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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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뜰때의 느낌이 좋은 아침.
행사날이라는 것이 결정되어서 일어나는게 편했다.
정확히는 일어나는게 편하다...라는건 아닐지도 모른다.
어제저녁부터 흥분상태로 단순히 그냥 얕은 잠이었을 뿐이다.
(이 점은 어렸을때하고 달라지지 않았군)
아침밥을 먹고, 거울을 향한다.
흥분이 계속되고있는걸까. 나유키에게 태도가 이상하게 산만하다고 지적당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머리모양을 가다듬어봤다.
오늘은 무도회이기에, 조금은 멋내보고 싶었던거였다.
하지만, 평상시에 하지 않던일에 신경을 쓰더라도, 잘하게 될리는 없었다.
몇번이나 계속 시행착오를 한 끝에, 평상시하던대로 하고 가기로 했다.
나갈때, 또 한번 나유키가 괴상한 얼굴을 한 것은 이젠 무시했지만.
유이치 = 어이, 두사람.
나는 일상사가 된 아침인사를 교환한다.
유이치 = 안녕-
사유리 = 아 유이치. 안녕하세요-
마이 = .........
유이치 = 야아- 맑아서 다행이야.
사유리 = 비가오더라도 무도회에는 별로 관계없어요.
유이치 = 그도 그렇네.
나는 변함없이 말없이 걸어가는 마이옆에 얼굴을 내민다.
유이치 = 여어, 마이. 너도 드레스인가. 벌써부터 즐겁겠는걸.
마이 = .........
사유리 = 마이라면 정말 잘 어울릴거라 생각해요. 사유리도 즐거워요.
마이 = .........
유이치 = 우선 내가 에스코트해줄테니까. 먼저 나와 춤추라구.
마이 = .........
유이치 = 하지만, 무도회에는 뭘 추지? 뭐, 보고서 흉내내는건가.
마이 = .........
유이치 = 조금은 멋을 내봤는지? 어디.
나는 마이의 등뒤로 늘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잡고 냄새를 맡아본다.
아무런 꾸밈도 없는, 비누의 향기가 났다.
유이치 = 뭐야, 항상 하던대로인가. 너도 조금은 생각하고
오라구-
마이 = .........
사유리 = 아하하-ㅅ
마이하고 유이치,
연인사이 같아.
팍.
유이치 = 에...
사유리 = 와...
사유리와 내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마이가 촙으로 사유리의 머리를 슬쩍 치고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이치 = 마이가...쳤다.
사유리 = 아하하-ㅅ...
사유리도 역시나, 웃으면서도 놀람을 감추지 않는다.
당사자인 마이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등을 돌리고 뚜벅뚜벅 걸어간다.
유이치 = 놀랬는걸.
사유리 = 예에...
늦어지지 않게 우리들도 그 뒤를 쫓았다.
사유리 = 그러면 점심시간에 봐요.
유이치 = 으응.
.........
나는 수업을 하나도 듣고있지않다.
쉼없이 계속되는 선생의 설명도 귀에 들어오지않고,
저녁때의 무도회의 일을 생각하고있었다.
.........
점심시간.
1층 학생식당에서 빵과 마실 것을 산 뒤에,
이번엔 반대로 최상층까지 계단을 단숨에 올라간다.
유이치 = 다녀왔어-
나는 농담을 섞어가면서 층계참에 모습을 나타낸다.
사유리 = 목욕하실거에요, 식사하실거에요?
사유리상이 박자를 맞춰준다.
유이치 = 식사.
사유리 = 자, 드세요-
유이치 = 아니, 먹는것은 너다아----ㅅ!
사유리 = 꺄아-ㅅ
마이 = .........
유이치 = 이봐, 오야지개그를 진지하게 보지말라구!
사유리 = 아하하-ㅅ. 재미있네요.
유이치 = 에? 벌써 끝이야?
사유리 = 빨리 먹지 않으면, 점심시간끝나버려요?
유이치 = 알았어. 그러면 먹지. 사유리상을 말야-!
사유리 = 까아-ㅅ!
마이 = .........
유이치 = ...그러니까 오야지개그를 진지하게 보지말라니까!!
마이 = .........
...어떻게하면 되는거야.
유이치 = 치면 되는거야. 아침에 했었잖아.
마이 = .........
유이치 = 자, 시작한다.
사유리 = 유이치, 목욕하실거에요, 아니면 식사하실거에요?
유이치 = 그러면 사양않고 먹을까-
빡-!
마이가, 내 얼굴에 촙을 날렸다.
유이치 = 지금 누가 실수한거야-!
사유리 = 아하하-ㅅ, 마이, 재밌어.
마이 = .........
자신의 역할은 끝난게 아닌데도 담담하게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다.
유이치 = 하아...바보같은 일 하지 말고 먹자구.
나도 털썩 하고 앉고는 안고있던 빵을 자리 위에 펼쳐놓는다.
사유리 = 남은 2시간수업을 받으면 슬슬이네요.
유이치 = 무도횐가. 그렇네.
포테이토 샐러드가 들어있는 빵을 씹으면서 대답한다.
그런데 사유리상이 권해준 도시락통에도 포테이토 샐러드가 들어있어서
불운이라고 생각했다.
사유리 = 벌써부터 즐겁네요. 유이치.
유이치 = 으응, 그래.
사유리 = 마이도 즐겁지?
유이치 = (우...그 질문을 마이에 한다는건...)
나는 초조해졌다.
이번 무도회참가는 마이의 의지와는 관계없다. 그러니까 자발적으로
마이가
수긍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마이에게 아니- 라는 리액션을 받게되면,
혼자서 들떠있는 사유리의 사기까지 떨어져버리겠지.
나는 즉각, 마이의 허벅다리에 놓여져있던 반찬이 들어있는 도시락통을 이동시킨다.
끄덕!
고개가 소리를 냈다고 생각될 정도의 기세로 숙여진다.
실제는 반찬을 눈으로 쫓아간것 뿐이겠지만.
사유리 = 아하하-ㅅ. 마이가 이런 학교행사에 열심인건 처음이야.
사유리가 그것을 진짜로 받아들이고는 기쁜듯이 재잘댔다.
조금은 뒤가 켕기지만, 모든것이 마이를 위해서다.
이런 뒷공작도 어쩔수 없었다고 결론짓는다.
사유리 = 이것도 모두 유이치의 덕이지?
다시한번 도시락통을 앞뒤로 흔든다.
휙휙!
마이가 세차게 끄덕인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지금의 질문은 무리하게 끄덕이게 할 필요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유이치 = (뭐, 여기까지 계속했으니 괜찮은건가.)
사유리 = 마이는, 유이치가 좋은건가?
계속해서 또한번 도시락통을 움직였다.....였는데, 뭐라고 한거야 지금?
휙휙!
마이가 세차게 고개를 움직인다.
쿠에엣-
사유리 = 아, 끄덕였다-ㅅ! 마이 끄덕였다-ㅅ! 마이, 유이치를 좋아하는거야-!
유이치 = 기다렷, 사유리. 나한테도 질문하게 해줘.
마이, 나를 좋아하는게
아니지?
나는 당황해서 마이에게 그렇게 물어본다.
동시에 오른손으로 도시락통을 마이가 고개를 가로젓도록 움직인다.
마이 = .........
근데, 마이의 목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유이치 = 에? 마이? 왜 끄덕이지 않는거야?
마이는 도시락통을 보고있지않다. 내 얼굴을 보고있다.
마이 = .........
...싫지않으니까.
사유리 = 아하하-ㅅ.
벌써 이렇게 해서 축제다. 나에게는 오해를 풀 틈도 없다. 사유리상은
여자답게,
그런 문제를 떠들며 놀리는걸로 종일 만족하며 기뻐할 눈치였다.
유이치 = 그러면 방과후가 되면 또 층계참으로 모이면 되는거야?
헤어질때, 나는 그렇게 물었다.
사유리 = 마중나갈꺼에요. 유이치의 반까지.
유이치 = 엣?
어제 사유리상이 나를 불러낼때의 일을 생각하고서 조금 곤혹스러워진다.
사유리 = 여기까지 계단을 올라오는건 힘드니까요,
유이치 = 그래? 그러면, 부탁해볼까...
거절하는것은 역으로 신경을 쓰이게한다고 생각해서 결국 난 그렇게
대답했다.
교실을 빨리 나와서 복도에서 기다리면 그걸로 끝나는 일이었다.
사유리 = 네, 그러면 방과후에.
유이치 = 으응.
유이치 = 그러면 마이.
근데, 너 언제까지
젓가락을 들고있는거얏!
마이 = ...아차.
사유리 = 아-ㅅ. 안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거기서 수업종.
유이치 = 에구,...오후 수업 지각한다구.
그러면 이만.
사유리 = 네, 방과후에 마중갈테니까요.
서두르자, 마이.
마이 = 젓가락...
거기서 두사람과 헤어졌다.
유이치 = (또, 사유리상이 마중오는게 보이면 이상하게 놀림받을테니까..)
나는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동시에 교실을 나갈수있도록, 수업끝나기
3분전부터
가방에 교과서를 쑤셔넣기 시작했다.
.........
......
울려퍼지는 종소리.
나는 가방을 움켜쥐고, 일어서려는데 아직 수업은 끝나지 않았다.
교사가 아직 칠판에 글자를 나란히 쓰고, 그것을 모두 한결같이 노트에 적고있다.
유이치 = (......사유리상들이 오잖아-ㅅ!)
5분정도의 연장을 그치고, 겨우 수업이 끝난다.
동시에 팡!하고 책상을 손을 짚고 서고, 문을 향해서 맹렬히 대쉬한다.
그 손잡이에 손을 댔을때 멈춰세우는 소리.
키타카와= 아이자와, 교실청소야. 어디가는거야?
키타카와다.
유이치 = ......화장실이야.
키타카와= 가방가지고 가는거야?
유이치 = 가방을 안고있어야하는 버릇이 있어.
키타카와= 그거 기분나쁜 버릇인데.
나는 눈치를 살피며, 방관을 기대했으나 키타카와는 비정하다.
키타카와= 자.
대걸레를 내밀어 받았다.
유이치 = 알았다니까아.
어떤 방법으로던 빠르게 끝내버리면 되는거다. 게다가 사유리상들도
청소당번일지도
모르잖아. 책상에 놓았던 가방대신에 키타카와의 손에서 대걸레를 넘겨받고는
나는 청소를 시작했다.
키타카와= 음음, 나쁘지않군.
장황하게 집에돌아갈 준비를 하는 학생들사이를 돌아다니며 나는 바닥을 닦아간다.
쿵!
기세좋게 뭔가에 부딛혔다.
나유키 = 꺄앗...
유이치 = 아, 나유키...
나유키 = 왜 당황하며 청소하는거야?
유이치 = 아니...보고싶은 TV프로가 있어서...
나유키 = 그래?
유이치 = 그래.
나유키 = 그러면, 그 사람은?
유이치 = 엣?
뒤돌자 바로 앞에 사유리상이 대걸레를 들고있다.
유이치 = 우왓, 사유리상.
사유리 = 사유리도 거들께요-
방긋방긋 얼굴에 가득한 웃음으로 말한다.
유이치 = (크어...그런가, 이런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니..)
내가 어리석었다.
복도에서 마냥 남의 일처럼 기다려줄듯한 사람이 아니었지...사유리상은...
유이치 = 저 말야, 사유리상. 괜찮으니까 복도에...
나유키 = 3학년분?
호기심에서 라고 할까.
모르는 상급생이 자기반의 청소를 하고있으니까 그건 물어보지않으면 안되는것이겠지.
사유리 = 넷- 쿠라타 사유리라고 합니다.
오늘은 청소를 돕게
해주세요-
나유키 = 유이치의...친구?
유이치 = 그래...친구.
나유키 = .........
납득했는지 뭔가 의심하고있는건지, 잘 알 수 없는 무표정인 채다.
나유키 = ...우선, 눈에 띄는것 같아.
유이치 = 엣?
주위를 둘러보니 교실에 남아있던 학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있다.
유이치 = 크아...
또 다른장소에서 환성이 나오고있다.
유이치 = 뭐야, 왜그래?
가까이있던 여자의 어깨에 손을 얻고 묻는다.
여학생 = 모르는 여자애가 칠판밑에 붙어기어가고있던 지네를
빗자루로 창밖에
날려버렸어. 상쾌했다구.
사유리 = 아, 그거 마이에요.
유이치 = 말하지 않아도 알고있어!
그녀석 이외에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여자가 있나!
인파가운데를 헤치고 들어가자 휘두른 빗자루를 높이 치켜든 채의 마이가 있다.
유이치 = 사람있는 교실에서 필요이상으로 눈에 띄지마!
마이 = .........
...모두 무서워하고
있어서.
유이치 = 하아...
우려하고있던 것 이상의 사태에 나는 한숨을 내쉴수밖에 없다.
사유리 = 아하하-ㅅ. 웬지 활기찬 청소라서 즐거웠어요.
유이치 = 나는 치쳤어...
앞으로는 절대 마중와주는 것은 사양하자...
사유리 = 즐거웠으니까 또 마중나올께요.
유이치 = 그럴 기회가 있다면말야...
사유리 = 그러면 점심시간에는 매일 마중나올께요.
유이치 = 괜찮아!
사유리 = 그래요..?
유이치 = 그래요.
사유리 = 마이도 지네를 쫓아내서 여자애들의 인기인이 되었는데말이죠.
마이 = .........
사유리 = 유감이네-
마이 = .........
나는 상당히 사유리상이 헤어지는게 아쉬운듯이 말해서 화제를 눈앞의 것으로 바꾼다.
유이치 = 그래서, 시간은?
사유리 = 에..그러니까..5시 개정이니까, 아직은 여유가 있어요.
유이치 = 드레스쪽은?
사유리 = 먼저 회장의 탈의실 쪽에 옮겨두었으니까 괜찮아요.
유이치 = 언제라도 용의주도. 빈틈이 없네, 사유리는.
방약무인(버릇없이 함부로 행동함)하는 점도 있지만,
역시 사유리는 제대로된 사람이었다.
유이치 = 그러고보니, 마이의 드레스는 어떤 느낌이야?
사유리 = 보통이에요.
유이치 = 여기서는 눈에 띄지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말야.
온몸에 꼬마전구라도
달던가 하지 않았아?
사유리 = 안해요-
유이치 = 로프를 타고서 천장에서 등장한다던가. 마이답다고 생각되는데.
사유리 = 어느쪽이라도 말해도 남자역이네요 그건.
유이치 = 그러면, 내가 할까.
사유리 = 괜찮겠네요.
유이치 = 영화같이 천장의 창문을 깨고 등장해서 마이를 낚아채갈거라구.
사유리 = 그러면, 무도회에 참가할 수 없는것 아니에요?
유이치 = 그것도 그렇네.
일단 신발장에서 헤어진후 다시 출구쪽에서 만난다.
유이치 = 사유리상은 마지막까지 있을수있는거야?
사유리 = 네. 오늘은 돌아가는게 늦는다고 말해두었으니까요.
폐회하는 8시까지
있을 수 있어요.
유이치 = 그거 잘됐다. 돌아갈때 바래다 줄께.
사유리 = 네에. 같이 돌아가요-
사유리상이 뛰어오르는듯 하며 앞을 걸어간다.
유이치 = (그런가, 8시까지 있는건가....)
8시라면, 언제나 밤의 학교에서 나와 마이가 만나는 시간이다.
유이치 = 이봐 마이.
마이 = ......?
유이치 = 마이도 끝까지 있을 수 있는거지?
마이 = .........
끄덕하고 고개를 움직인다.
유이치 = 다행이야.
마이 = .........
유이치 = 아, 그리고 말야.
마이 = ......?
나는 마이의 곁에 서서 귀에 입을 가져간다.
유이치 = 무슨일이 있어서 '놈'이 나타나지않을까하구.
마이 = .........
...괜찮아.
사람앞에서 나타나는일은
없으니까.
사유리상을 의식해서인지, 마이도 조그맣게 속삭인다.
유이치 = 좋아, 오늘은 즐겨보자구.
나는 안심했다.
사유리 = 그러면 사유리들은 저쪽이니까.
회장이 되는 체육관을 앞에두고, 우리들은 헤어졌다.
- 체육관 -
여기가 평소의 체육관이었던건가.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원래부터 그렇게 말했던 취지는 있었지만, 여기까지 완벽하게 손을 쓰다니..
주최자의 정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바닥에는 전부 카페트가 깔려져있다.
그 위에는 하얀 천을 걸친 테이블이 늘어서있고, 그 사이를 다니는 사람들.
학생, 이라고 칭하기엔 상당히 세상과는 분리되어있는 양상이다.
모두 훌륭한 옷으로 몸을 치장하고, 담소에 시간을 잊고있다.
유이치 = 장소를 잘못찾은거야, 절대...
아무리보아도 분명히 출신성분이 다른 사람들의 모임이다.
모르는 얼굴이 많다. 특별진학클래스라던가, 처음부터 학과가 달랐는지도 모른다.
유이치 = 자판기에서 에로잡지를 사는 것이
가게에서 사는 것보다
용기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어째 말을 붙이려고하면 즉각 엉뚱한 말이 튀어나갈것 같다.
유이치 = 으-음...
나는 무리에서 목의 갈증을 느끼고, 빈 유리잔을 손에 들었다.
여자 = 자.
유이치 = 아, 고마워요.
병에 들은 음료를 얼굴모르는 여성에게 따라받는다.
나는 그것을 한모금 마시고 목을 축인다.
유이치 = 오- 딜리셔스-
마이 = ........
여성은 어디에도 갈 기미가 안보여서 말을 걸어본다.
유이치 = 당신, 같이 온 사람들 없는거야?
여자 = ...같이온 사람은, 유이치. 당신.
유이치 = 엣?
나는 여자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본다.
유이치 = 설마...사유리인가?
빡.
안면에 촙이 날아들었다.
유이치 = 아하하, 그게, 지금은 농담이었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몰랐었다구. 어디의 아가씨인가 생각했어.
마이 = 아가씨...
유이치 = 그 드레스 상당히 잘 어울리는데.
나같이 변변찮은
녀석과 있는 것 보다는,
저녀석들사이에 섞여서
말하는 쪽이 딱 맞지 않을까.
나는 계속 눈 앞쪽에 서서 이야기를 하고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마이 = 아니, 유이치...
유이치 = 응?
마이 = 나한테서 떨어지지않았으면 좋겠어.
유이치 = 왜.
마이 = ...나는 서투르기도 하고...그리고
약속했어...
...처음엔 둘이서
춤춘다고.
유이치 = 그랬나, 그랬구나.
마이는 그런 농담처럼 이야기한 말을 기억하고있던건가, 웬지 기뻤다.
유이치 = 그건그렇고, 사유리는?
마이 = 다른 친구들이 있는곳...
유이치 = 에? 그래?
마이 = 이따가 온다고...
유이치 = 역시 사유리는 '아가씨'구나. 이런곳에 친구가 있다니.
마이 = .........
유이치 = 그런데, 춤추는데, 뭘 추지?
마이 = ...글쎄
유이치 = 나는 댄스라면 몽키댄스정도 밖에는 모른다구.
마이 = ...원숭이?
문득 마이의 얼굴이 내쪽으로 향한다.
유이치 = 그래. 원숭이의 댄스야. 이렇게 말야...
나는 마이가 관심있는것을 알고 그 등뒤로 돌아가, 그 양팔을
잡는다.
그리고 교대로 붕붕하고 세로로 흔든다.
유이치 = 조금만 허리를 숙여봐.
마이 = .........
유이치 = 그래.
붕붕붕-
마이 = ...........
유이치 = 응?
정신들어보니, 경멸의 시선이 한데 모여 우리들쪽을 향하고있다.
유이치 = 아하하...여기서는 그만둘까, 마이.
마이 = ......?
유이치 = 몽키댄스는 이런 젊잖은 자리에서 추는게 아닌것 같아.
마이 = ...그래.
유이치 = 자, 뭔가 먹을까. 마이.
마이 = .........
유이치 = 샤우에센 있다구. 샤우에센은 싫어해?
마이 = ...싫지않아.
당분간은 이렇게 담소를 하며 회장내를 도는듯 했고, 우리들도 따라서 그렇게 했다.
그런것 보다도,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는 말을 걸어오는 케이스가 많아서였다.
여자 = 어머, 못보던 얼굴이네요. 작년의 무도회에는 참가하셨었어요?
유이치 = 아뇨, 올해가 처음인데요...
여자 = 그쪽의 아가씨도, 처음이세요?
마이 = .........
여자 = 멋진 옷을 입고계시네요.
마이 = .........
여자 = .........
마이 = .........
여자 = .........
마이 = .........
여자 = ...실례했습니다.
안색을 바꾸더니 가버린다.
유이치 = 어이, 마이. 화나서 돌아가버렸잖아 지금사람!
말을 걸어 주었는데,
네가 묵묵히 있었기 때문이라구.
마이 = .........
마이는 근처에 놓여진 샤우에센을 포크로 찔러서 오물오물 먹기 시작했다.
유이치 = 어이, 마이. 듣고있는거야.
마이 = ......?
유이치 = 하아...뭐, 됐어. 사람이 말해야할 의리아냐.
마이 = ...유이치.
유이치 = 뭐야.
마이 = ...샤우에센, 맛있어.
유이치 = 보고있으면 알아.
마이 = ...그래.
별로 주위에 어울려지지 않아도, 우리들만 즐거우면 아무래도
좋다.
평소대로의 마이를 보고있어서, 나도그것이 좋다고 생각하게됐다.
유이치 = 마이, 춤출까.
마이 = .........
유이치 = 격식같은거 관계없어. 꼴사나운것도 상관없어. 그렇겠지?
부드러운 현악기의 음색이 회장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유이치 = 갈까.
마이의 손을 잡고 나는 모두가 모이는 중앙으로 걸어간다.
모두의 눈이 모이는것을 실감할수있다. 어떤 평판이 돌고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마이의 모습을 본다면 그것이 어느정도로 어리석은 소문에 지나지않는지를
알게하는 것이었다.
..........
......
...
짝짝짝.
한숨을 쉬면서 뒤돌아보니, 박수소리가 들려온다.
유이치 = 사유리
사유리 = 수고하셨어요. 두사람다 눈에띄고있어요.
유이치 = 하하, 주위에 부딛히기만해서 그렇지. 완전 방해였다구.
사유리 = 아하하, 그런건 관계없어요. 즐거우면 되는거죠.
유이치 = 그렇네.
마이 = .........
유이치 = 그런데 역시 마이네. 그 30초스핀 뒤에도 숨이
차지않다니.
나는 지쳐버렸어.
사유리 = 그러면, 이어서 사유리의 상대는 부탁할 수 없는거에요?
유이치 = 좋아, 쓰러질때까지 해주지.
사유리 = 아하하-ㅅ. 그러면 가볼까요.
유이치 = 그럼, 마이 기다려.
마이 = .........
.........
......
...
잠깐 있지 마이랑 사유리랑 춤추자는 녀석들도 늘어갔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마이는 어땠는지는 몰라도, 사유리는 그정도의 기량의 소유자이다.
그것을 눈앞에서 묵묵히 지나쳐가라는 편이 남자로서는 잔혹한 말이다.
유이치 = 가보는게 어때, 사유리
사유리 = 죄송해요, 휴식중이에요.
유이치 = 그런가? 가엽게도.
말을 걸던 남자가 돌아간다.
얼굴을 반대방향으로 돌리자, 똑같이 마이도 다른 남자에게 권유받고있다.
그렇지만, 이쪽은 예상한대로 무시로 일관한다.
남자 = 뭐야, 입정도는 열어줘야지.
어이없어하면서 비슷한 인파속으로 사라져간다.
유이치 = 아-아. 아까워. 괜찮은 남자였다구, 지금 사람은.
남자인 내가 말하는거지만.
마이 = .........
...다른 남자와는
춤추고싶지 않아.
유이치 = 그래? 그러면 아쉽네.
사유리 = 마이, 유이치-
유이치 = 응?
눈앞에 사유리가 서있다.
사유리 = 그 옷은 돌려받지 않아도 괜찮아요.
유이치 = 아니, 그럴수는 없는데.
사유리 = 괜찮아요. 어차피 낡은거니까요.
하고서 아하하-ㅅ하고 평소처럼 웃는다.
나는 아주 새것같은 느낌이 나는 웃옷의 목 언저리를 잡고 코를 댄다.
...아냐.
이건 따로 부모님께 사달라고한거잖아.사유리가 추억을 위해서
손에 넣은 것이겠지.
마이와 나, 3명이서 공유할수있는 추억으로서.
왜 그런지는 몰라도, 그렇게 확신할수있었다.
사유리 = 자, 그러면 잠깐 자리를 비울께요-
사유리가 인파를 향해서 모습을 감춘다.
남겨진 나와 마이는 잠시 흐르는 왈츠를 듣고있다.
마이 = ...유이치
유이치 = 응?
마이 = ...고마워.
유이치 = 왜그러는거야 갑자기.
마이 = .........
...그런 기분이 들은것
뿐이야.
유이치 = 흐-음.
마이 = .........
참가해서 다행이다. 나는 마이의 본심을 듣고서 더욱 그렇게 생각한다.
마이를 따라다니는 나쁜소문을 없애기위해서 참가했지만, 그 목적이상의 무언가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이치 = .........
마이 = .........
둘다 말없이 관내의 분위기에 잠겨간다. 그렇게있으면, 우리들도
보통으로 보이겠지,
이딴 생각을 한다. 우리들의 관계는 변해있지만, 지금은 어디라도 있을 듯 한
한쌍이었다. 아니, 마이같은 경우는 조금 예쁜 여자임에 틀림없다.
훌륭한 옷차림을 했기때문에. 그러면, 나는 어떨까.
유이치 = .........
사유리, 어디로 간걸까.
자신을 생각하는것이 부끄러워져서, 나는 그런것을 물었다.
마이 = 화장실.
물어보지않았다..;
쨍그랑!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
마이 = .........
마이가 그쪽을 향한다.
마이 = .........
유이치 = 왜그래?
마이 = ...왔어.
유이치 = 에...왔다니?
마이 = .........
마이의 긴장한 표정에서 사태를 짐작한다.
유이치 = 설마...
고개를 끄덕인다.
유이치 = 몰랐어. 밤이라면 어디라도 나타나는구나...
마이 = 나도 몰랐어.
유이치 = 그러면 어떻하지...설마 이런곳에서...
마이 = ...알고있어.
유이치 = 사유리를 찾자. 화장실은 어느쪽이야.
마이 = 아니...사유리와는 만나지 않는쪽이 좋아.
유이치 = 어째서.
마이 = 마물은 유이치에...
쨍그랑-----!!!!
2층의 창유리가 산산조각으로 깨어졌다.
모두가 올려다보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에 무언가가 있다는것을 알고있는거다. 나와 마이는. 일단 나가자.
회장의 출구쪽으로 향한다.
비상구 눈앞에서 타악! 하는 가벼운 타격음을 듣고 그 발을 멈춘다.
눈앞의 공간을 커다란 무언가가 날고있다.
그것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며 구르고 나서야 사람인줄 알았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인 얼굴...
유이치 = 사...
사유리상...
마이 = ..........
유이치 = 야, 마이..
마이는 작은 입을 빠끔히 열고 계속 서있다.
유이치 = 마이, 괜찮아? 진정하라구...
사유리는 내가 돌볼테니까,
그대로있어.
마이 = .........
소용없었다. 내 제지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었다.
마이가 체육관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탁...하는 소리가 나서 그쪽을 보니, 마이가 비상구에서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똑같이 드레스차림이었지만, 한가지만 나갔을때와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손에 검을 쥐고있다.
유이치 = 마이, 그만둬!
마이 = .........
원래부터 누구의 소리도 닿지않는다.
솨---앗---!!
그 검이 흔들린다.
테이블이 양단되고,
유리잔과 접시가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교차하는 비명.
회장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마이는 단순한 파괴활동을 반복했다.
모든 공간을 남김없이 베어조각낼때까지, 그것을 그치지 않았다.
마이 = .........
유이치 = .........
나는 호흡이 겨우 안정된 사유리상을 안은채로 마이를 똑바로 바라보고있다.
마이 = .........
유이치 = 이봐, 마이...
무슨짓을 한거야
너...
사유리가 빌려준
추억의 드레스를 그렇게까지 하고...
마이 = .........
유이치 = ...사람들앞으로 뛰어나가지 않으면 안돼었던거야?
마이 = .........
......
숨을 죽이고있던 녀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남자 = 문제야 이건! 그냥 넘어갈거라고 생각하지마!!
일제히 큰 소리를 질렀다.
그뒤에 회장은 침울한 분위기인 채로 해산하게 되었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사유리의 부상이 보기보다는 가벼웠다는것이다.
양호실을 열어달라고 해서 거기서 응급조치를 한다.
그 이상의 조치는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괜찮아요, 하고 계속 웃음을 띄우는 사유리와
시종 입을 다문채인 마이를 배웅한 뒤 나도 귀로에 접어들었다.
나까지도 마이에게 걸 말같은 것은 끝까지 떠오르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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