렇다면, 한시가 급하다. 나는 충동적으로 집을 뛰쳐나갔다.
뛰어나가버리면서, 나는 후회했다.
이게아냐...
사유리상이면, 마이와 만나기전에 반드시 나에게 연락을 할터이다.
선물을 넘길듯한 그런 상황에서 쑥 빠져나가듯이
사유리상 혼자 마이와 만나거나 하지않을 터였다.
만약에 나는 유일한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을 자신의 손으로 없애버린것은
아닐까.
나는 가까운 공중전화를 발견하고는, 뛰어가서, 전화카드를 찾을 틈도없이
동전을 쑤셔넣고는 집의 다이얼을 돌린다.
목소리 = 네, 미나세 입니다.
태평한 나유키의 목소리가들렸다.
유이치 = 나야, 유이치.
나유키 = 왜그래? 당황해서는.
유이치 = 나한테 전화온것 없었어?
나유키 = 응, 있었어.
유이치 = 서로엇갈렸나보네. 유이치가 나간뒤에 바로 걸려왔었어.
내용을 듣는편이 두렵다. 연락을 기다리고있어줘, 라고 바랄뿐이다.
나유키 = 쿠라타라는 여자. 지금부터 학교로 갈거니까 와달라고.
나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알고있었다, 사유리상은...
밤의 학교에 마이가 있다는것을...
나유키 = 이거, 설마...고백?
놀리려는듯한 나유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몇번이나 나는 사유리상과 마이를 의심하면서 알게되었다.
너무 멍청하다. 바보에 멍청이에 얼간이였다.
10분 정도 집을 나오는 것을 참았더라면 좋았을텐데, 나는 밖에 뛰어나왔다.
나는 교문앞에 선다.
밤의 교사는언제나처럼 조용했다. 항상그랬었다.
내가 올때까지 절대적인 정적을 지키며..
전속력으로 달렸기때문에 숨이 가빴다.
그이외의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않는다.
아무일도 없을터였다.
단지 마이가 서서 배고파하고있다. 그것뿐일 것이었다.
아무것도 바뀌지않기를 마음으로 바라면서 나는 교사에 들어갔다.
유이치 = 마이...
마이는 서있었다. 그것은 평소대로였다.
아무일도 아직 일어나지않았다.
마이 = .........
유이치 = 마이...
마이의 얼굴은 아직 보이지않는다.
등을 돌리고는 복도 막다른곳의 벽을 향하고있었기때문이다.
유이치 = 어이, 마이, 듣고있는거지...?.
나는 그 등을 향해 소리쳤다.
마이 = .........
유이치 = 야아, 마이.
마이 = .........
갑자기 마이의 몸이 힘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대로 벽에 쓰러졌다.
그 마이의 저쪽, 일직선상의 막다른 곳의 벽이 보였다.
마이 = .........
커다란 개미핥기의 인형이 쓰러져있다.
...피의 웅덩이에 젖어있는채로.
마이 = .........
유이치 = ...야...마이.
마이 = .........
마이의 몸은 완전히 벽에서 흘러내려서, 바닥에 둥글게 드러누워버렸다.
.........
.....
...
우리들은 서로 아무말도 하지않고 사유리상이 실려간 병원으로
향했다.
대합실에서 묵묵히 의사의 처치를 기다린다.
밤늦도록, 불빛은 일부밖에 켜지지않고, 싸늘한 분위기만이 감돌았다.
이윽고 진찰실에서 하얀옷의 남자가 나온다.
의사의 설명은 간단했다.
경추손상. 한동안은 입원생활을 해야한다는것이다.
외상이 상처자국으로 남지않는다는 것만이 자그마한 위안이었다.
병원에서 쫓겨난 우리들은 어떻게해야 좋을지 몰랐다.
앞쪽에 서있던 마이가 말없이 걸어간다.
유이치 = ...돌아가는거야?
마이 = ...학교.
그 한마디을 했을뿐 뒤는 일절 말하지않았다.
나도 말없이 뒤를 따랐다.
교실안에는 창가의 책상에 걸터앉아있는 마이의 모습이있었다.
달빛을 받아서 청백색으로 빛나고있는듯이 보였다.
밤의 마이는 언제라도 환상적이라고 말하는게 어울린다.
마이 = 유이치...
유이치 = 왜그래.
마이 = 곁에 있어줘...
유이치 = ..........
나는 책상사이를 빠져나와, 마이가 있는 창가에 섰다.
마이 = 옆에 앉아줘...
유이치 = 좁다구.
마이 = 괜찮아...
하나의 책상에 두사람의 허리를 늘어서게한다.
유이치 = 왜그래 마이.
마이 = .........
나때문에...또 사유리가
다쳤어...
유이치 = 그렇게 한쪽으로만 자기를 책망하지마.
네 탓이 아냐. 여러가지
불운이 겹친것 뿐이라구.
나야말로...경솔한
행동으로 막을 기회를 놓쳐버렸어.
마이 = .........
그래서 나만이...
...이렇게 멀쩡하게
다치치않고 있어.
마이는 내가 말하는 것 따위는 듣고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단순히 일방적으로 자신을 책망하고있다.
유이치 = 그 대신에 너는 싸우고있었잖아.
마이 = 너무나 보잘것없는 댓가...
무엇을 말하더라도 지금의 마이에게는 소용없었다.
자학적인게 너무 지나치다.
위로의 말도 잃었을때...
마이 = .........
마이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리고 목덜미에 무언가가 닿았다.
마이의 입술이었다.
마이 = 유이치...
그 목덜미에서 머금은 소리. 호흡의 열이 전해져온다.
마이 =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엇다.
이대로 계속 전의 일을 말하고있는것인지,
아니면, 지금 현재의 일을 말하고있는지.
마이 = 유이치...
온기는 계속 느껴진다. 마이의 몸이 내몸에 밀착되었다.
그녀는 말도 없이 전하려고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서툴더라도 나는 알았다. 계속 같이 있었기때문에 안다.
상처입은 마음을 위로하기위해, 그녀는 그런것을 구하고있는 것일까.
그런것으로 덮어 숨기려고 하려는 건가.
내가 지금 여기서 그것에 응해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마이가 구하는것은 단 하나.
상처다.
사유리와 같이 상처입고싶어하는 것 뿐이다.
그런것, 응해버리면 안된다. 상처입어보고, 그걸로 지금 사유리상과 같은 경우를
맛보는 것으로 무엇이 달라진다고하는걸까. 그걸로 앞으로 나아갈수있을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강함이 얻어지겠는가.
약한 자신이 드러날 뿐 아닌가.
지금, 괴로움을 견딜 수 있는 강함을 알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의 마이로는 혼자서는 견뎌낼 수 있을것 같지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상처입히지않고, 위로해주기로했다.
말없이 그 몸에 팔을 감아서 껴안았다.
계속 긴장되어있던 마이의 몸이 이윽고 조용히 쓰러지며
모든 체중을 나에게 실었다.
그 소녀의 몸을 나는 계속 지탱해주고있었다.
계속 두사람이 같이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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