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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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략 >
저녁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되돌아왔다.
문손잡이에 손을 대려는데 탕탕하고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
그쪽으로 얼굴을 향하자, 나유키가 내 모습을 보고서 급하게 오던 중이었다.
나유키 = 유이치.
유이치 = 식후의 맛사지인가. 이거 미안한걸.
나유키 = 그런 것 안한다구.
게다가 식후에 맛사지같은것
하면 기분나빠질거야, 아마도.
유이치 = 그런가. 그렇구나. 그러면, 목욕하고 난 후에 부탁하지.
나는 그것만을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가려했지만,
나유키가 기다려, 하고 불러세웠다.
유이치 = 왜그래?
나유키 = 아직 용무가 남았단말야.
유이치 = 목욕하고 난 다음에 천천히 이야기하자구.
나유키 = 그러니까, 맛사지같은것 안한다니까!
유이치 = 그러면 뭐야?
나유키 = 노트를 돌려받고 싶어서 왔어.
유이치 = 노트으?
나는 얼굴이 굳어졌다.
나유키 = 빌려줬었단 말야, 내 노트.
유이치 = 아, 그랬나, 그랬었구나.
지난주에, 학교의 공부내용을 파악하기위해서 나유키에게 노트를
빌렸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랬어도, 빌렸을뿐, 다음에 눈길조차 주지않았지만.
나유키 = 지금부터 예습복습할거야. 그러니까 오늘밤은 돌려줘.
유이치 = 으응, 기다려.
방안에 들어와서 교과서와 노트가 뒤섞여 아무렇게나 넣어져있는
책상 서랍을 연다.
하지만, 그 거의전부가 학교의 책상서랍속에 있었을 터이니, 거의 사용하지
않을듯한 교과서랑 새 노트정도밖에 들어있지않았다.
유이치 = .........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있던 가방을 열고 안을 찾아본다.
유이치 = .........
나유키의 노트같은건, 어디에도 없다.
유이치 = 이렇게 해서, 학교에 있는 것 같아.
나유키 = 거짓말이지.
유이치 = 미안미안. 내일 학교에서 말해주면 그때 돌려줄께.
그러면-
나유키 = 그러면- 이 아니야.
유이치 = 그러묜.
나유키 = 그러묜도 아니란말야-ㅅ!
유이치 = 그러면, 뭐라는거야.
나유키 = 그건 이쪽이 듣고싶어...어떻게 해야되냔말야~
유이치 = 너, 피곤한것 같아. 얼른 자버려.
나유키 = 어물쩡 넘기려하지마~
아마도 나유키는, 교과서와 노트는 매일 집에 가지고와서 예습복습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같이 청소당번을 울리는 무거운 책상을 만들지는 않는 것이었다.
유이치 = 그러면, 어떻게 하고싶은거야. 너는.
나유키 = 나는, 예습복습을 하고싶은던 뿐이야...
유이치 = 그러면, 나는 지금부터 학교에 가서 노트를 가져오라고 말하고있는거지?
나유키 =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겠지만...
유이치 = 괜찮아. 갔다올께.
나유키 = 지금 학교는 잠겨있을거야.
나유키는 말이 지나쳤다고 생각했었는지 힘을 잃어간다.
유이치 = 숙직인 선생이라던가 있지않을까? 없다면 창문유리를
깨뜨리고라도
들어갈테니까 괜찮아.
나유키 = 그런짓은 하면안돼!
유이치 = 뭐, 그건 농담이고. 일단 가볼께.
나유키 = 바깥....춥다구?
유이치 = 괜찮아. 조깅하는 겸해서 다녀올테니까.
나유키 = ...정말?
유이치 = 응.
방으로 돌아가 코트를 걸치고 나왔을때, 나유키는 아직도 그곳에 서있었다.
나유키 = 미안해...
유이치 = 폐를 끼치고있는건 나니까 괜찮아. 자업자득이란거지.
그 곁을 지나서 나는 계단을 내려왔다.
밖에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옷의 틈을 뚫고 맨살에까지 불어든다.
나는 코밑까지 코트에 파묻고 서둘러 학교로 서둘렀다.
교문을 타고넘어서 학교안까지 들어왔다.
도달한 넓은 앞뜰에는 불빛만이 빛나고, 그 저편에서 거대한 학교건물이
공허한 그림자가 되어있었다.
그 그림자를 향해서 걸어간다.
출입구에 도달해서 하나하나 입구를 조사해간다.
차가운 문을 손으로 밀어보아도 열리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한개의 창문을 가로막은 신발장과 그 앞에 연결된 복도가 보일뿐이다.
1층의 창문을 전부 조사해볼까...
그런 결심을 하고 출입구를 나와서 다른 장소에 또다른 작은 출입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직원용이겠지. 나는 그것에 달려들어 문을 밀어보았다.
끼이...
잠에서 깨워진듯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것이 열렸다.
역시, 숙직하는 선생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잠겨있지 않은 것은 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내 교실까지 겨우겨우 도착해서 그 문에 손을 대었다. 얼마나 엉성한 관리인가.
입구가 열리고, 이른아침 제일 먼저 들어올 때 같이 아무도 없는
교실이 눈앞에
나타났다. 고요해진 교실. 그리고 싸늘한 공기가 나를 맞이해준다.
그 교실을 가로질러, 내 책상까지 도달한다.
웬지모르게 안심한다. 간신히 현실과의 접점을 발견한듯한 느낌이다.
밤의 학교는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목적이었던 노트는 쉽게 찾았다.
그것을 안고 발빠르게 왔던 길을 되돌아 교실출구로 향한다.
탕. 하고 내 발이 복도의 리놀륨을 울렸다.
유이치 = ......
다른 세계에 빨려들어온것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곳을 지나왔었을 텐데, 그곳은 이미 내가 아는 장소가 아닌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눈 앞에 환상적인 광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현실적, 이라고 하는 편이 가까웠을까.
하지만 나에게는 그 소녀의 부자연스런 존재가 그 장소에 위화감이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렇다고 일상적인 느낌은 아니다. 그것을 환상적이라고 형용했으니까.
소녀는 밤중의 학교에 서있었다.
한자루의 검을 쥐고.
유이치 = 여어-
정면으로 서 있었기 때문에 볼 수있는 범위에는 들어왔겠지.
하지만 반응은 없다. 똑바로 내 등의 그 앞을 주시하고있다.
뒤를 돌아보지만 아무 것도 없다.
유이치 = 뭘 하고있는거야, 이런 시간에
소녀 = .........
유이치 = 연극부의 연습인가?
소녀 = .........
여전히 반응은 없다.
나는 소녀의 손에 자리잡은 검에 시선을 떨어뜨린다.
진검인가? ...설마~
유이치 = 그러면...
그녀에게 별다른 용무가 있었을리는 없었지만,
웬지모르게 나는 그녀와 이야기가 하고싶어졌다.
적어도 이런 밤중의 학교에 사람이, 그것도 여자와 만난다는 것은 기적적이다.
그것만으로도 대화에 충분히 가치가 있다.
유이치 = 혼자인거야? 혼자라면 도중까지 바래다줄까하는데..
소녀 = .........
유이치 = 나도 이 학교의 학생이야. 잊은 물건을 가지러 온 것 뿐이지
수상한 사람은 아니라구.
나는 양팔을 벌려보였다.
소녀 = .........
힐끗 내 쪽을 보았다. 적의를 품지도, 호의적이지도 않은 눈이다.
유이치 = 이봐, 이런곳에 혼자 있다가는 뭔가가 나올지도 모르잖아?
끼익- 하고 소리가 났다.
유이치 = 응?
소리가 난 쪽을 둘러보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온도가 내려간 교사가 삐그덕 거린 것이겠지.
나는 여자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모습은 없었다. 자세를 낮춘 채로 곁을 스쳐지나가고 있다.
유이치 = 어이, 뭐하는 거야, 갑자기!.
그 뒤를 쫓으려 하는데, 교대로 무언가가 내 몸에 부딛치고 있었다.
유이치 = 뭐ㅅ....
공중에 뜬 유희감은 순간이었다.
다음 순간에는 나는 좌반신을 강하게 벽에 부딛혀지고 있었다.
서있던 장소와는 꽤 먼 위치에.
유이치 = 큭...
정신을 잃었던가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잃었다고
하더라도 한순간이다.
눈을 뜨자, 이쪽을 향해 검을 잡은 모습으로 맹렬히 다가오는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다다랐을때, 그 칼날이 수평으로 휘둘러졌다.
쉬익-!
이질적인 소리.
눈앞의 공간이 갈라졌다.
연달아서 크게 휘두른 검이 그 공간에 수직으로 내려쳐지고 있다.
타앙!
날은 리놀륨 바닥을 뚫고 박혔다.
소녀 = .........
유이치 = .........
모든소리가 멈추었다.
소녀 = .........
유이치 = 하,하앗...
간신히 잊고있었던 호흡을 한다.
귀울림이 멈추지않는다.
검을 가진 그녀는 벽에 기대어 쓰러져있는 나를 언뜻 본 후,
아무말도 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유이치 = 어이, 기다려봐.
소녀 = .........
유이치 = 도대체 뭐였던거지? 지금것은?
소녀 = .........
유이치 = 야, 기다리라니까! 이런 원인을 모르는 것은 아닐테지?
나는 그 등을 향해서 그렇게 지껄여댔다.
소녀 = .........
그녀의 발이 멈췄다.
소녀 = .........
...나는 마물을 잡는
사람이니까.
그 한마디만이 적막해진 공간에 남겨졌다.
유이치 = .........
유이치 = 다녀왔습니다...
신발을 벗자, 그 앞에 기다리고 있었던듯한 나유키가 막 나타났다.
나유키 = 어땠어?
유이치 = 전리품이다.
나유키 = 와, 고마워. 정말 가지고와줬구나.
유이치 = 그정도로 엉성한 학교도 없을거야.
이번에는 교장의
책상이라도, 가지고 올께.
나유키 = 그런거 필요없어~
유이치 = 교장놀이를 할 수 있다구.
너는 퇴학이야.
라고 말할 수 있다니까.
나유키 = 그런거 하고싶지 않아.
그것보다도,
목욕물 데워놨어.
유이치 = 아.
나유키 = ...어라?
나유키가 내 얼굴을 빤히 보고있다.
유이치 = 왜 그래?
나유키 = 무슨일 있었어? 얼굴이 부었잖아?
유이치 = 그런가?
손을 대보니까 조금 열을 내며 모습가 변해있었다.
복도의 벽에 꽤나 세게 부딛혔던 곳이다.
유이치 = 생각났다.
나유키 = 뭘?
유이치 = 마물에게 습격당했었어.
나유키 = 마물...?
유이치 = 그래, 마물이야.
이해가 안간다는 얼굴인 나유키를 내버려두고 옷을 갈아입기위해
방으로 올라갔다.
나는 목욕을 하던 중 통증이 증가한 볼에서 교사에서 일어났던 일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점점 뼈저리게 느끼고있었다.
냉정히 생각해본다면 그것은 상당히 일상에서 벗어난 일로,
탕에 들어가있더라도 전신이 떨릴정도로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리던 자신도 확실히 그곳에
있었다.
그것은 중심에 있던 것이 확실한 인간의 소녀였기 때문이겠지.
밤의 교사. 이질적인 공기. 검을 가진 소녀...
내일 눈을 뜨면 잊어버리자, 라고 말해도 할 수있을 것 같지 않았다.
.........
...나는 마물을 잡는 사람이니까.
그녀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은 진실로 들렸다.
어제저녁과 같이 마루에서 텔레비전뉴스를 다 본후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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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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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 >
학생식당에서 학교건물쪽으로 돌아가려는데 나는 발을 멈추었다.
다른 학생들은 그대로 옛학교건물 쪽으로 연결되는 복도로 사라져간다.
나만 홀로 남겨져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얼굴은 건너가는 복도가 아닌쪽, 직원실과 상담실이 나란히 복도에
향하고 있다.
그곳에는 흐린하늘을 창문너머로 바라보고 서있는 소녀.
점심시간의 떠들썩함으로부터 도망치려는듯이 홀로 멈춰서있다.
유이치 = 여어.
나는 본적있는 그 얼굴에 말을 걸었다.
소녀 = .........
한번은 내쪽으로 눈을 향했지만, 흥미없다는 듯 다시 창문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이치 = 어제는 어두워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3학년이었었네.
케프의 리본의 색깔로 알아보았다
소녀 = .........
저녁 때와 똑같다.
내 존재는 알고있는듯 하지만, 마치 안중에는 없는듯했다.
유이치 = 마물이란게 뭐지?
소녀 = .........
너무 핵심을 찔렀던걸까.
유이치 = 오늘은 검, 가지고있지 않네.
소녀 = .........
유이치 = 설마, 저녁때의 일 잊은거야? 저쪽에서 마주쳤었어.
그게 나였었다구?
소녀 = .........
유이치 = 크아-앗
나는 앞머리를 쥐어뜯었다. 전혀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다.
유이치 = 대꾸정도는 해줘. '네'라던가 '아니오'정도라로 좋으니까.
소녀 = .........
유이치 = 나를 기억하고있는거지?
소녀 = ...네.
유이치 = 아니, 그대로 '네'라고하면...;
선배니까 '그래'라던가
'그렇지 않아'라던가.
뭐, 대답해 줬으니까
괜찮기는해도...
대화의 내용을 바꿔볼까.
유이치 = 그러면, 오늘은 뭘 할거야?
소녀 = .........
유이치 = 점심은? 벌써 먹었어?
소녀 = 먹지 않았어.
유이치 = 아, 그래. 그러면, 학생식당에라도 갈까?
소녀 = .........
유이치 = 다이어트라도 하고있는거야?
소녀 = .........
다음 질문을 던지려고 하려는 순간.
목소리 = 미안~~
소리가 들렸다. 이쪽으로 향해왔다.
보니까 같은 상급생인듯한 여학생이 황급히 뛰어오고있다.
여학생 = 마이, 미안-
엣, 어라?
그 여학생은 내 존재를 느끼고는 놀라고 있는듯 하다. 그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눈앞에 말없는 여자(마이,라고 지금 불렸던듯 하지만.)에게
친구가 있다는 것에 내심 놀라고있다.
여학생 = 저기...마이의 친구세요?
유이치 = '그이'야. 전교공인이지.
마이 = .........
여학생 = 후에-...
유이치 = 이봐이봐, 부정하지 않는다고 믿는거야?
마이 = 그렇지 않아.
유이치 = 너무 느려!
여학생 = 하- 그래서, 어떻게 알게된 사이인거죠?
정신을 차리고 여학생이 내 눈을 바라본다.
유이치 = 저녁때, 이 교사에서 만났어. 그래서 그때의 이야기를 조금.
여학생 = 그것뿐인거에요?
유이치 = 그것뿐이지만...
모르고있는걸까. 그녀의 그 모습을.
여학생 = 자- 그러면 같이 점심이라도 먹을까요-
유이치 = 하아?
어떻게 그렇게 되는거지, 라고 말하는 눈으로 돌아봤다.
여학생 = 마이와 이야기하고있었던거죠?
하지만 지금부터
점심먹을거에요. 그래서 같이 먹는게 어떨까하고.
마이와는 대조적으로 붙임성 있는 여성이었다. 정말 마이와 이야기하는
사람이
드물었던 것일까. 여성으로부터의 초대를 거절해버릴 정도로 나는 만족스러운
생활을 보내고 있을리 없다.
유이치 = 좋아. 그러면 같이 먹을까.
여학생 = 네.
유이치 = 그런데, 어디에서?
여학생 = 옥상이요.
유이치 = 옥상? 추울걸.
여학생 = 옥상에 나가지는 않아요. 그 문 앞, 계단의 층계참이에요.
4층에서 그위의 계단을 올라오자, 그곳에 비닐시트를 깔기시작했다.
여학생 = 자, 앉으세요-
그위에 찬합같은 도시락통을 늘어놓고, 양팔을 벌려보였다.
두사람은 이미 자리를 잡고있었다.
나도 신발을 벗고, 그녀들과 같이 그 한편에 앉았다.
얼굴을 마주하니, 마치 소풍의 점심같아서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유이치 = 확실히 이 계절엔 이곳이라면 아무도 오지않겠네.
여학생 = 이상해요?
유이치 = 아니. 괜찮다고 생각해. 매일 소풍같아서.
여학생 = 아하하-ㅅ 그렇네요. 역시 밥은 책상에서 먹는것
보다 이렇게 바닥에
앉아서 먹는쪽이
맛있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그렇게 말해본다면 그런 기분이 들었다.
원래 2명의 여성에게 둘러쌓여서 맛이 없을리는 없었지만.
유이치 = 그런데...대단한 도시락이네.
반찬이 들은 도시락통이 세개. 밥만 들은것이 두개.
그 통일감은 한사람이 만든것이 분명하다.
유이치 = 이건 누가? 라고해도, 이쪽이 만들리는없겠지.
여학생 = 예. 사유리가 만들었어요. 나무젓가락이 있으니까.어서 드세요.
사유리. 라는게 그녀의 이름이겠지. 자신을 이름으로 부르는 녀석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혐오감을 안기지않는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요점은 그 일인칭이 어울린다. 라고 하는것이겠지.
사유리 = 그러면, 이건 이쪽에 놓아둘께요.
각양각색의 반찬들이 담겨있는 도시락통의 하나가 눈앞에 놓여진다.
유이치 = 미안, 그러면 사양않고 먹도록 할께.
라고, 우리들이 이야기하고있을 동안에 마이는 혼자 묵묵히 도시락통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마이페이스라고나 할까, 뭐라고 할까...
유이치 = 그러고보니, 이름도 듣지 못했는데, 서로말야.
사유리 = 아, 미안해요. 쿠라타 사유리 입니다.
유이치 = 나는 아이자와 유이치.
마이 = .........
유이치 = .........
사유리 = 마이의 이름은 알고있으신거죠?
유이치 = 아니. 모르기 때문에 기다리고있는데...
사유리 = 얘, 마이.
마이 = ..........
...카와스미 마이.
유이치 = 흐음, 카와스미라고 하는건가. 마이 라고 불러도 괜찮겠지?
마이 = .........
유이치 = '좋아'야 '싫어'야?
마이 = ...좋아.
사유리 = 저도 사유리로 불러도 괜찮으니까요. 아이자와.
유이치 = 알았어. 사유리상. 나도 유이치로 불러줘.
하지만, 사유리상들쪽이
상급생이니까 나에게 경어를 쓰지는 말아줘.
사유리 = 그래요? 그렇네요 아하하하-
그러나 사유리상의 웃음이란 것은 주위를 화기애애하게한다.
그것에 비해서 이쪽은...
마이 = .........
주위의 분위기따위는 상관없이 묵묵히 식사를 계속하고있다...
라고하지만 그 젓가락이 갑자기 멈췄다.
유이치 = ......?
그 눈이...내 앞에 놓여진 도시락통에 향하고있다.
마이 = ........
이쪽 도시락통의 반찬이 먹고싶었는데 젓가락이 닿지 않는듯하다.
유이치 = 왜 그래, 집어줄께. 뭐가 먹고싶어?
마이 = .........
......달걀부침
좋아.
그래도 웬지 마이를 말하게 만들면 의기양양한 기분이 되는 것은
왜일까.
나는 주문대로 달걀부침을 나무젓가락으로 집어서
마이의 도시락통 뚜껑 위에 놓았다.
마이 = .........
역시 그것을 말없이 입으로 가져가는 마이.
그런 것을 보며 나는 한가지 생각을 했다. 시험해보는거야..라고.
그러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
사유리 = ..........?
마이 = ..........
사유리 = 저, 유이치.
유이치 = 응...?
사유리 = 뭐하고 있는거에요?
도시락통의 가장자리를 손가락끝으로 잡고서 이동시키고있는 나를
보며
사유리상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듯하다. 당연하다.
도시락통을 내 주위로 집합시키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것으로 마이의 젓가락이 닿는 범위에서 모든 도시락통이 이탈을 끝냈다.
지금 갈 곳을 잃은 젓가락을 경직시킨 마이가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있다.
유이치 = .........
마이 = .........
유이치 = .........
마이 = .........
...문어비엔나
해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문어비엔나라고 불리는 것이 상당히 많은듯한 느낌이 든다.
유이치 = 마이는 문어비엔나 좋아해?
마이 = 싫어하지않아.
유이치 = 응, 그런가.
내밀어진 뚜껑 위에 문어비엔나를 얹어놓았다.
그것을 바로 젓가락으로 집고 머리부터 덥석 무는 마이.
유이치 = 문어가 좋은거야? 비엔나가 좋은거야?
마이 = ...비엔나
유이치 = 문어는 싫어해?
마이 = ...글쎄
사유리 = 아하하-ㅅ
대화로서 성립되고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와 마이가 이야기하자 사유리상은 내내 웃는 얼굴이었다.
<중략>
시계를 보니, 오후 8시.
그 시간을 보고 나는 생각해냈다. 밤의 교사에 홀로 서있는 소녀의 모습을.
나는 코트만을 걸치고 바로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거실에 얼굴을 내밀고는 그곳에 있던 나유키에게 말을 건다.
유이치 = 나갔다 올께
나유키 = 에? 어디에?
유이치 = 학교.
나유키 = 또 잊은물건?
유이치 = 설욕전이야. 마물하고.
그것만 말하고 일방적으로 문을 닫았다.
현관에 내려와서 구두를 신고 후드를 머리에 푹 뒤집어쓰고 집을 뒤로했다.
그녀가 있다. 또 그 장소에.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유이치 = 하아...나도 웬지 그 분위기에...감화되었구나.
나 답지 않은 그런 행동원리에 한숨을 쉬면서
겨울하늘의 아래의 밤의 학교로 서둘렀다.
아무도 없는 학교는 변함없이 조용해서
바다밑을 떠올리게할 농도짙은 어둠이 지배하고있었다.
그렇다고 하면, 그녀의 존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어둠과 같은걸까. 아니면 또다른 존재일까.
유이치 = 시시해. 어디로보나 인간이잖아. 그애는.
승강구에서 내 실내화로 바꿔신고, 복도를 걸었다.
새학교건물의 1층. 그녀가 창문으로 비치는 달빛을 발밑에 받으며 서있었다.
저녁때와 같은 모습이다. 만약 내가 그녀처럼 검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곧바로
이야기의 클라이막스가 시작되었을 듯 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내가 손에 쥐고있는 것은 단순한 편의점 봉지였다.
유이치 = 위문품. 편의점의 주먹밥이지만.
마이 = .........
유이치 = 배고프지않아?
마이 = ...조금.
유이치 = 그래? 그러면 먹어.
나는 주먹밥을 봉지에서 꺼내어서 내민다.
마이 = .........
유이치 = 왜그래?
마이 = .........
포장 벗겨줘.
검은 한순간도 손에서 뗄 수 없다, 라는건가.
유이치 = 그런데 말야, 칼을 넣는 칼집이라던가,
허리에 차거나 하지는
않는거야?
주먹밥의 포장지를 벗기면서 말을 건다.
마이 = ...글쎄
유이치 = 살때, 딸려있지 않았어?
마이 = ...글쎄
유이치 = 그러면, 사지않았다는 거네, 그런건가.
저녁의 일로해서 마이가 가진 칼날이 가짜가 아니란것은 알고있다.
찾아본다면 그 칼날에 베인자국이 남아있는 바닥의 일부가 보이겠지.
유이치 = 자.
김에 싸인 주먹밥을 내민다.
마이 = .........
이번에는 '먹여줘'라고 말할줄 알았는데 한쪽 손으로 받아든다.
그리고 두번세번 내 얼굴과 주먹밥을 번갈아 본뒤에 한입 베어문다.
파삭파삭...
마른 김의 소리만이 복도에 울려퍼진다.
뭐라고할까, 완벽한 환상세계에 생활에 찌든 존재가 들어와버린 느낌이...
당사자인 본인은 신경쓰는 것도 없이 무심히 먹고만 있지만.
유이치 = 오늘도 나타날까? 그거.
나는 점심때 묻지 못했던 것을 물어본다.
...우물우물
대답할 생각이 없는것인지 먹는것에 열심인 것 뿐인건지, 대답이
없다.
조금 기다릴까.
.........
...부스럭.
소리가 났다.
어제까지의 나라면 듣고 흘려버렸겠을 소리.
유이치 = 아, 마이...
...우물우물.
나는 어째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다.
먹는것에 열중해서 들리지 않는거다.
저녁때는 어안이 벙벙해질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었는데.
삭...
무언가가 시계의 구석에 나타났다.
그것이 보였다. 하얗고 하늘하늘한것.
유이치 = 이봐, 마이ㅅ...
저녁때처럼 불의의 습격을 받는다면 그렇게 무사 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것을 잡아야할 마이는 주먹밥을 먹는데 여념이 없다.
뭐냐, 이 상황은...
나는 몸을 진정시키고, 마이가 눈치채주기를 기다렸다.
사---악...
가까워지고있다.
뒤돌아보지도 못하고, 나는 조용히 주먹밥을 먹고있는 마이를 바라보았다.
마이 = .........
유이치 = .........
틀렸어...도망치자...
그렇게 마음을 정한 순간...
...스윽!
바로 뒤에서 기척이.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눈앞이 하얀색으로 가득차 있었다.
유이치 = 우아아아-ㅅ!!
카각!!
무언가의 소리와 함께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시계가 원래대로 돌아와있다.
유이치 = 에...
마이가 검을 벽을 향해 찌르고있었다.
하얀...천을.
그대로 시선을 내리니 그 천에서 사람의 하반신이 나와있었다.
소녀 = 아, 우웃....
펄럭하고 천을 넘기자, 알고있는 얼굴이 나왔다.
마코토 = 주,죽는줄 알았네...
마코토 였다.
유이치 = 뭐하는거야 너.
마코토 = 유이치를 쇼크사시키려고 생각해서 왔어...
도중까지는 잘 되었는데...
뭐야, 이 소란스런
여자는!!!!
유이치 = 나를 죽이려고한 네가 말할 대사냐, 바보녀석.
딱 하고 때려준다.
마코토 = 아우-ㅅ..
마이는 하얀천(커텐이었다)에서 칼을 뽑아 한손에 잡은채로
주먹밥 마지막 한입을 먹었다.어떤 동요도 없다.
처음부터 마코토의 장난이라고 알고있었던 듯한 마이였다.
마이 = .........
그 마이가 생각난듯이 마코토에게 눈을 돌린다.
마이 = 이리와.
마코토 = 에...? 왜...?
마이는 가까이있는 마이의 머리에 손을 뻗는다.
마코토 = 이거 뭐하는거야, 어리다고 바보취급하는거야?
그렇게 느낀 마코토가 감정적으로 소리친다.
마이 = .........
그냥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듯 해서.
마코토 = 그런 생각안해--!!
마이 = 그래.
마코토 = 으응, 유이치...
유이치 = 뭐야.
마코토 = 이녀석...위험하다구...
유이치 = 그건 네가 할 소리가 아냐. 네가.
자, 어디의 커텐인지는
모르겠지만 돌려놓도록해.
커텐을 집어올려서 마코토에게 던진다.
마코토 = 귀찮아--...
유이치 = 자기가 벌린일은 자기가 수습해.
마코토 = 으으...
포기하고 커텐을 안고서는 질질끌면서 되돌아간다.
유이치 = 입구에서 기다려. 같이 돌아가줄테니까.
마코토 = 응.
계단을 오르고있나하고 생각했는데, 바로 되돌아온다.
마코토 = 저..말야...
유이치 = 뭐야.
마코토 = 이거 되돌려주는데 같이 와줬으면하는데...
유이치 = 하아...
그렇게 중간에 포기할 정도의 배짱으로 잘도 밤의 교사에 혼자
숨어들어왔던거다.
한번 열중하면 주위가 보이지 않게되는 타입이겠지.
유이치 = 알았어.
,라고 했으니까 나
돌아가볼께.
마이 = .........
조용히 끄덕인다.
유이치 = 그러면 안녕.
나는 마코토를 돌봐주기위해서 오늘은 그걸로 마이와 헤어졌다.
집에 돌아오자 벌써 10시가까이 되었다.
학교까지의 거리를 왕복하는 것 만으로도 4,50분은 걸리니까,
하루에 2번이나 왕복한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의 소비라고 생각된다.
그 정도의 시간을 아까워할 정도로 바쁜 몸도 아니지만.
< 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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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
-----------------------------------------------------------------------------
<
전략 >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옥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여자아이들과 만나게된다.
사유리 = 아, 유이치. 안녕하세요-
유이치 = 또 와버렸는데, 방해되는것 아냐?
사유리 = 아하하-ㅅ 대환영이에요.
사유리상은 정말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다.
그것에 비해서 이쪽은...
마이 = .........
변함없이 눈길도 주지않는다.
내가 나체로 앉아있어도 조용히 도시락을 먹을듯한 느낌이 든다.
유이치 = 마이, 저녁때는 어땠어?
마이 = .........
유이치 = 그때 그건 나왔어?
마이 = .........
유이치 = '예스'야 '노'야.
마이 = .........
...노-
유이치 = 그런가. 나오지 않는 날도 있는건가...
사유리 = 무슨이야기에요?
유이치 = 마이의 '순환'에 대한 이야기야.
마이 = .........
사유리 = 헤에-...
마이...약줄까..?
유이치 = 이봐이봣, 부정하지않는다고 또 믿어버린거지,
사유리.
마이 = 아니야.
유이치 = 그러니까 너무 느리다구!
사유리 = 아하하ㅅ, 농담이었던거군요.
변함없이 사유리의 미소만으로 주위가 온화해지는 느낌이다.
사유리 = 따뜻한 홍차가 있는데, 어떠세요? 유이치.
그 사유리가 보온병을 권해준다.
유이치 = 아, 좋아. 그래도 컵이 없는데.
쥬스의 깡통은 있지만, 설마 그 속에 넣을 수는 없을테지.
사유리 = 사유리것으로 좋다면...
사유리가 말하는 도중에 생각하지 못한방향이서 불쑥 손이 뻗어나왔다.
마이가, 자기 컵을 나를 향해 뻗고있었다.
사유리 = 마이, 그래도 괜찮아?
마이 = ...나중에 돌려주면말야.
유이치 = 그래, 미안하...ㄴ데 아직 안에 남아있는데...;
마이 = 괜찮아.
유이치 = .........
뭐, 이게 마이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한 성의겠지. 저녁 때의 위문품의
답례를 할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일단 절반이나 남아있으니까 사유리에게 부어주자.
사유리 =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보온병의 뚜껑을 열었는데 사유리는 왼손을 감싸고 있는듯이
보였다.
다치기라도 한 것일까. 곁눈질을 하고있는 사이에 홍차는 다 따라지고,
수증기와 함께 허브의 향이 콧속까지 감돌았다.
유이치 = 좋은 향기가 나는데. 이거 허브티구나.
사유리 = 네, 매일 종류를 바꾸고있어요. 많이 있으니까
사양말고 마셔주세요.
유이치 = 응. 그러도록할께.
마이 = .........
문득보니 또 마이가 내쪽을 향해서 손을 뻗고 있다.
유이치 = 왜그래, 마이.
마이 = ...목이 말라.
유이치 = .........
하하...
나는 그 손에 아직 한입도 대지않은 컵을 넘겨주었다.
마이페이스라고나할까, 분위기의 흐름을 전혀 따라오지못하는 녀석이었다.
꿀꺽, 하고 목구멍을 울린뒤,
자신의 입이 닿은 흔적조차 지워지지 않은 상태의 컵을 돌려준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고, 반대쪽에 입을 댔다.
사유리 = 저, 유이치. 이거 사유리가 직접만든거에요-.
그런 예의에서 벗어난 마이의 행동에도 익숙해져버렸는지,
사유리는 나를 위해 반찬을 골라주고있다.
언제 또 마이가 목이 말라할지 몰랐기 때문에,
나는 마이의 손이 닿은 위치에 컵을 놔두고 식사를 계속했다.
유이치 = 그런데 사유리상. 매일아침 이정도되는것을 만들어오려면
큰일이겠는데?
사유리 = 그렇지 않아요. 아침일찍 일어나니까.
유이치 = 도시락때문에 일찍일어나다니...수면부족이 되지않을까?
사유리 = 밤에 빨리자요. 11시쯤이면 이불속에 들어가버려있으니까.
11시...나로 본다면 하루에 제일 활동기에 접어든 시간이다.
그러면 내가 보는듯한 심야의 텔레비전 방송은 모르겠고,
전혀 욕구에 물들지않은 사유리가 다른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처럼 생각된다.
사유리는 보통 이야기하는 '공주님'일지도 모르겠다.
유이치 = 사유리의 아버지는 엄하지않아?
사유리 = 네? 아주 상냥하신데요?
부정되기는 했지만, 그것은 그걸로 공주님의 대답인듯한 느낌도
든다.
마이도 보면 그렇지만, 사유리라 하더라도 보통은 아닌듯한 기분이 든다.
그 가운데엔 내가 제일 성실한 학생으로 생각된다.
사유리 = 하지만, 옛날에는 엄하셨어요. 그 덕에 사유리는
올바르게 자랐지만요.
그런데, 유이치의
아버지는 엄하신가요?
전혀 내 질문의 의미를 눈치채지못한 상태에서 사유리가 말을 계속했다.
유이치 = 아니, 별로 그런것을 듣고싶은 것은 아니었는데...
나는 말하면서 컵에 손을 뻗었다.그러자...
딱!
무언가가 머리에 세게 부딛혔다.
마이 = ...아파.
얼굴을 들자, 무표정인 상태로 이마를 누르고있는 마이가 있었다.
컵을 집으려던 타이밍이 멋지게 들어맞은 듯 했다.
하지만 잠깐 있어봐...
유이치 = 나는 사유리와 이야기하면서 먹으려고했으니 어쩔수
없지만,
말없던 네가 왜 부주의하게
머리를 부딛힌거야?!
마이 = .........
...딸꾹.
유이치 = 잘 알았어.
나는 딸꾹질을 하기시작한 마이의 손에 컵을 쥐어주었다.
사유리 = 내일부터는 컵을 하나더 가져올께요-
그런 상황을 보면서 사유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
중략 >
유이치 = 나갔다 올께.
나유키 = 에? 오늘도?
나유키가 놀란듯이 말한다.
유이치 = 응.
나유키 = 어제저녁도 졌어?
유이치 = 아니, 어제는 나타나지않았어.
거기까지만 말하고 일방적으로 문을 닫았다.
언제나처럼 그 주위에 유일한 편의점에 들렸다가 학교로 향한다.
쨍그랑---!!!
교문을 빠져나오는데, 창문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나는 곧바로 뛰기 시작했다. 틀림없이, 마이에게 무슨일이 생긴게 분명하다.
출입구를 지나서 흙발인 채로 도착한 복도는 한편이 유리조각으로 뒤덮여 있었다.
빠직...
바람이 또하나의 파편을 떨어뜨렸다.
유이치 = 다친데는 없어?
마이 = .........
가운데 쭈그리고있던 마이가 몸을 일으켰다.
후두둑하고 그 몸에서 유리조각이 떨어져내린다.
유이치 = 다친덴 없어?
다시한번 물어보았다.
마이 = ...없다고 생각해.
옆까지 다가가지, 머리카락사이에도 유리파편이 섞여있는 것이 보였다.
유이치 = 가만히 있어. 털어낼테니까.
마이의 등뒤로 돌아가서, 정성스레 그것을 털어낸다.
유이치 = 그래서, 마물은...?
마이 = ...이젠 없어.
유이치 = 그런가.
마이 = ...최근...
유이치 = 음...?
마이 = ...최근 잘 나타나.
유이치 = 마물들이?
마이 = ...그래.
유이치 = 그렇지만...
나는 복도의 참상을 둘러보고는 한숨을 내 쉬었다.
유이치 = 귀찮게 되어버렸네...
마이 = .........
유이치 = 뭐, 누가 했는지는 모를테니까.
마이 = .........
유이치 = 오늘은 이제, 빨리 돌아가는 편이 좋지않을까.
마이 = 아직 근처에 있는 느낌이 드니까...
나는 그 말에 바로 몸이 얼어버리며 다음 말을 계속했다.
유이치 = 그렇게 말해도, 오래있으면 곤란하다구...
숙직하는 선생이
있을지도 모르고.
마이 = .........
관계없어, 라고 말하고 싶은건가. 흘낏 내쪽을 본 뒤에 시선을 돌렸다.
유이치 = 대체 너, 언제나 몇시까지 있는거야?
마이 = '기운'이 사라질때까지.
유이치 = 그게 몇시정도인데.
마이 = 글쎄...
우리들이 TV를 보고있는 동안, 마이는 이곳에 서있고,
우리들이 목욕을 하고 자려고 하는 때쯤 집에 돌아가는 것일까.
그런건 학생의 생활이 아니다. 어떤 즐거움이 있는걸까.
유이치 = 어쨌거나, 돌아갈께. 알겠지?
나는 그렇게 강하게 한마디를 남기고 그 장소를 떠나왔다.
마이로부터 도망칠 멋진 구실이고, 혹, 마물과 싸울 수단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전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에 뒤돌아 보았을때도, 마이는 돌아갈 기미도 없이 묵묵히 서있는 채였다.
집에 돌아오자, 거실쪽에서 즐겁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에 마코토도 같이 있는것 같았으므로,
여자들이 TV의 버라이어티 방송이라도 보고있는듯 했다.
'여자3명'이 모였으니 상관하지 않는게 좋겠지.
나는 홀로 2층으로 올라갔다.
< 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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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
<
전략 >
점심시간이 되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거기서 아직은 물리지않은 빵 두개와 주먹밥 하나를 적당히 고르고,
뒤돌아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어쩐지 일과처럼 되어버린 마이들과의 점심.
이상한 일이 계기가 되어 아는 사이가 되었지만,
지금은 신기하게 마음 편해짐을 느낀다.
사유리는 사람이 좋고, 마이는 마이의 말하는것으로 흥미깊은
점이 많다.
밤의 일은 관계없이...다.
씩씩하게 계단을 뛰어올라가, 언제나의 장소에 얼굴을 내민다.
유이치 = .........
아무도 없었다. 옥상으로 나간걸까.
이 계절엔 꽤나 여는일이 없는 철제의 무거운 문을 열고
돌풍이 세차게 부는 옥상에 걸어나갔다.
유이치 = .........
인기척은 없다.
유이치 = 사유리상---!
유이치 = 마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까 했지만,
이런 추운곳에서 대체 무엇을 하고있는건가..하고 자신의 생각을 후회해버렸다.
일단 기다려봐도 그녀들이 나타날 기미도 없어 나는 계단을 내려와서
교실로 돌아갔다.
<
중략 >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나유키와 헤어지고 혼자서 복도를 걸어가다보니
그 앞에 알고있는 얼굴이 있었다.
그녀가 혼자 있는 것은 처음보았기 때문에 가까이 갈때까지
그렇다고는 확신할수없었다. 하지만 역시 그것은 사유리상이였다.
유이치 = 왜 그래? 사유리상.
사유리 = 아, 유이치. 안녕하세요.
유이치 = 마이를 기다리는거야?
사유리 = 에에... 그게...
유이치 = 응?
사유리 = 점심시간...기다렸어요?
유이치 = 아, 조금. 오는것 같지 않아서 바로 교실로 돌아갔는데.
사유리 = 미안해요...
유이치 = 왜 그래? 웬지 기운이 없는것은데.
사유리 = 그런것 아니에요- 아하하-ㅅ
어떻게 보더라도 허세다.
유이치 = 마이는...?
그렇게 물어보자, 한순간 표정이 어두워진다.
사유리 = 교무실에요...
유이치 = 교무실...? 그녀석, 뭔가...
나는 말을 걸다가 생각해냈다.
유이치 = 창문유리...인가.
사유리 = .........
사유리도 알고 있었는지 말없이 끄덕였다.
유이치 = 하지만 어떻게 알려진걸까...
사유리 = 두번째에요.
유이치 = 엥?
사유리 = 정확히는 세번째...아니, 모르겠어요...
그래서, 선생님들과
특히 학생회에서는 계속 주시해왔기때문에...
이런일이 있으면
바로 마이가 불려나와요.
확실히 마이에 있어서
어제 저녁때 같은 사건은 일상다반사일지도 모르겠다.
사유리 = 하지만 마이는 절대 부정하지않아요. 그냥 선생님의
설교를 들을 뿐이죠.
그리고 내려지는
처분을 기다릴뿐.
유이치 = 예전에는 어떻게 되었지...
사유리 = 정학이었어요.
그 말을 듣자, 나는 놀라기 보다 먼저 화가 났다. 저녀석은...마이는
도대체 뭘
하고있는건가 하고. 어떤 누명이 씌워지더라도 묵묵히 그 책임을 진다.
그 모습이 싫을정도로 쉽게 상상되어버린다.
유이치 = 내가 말을 하고올께. 그녀석이 한게 아니라고.
나는 거의 분노에 휩싸여 교무실의 문에 손을 대었다.
그러나...
어떻게 설명을 하면 좋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저질렀다, 라고 말해서 납득해줄까?
내 변호가 마이를 구하게 될수 있을까?
하지만 하지않는 것보다는 낫다.
나는 문을 힘껏 열었다.
유이치 = .........
거기에는 마이가 있었다. 교무실을 나가려고 하던 참이었던것 같다.
유이치 = 마이...
마이 = .........
말없이 우두커니 서있는 채인 내 곁을 지나쳐간다.
유이치 = 야, 마이...!
그 어깨를 뒤에서 움켜쥐었다.
마이 = ......?
유이치 = 너, 설마 또 정학먹은것 아니야...!
마이 = .........
...별일 없었어.
나는 그 한마디를 듣고서 바로 힘이 빠져버렸다.
마이 = 용무가 있는게 아니야?
열어둔 채인 교무실 문에 마이가 눈길을 주며 말했다.
유이치 = 바보, 용무가 있던것은 너에게야.
마이 = ...뭔데.
유이치 = 크읏...이젠 됐어.
사유리 = 마이, 유이치는말야, 마이를 아주 걱정했어.
사유리상이 끼어들 듯이 그렇게 말해주었지만 나는 그것을 손으로 막았다.
유이치 = 이젠 괜찮아, 사유리상.
마이 = ......?
마이는 우리들이 뭘 말하고싶은 것인지 전혀 모르는 채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유이치 = 기운빠졌어. 돌아갈께.
사유리 = 아, 네. 안녕히가세요.
<
중략 >
식사가 끝나고, 잠깐동안 휴식을 취한뒤,
나는 나갈 준비를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유이치 = 나갔다 올께.
거실에 얼굴만을 내밀고서, 일방적으로 문을 닫았다.
어쩌면은 오늘밤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없는쪽이 나에게는 고마운일이었다.
있다고 한다면,
그정도로 어리석은 그녀에게 나는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몰랐기 때문이었겠지.
없는게 좋아.
'역시나 넌더리가 났나'라고 나는 발걸음을 돌리고,
두번다시 밤의 교사에는 들리지 않게 될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어리석었다.
유이치 = 그래도, 싫증내지않고 또 있는거야?
나는 복도끝에 서서, 마이를 향해서 말했다.
마이 = ........
유이치 = 고집이 세구나. 너는.
마이 = ......?
유이치 = 오늘은 물었던 질문의 답을 듣고싶어.
그 어리석은 정도를 시험해보기로했다.
마이 = .........
유이치 = 그 마물은...많이 있는거야?
마이 = .........
유이치 = 예스 하고 노 야.
마이 = ...예스.
유이치 = 너에게 승산은 있는거야?
마이 = .........
유이치 = 언젠가 이길 날이 오는거야?
마이 = .........
...예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 생각대로 했다.
유이치 = 알았어. 그러면 됐어. 너의 그 고집이 무모하지 않다는 것은 알았어.
이 싸움은 끝이 있을거다.
무의미하게 내 입장을 위험하게 하는 것만은 아닌듯 하다.
그렇다면 지금은 눈감아 주기로 했다.
모든것이 끝난다면 마이도 보통의 생활로 돌아간다.
평온한 생활로 돌아갈 날이 온다.
나는 그때까지 만나주기로 했다.
마이 = .........
그런 나의 결의도 전혀 눈치채지못한 상태로 마이는 평소같은 표정을 하고있다.
유이치 = 좋아. 그러면 야식시간을 가져볼까.
그렇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손에 들고있던 봉지에서 여러가지 초밥을 모아놓은 팩을 꺼내어서 개봉했다.
유이치 = 따뜻한 것 쪽이 좋았을텐데.
마이 = ...초밥 싫어하지않으니까.
유이치 = 그래, 그러면 잘됐네.
변함없이 편의점에서
사온것이니까 맛은 보증못하지만말야.
뭐가 좋아?
마이 = 큰 참치초밥.
유이치 = 그런게 편의점의 초밥에 들어있냐!
파초밥 으로 참아.
마이 = .........
내가 내민것을 묵묵히 받아들고 한입에 그것을 입안가득 넣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물우물 씹었다. 맛없지는 않아, 라고 말하는거겠지.
유이치 = 오늘은 조용하네.
오늘 아침은 깨어진 채 였던 창유리를 보고서 놀라버렸다.
그것은 완전히 1개도 남김없이 복귀되어있다.
마이 = .........
유이치 = ......?
마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유이치 = 왜 그래, 마이
마이 = ..........
몇개 남았어.
유이치 = 그런걸 걱정하는거냐-!
나는 완전히 빗나간 말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원하는대로 음식을 내밀어준다.
마이는 언제나처럼 있다.
마이는 언제라도 냉정했던거다.
유이치 = 다녀왔습니다.
들릴까말까한 정도의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거실 앞을 지나쳤다.
< 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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