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빛나는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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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c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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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복도에서, 낯익은 얼굴 발견.
"선배~"
"유키군"
최근, 자주 만나게 된다.
선배는 상냥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즐겁게 인사를 나눈다.
"선배, 지금 돌아가는 거야?"
"아니, 이제 도서실에 가"
그렇게 말하며, 들고있던 책을 보여준다.
돌려주러 가는 건가...?
"그건....."
"응 점자책이야"
장님을 위해 만든, 점자책.
"선배, 점자책 읽을수 있어?"
"전에는 몰랐는데, 이제 겨우 읽을수 있게 되었어 ^^"
열심히 했다는 듯, 싱긋 웃는다.
"그거.. 돌려주려고...?"
"응. 저번주에 반납해야 되는 거였거든"
"..벌써 지났잖아.."
"응"
끄덕이고는, 조금이라고 덧붙인다.
"그런데 유키군은 어디가..?"
"나도 도서실 가는 참이었어"
"어째서?"
"심심해서"
"내일 시험 안봐....?"
"그러니까~ 공부하려고 가는거야"
"그렇구나..^^"
즐거운 듯, 고개를 끄덕인다.
"자, 그럼 같이 가자"
"응"
그리고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은 이 쪽이야"
반대쪽을 가리키며 말하는 선배.
"그런거였어...? ^^;"
"설마.. 도서관 가는거 처음이야..?"
"한번도 없었으니까 뭐.."
"...대단해"
"당연하지~"
"이 쪽이니까 따라와 ^^+"
내 손을 잡고 이끌어주는 선배.
"..이..이렇게 뛰어도 돼...?"
"나.. 뛰는것 좋아해.."
미소지으며, 복도를 뛰고 있다.
(..장님이라는 것... 구라일지도 몰라..)
선배에게 이끌린 채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손에 쥐어진 것은 확실히 점자책.
"여기야"
선배의 도움으로, 나는 도서관이라는 곳에 오게 되었다.
"...여기야...? 지하 10층으로 되어있다니...뭔가..."
"그냥 3층이야 ^^;"
"게다가 비밀문 같은 것이 달려있었다니"
"그런게 아니라니까~"
"들어가자" (나의 유머가 통하지 않는군)
"응"
선배의 안내로, 도서관에 발을 딛은 첫경험~.
"음.. 생각보다 괜찮은데..?"
처음 보는 도서관에서 감탄의 소리를 낸다.
"...... --+++++++"
그리고, 독서하고 있는 학생들의 따사로운 눈초리를
받는다.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라고 안 써져있니...?"
미사키 선배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붙었어. 큼지막하게 3개정도"
빨간 색 글자로, 알기 쉽게 붙어져 있다.
나는 머쓱해진 채 안으로 들어간다
"어째.. 여기 싫어질 것 같아.. - -;;;"
속삭인다.
"유키군이 나빴던거야"
달래준다.. ^^:
"시험기간 중이니까~"
그런 말을 하며,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만 기다려, 나 책 돌려주고 올게"
가지고 있던 책을 들고, 카운터로 향한다.
"....."
보니, 도서위원과 얘기하는듯 했다.
뭐 기한이 지났다고 꾸중듣거나~ 하는건 아니겠지?
..라고 해도 빌린 적이 없으니 그런 것 알턱이 없다.
"........."
아는 사인가..?
잡생각을 하며 앉아있으려니 어느새 대화가 끝난
모양이다.
사뿐사뿐 이 쪽으로 걸어오는 선배.
"기다렸어~?"
"혼났어?"
"아니~ 그런일 없어"
"늦었다고 해도 며칠일 테니까"
"응.. 반년정도 지났을때는 좀 혼났지만.."
고개를 살짝 흔들며, 어색하게 말한다.
"설마.. 상습범?"
"응~ 그럴지도. 나 늘, 반납일 전에
가지고는 가지만.. 책상 같은 곳에 두고
까먹기가 일수라서... 건망증이 심하거든"
"선배는 똑똑해 보였는데...?"
"그래..?"
"에.. 이지적이라고나 할까...?"
보기에만 그렇긴 하다...
"음~ 그랬구나. 몰랐어"
새로운 듯, 중얼거린다.
"그것보다.."
문득 생각나 묻는다.
"저 카운터의 사람이랑은 친해?"
"아니 전혀 몰라. 복도에서 스친 적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 꽤 친하게 얘기하는 것 같아서
아는 사람인가~ 했지"
내 말에, 자상하게 답한다.
"나 눈이 보이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상대를 알기 위해서는,
같이 얘기하는 수밖에 없거든.
대화를 해서, 그것으로 어느정도 상대를 이해하고
그리고 나를 보여주고.
..그 방법밖에 없으니까..."
"그래...."
"응,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이랑 말하는걸
좋아한다는게 가장 큰 이유야"
그렇게 말하며, 가는 눈으로 웃는다.
..빛이 없다고 해도, 그것을 가릴만큼의 상냥함이 있다.
"아, 유키군 주소 가르쳐 줘":
"에..? 주소는 뭐하게?"
"유키군에게 카드보내게"
"카드라.. 벌써 그럴때구나"
"응.. 빠르네.."
조금은 쓸쓸한 표정이 되어 말하는 선배.
..착각일까...?
"그러니까 주소 말해줘.."
"그러면, 나도 선배한테 카드 쓸 테니까
주소를 말해줘"
"응"
주소를 교환하고는, 도서관을 떠난다.
학교를 나와, 선배를 바래다주고 (그래봤자 코앞이지만)
헤어진다.
"그럼 잘가~ 선배"
"바이바이~ 유키군"
손을 흔들며 덧붙인다.
"유키군의 카드.. 기다릴게"
그리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12월 18일
<잠든 후>
<하늘로만 이루어진 세계...
저 아래는, 무엇이 있는 걸까>
<아무것도 없어>
<그래? 난 넓은 들판이나 양떼들이 잔뜩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냐, 하늘로만 이루어져 있어>
<어째서...? 양 정도는 있어도 된다고..>
<대지가 없으니까, 양은 떨어지는 거야>
<그러면 대지를 만들자, 지금 막 꿈틀거리는 대지>
<없어도 돼. 바다가 있으니까>
<양은 바다로 떨어지는 거야....?>
<응. 풍덩 소리를 내며 바다로 떨어져버려.
수평선으로만 이어진 끝없는 그 곳으로.
그 곳에 뜬 채로 일생을 보내겠지>
<그 양은 전부 네자신이지...?>
<응.. 나야.. 무기력한 나 자신..
지금의 나는... 바다에 떠다니는 양 같아.>
바다에 떠다니는 양,
그것은 지금의 나와 너무 어울린다.
<그래도 꿈 속에서는 하늘을 날잖아>
<양이 하늘을 날아..?>
<날아도 좋잖아>
<바보같다구.. 안 어울려.
양은 자기주제를 알면서도, 바다를 고른거야>
<그것도.. 네 자신의 비유...?>
<.........>
<조금 지나쳤나...?>
<아니, 신경쓰지 않아..>
난, 스스로를 알면서 이 세계를 선택했다.
그것은 이 세계를 무시했다는 의미도 된다.
그녀가 속해있는 이 곳을..
...느꼈을까...?
나의 이 불안정한 마음을....
<그래도 양들은 수영을 잘한다고>
<정말...?>
<파도를 첨벙거리며 어디론가 가는거야>
<그것도 좋네.. 하늘을 날지 못해도>
..그러나.. 그렇게 가도 나오는 것은 없다.
닿을수 있는 섬 따위는 없어.
없는 것이다.
12월 21일
<잠든 후>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어디에서든,
무슨 생각으로든,
허무에서 행복을 찾을 수는 없다.
그것을 느낀다.
바다에 내던져진 채, 나는 무엇을 슬퍼하는 걸까
어떠한 것도 느끼지 못한 채.
이것이 행복인가...?
확실히, 텅 비어버린 마음.
이젠 잃어버릴 것도 없다.
그것이 진심.
어떤 것도 잃을 것이 없는 이 세계에서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거지..
선택이 없는 막다른 곳...
그것은 나의 종말.
스스로가 알지 못하는 때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느꼈기에,
이렇게나 공허했다.
..공허한 것이다.
12월 22일
하늘에 섞인, 사람의 그림자.
아니, 하늘이 아닌 하늘에 속한 곳.
학교 옥상이다.
"설마... 이런 때 옥상이라고...?"
미친 짓이다.
"........."
가만 보니, 그 그림자는 철망에 기댄채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긴 머리칼을 나부낀 채.
"혹시.."
아니, 확실하다.
낯익은 모습임을 확인하고는,
나는 서둘러 현관안으로 들어갔다.
허겁지겁, 실내화로 갈아신고 복도를 뛴다.
그러나.. 어째서 이런 때에...
<출입금지.>
그런 글이 쓰여진 곳.
나는 그 앞에 서 있다.
그리고, 거친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손의 감각이 없어질 정도의 차가움.
있는 힘껏 문을 열었다.
문틈으로 느껴지는 바람.
거센 바람이 몸을 밀어내는 것에 애써 저항한다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한 바람이다
.
그리고 춥다.
철망을 뒤흔드는 바람.
태양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장소.
그리고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
허공을 응시한채,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칼을 꼭 누르고는
그렇게 서 있었다.
"야~ 선배"
바람소리에 지지않을만큼, 큰 소리로 부른다.
"......"
무슨 말을 했을까,
그러나 그 소리는 바람에 밀려 나에게 들리지 않는다.
나는 살며시 그녀에게 다가간다.
"........"
선배가 천천히, 나를 돌아본다.
"안녕, 유키군"
"응"
"비... 그쳤네"
슬픈듯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비.. 좋아하는 거야?"
"젖으니까 싫어.. 그렇지만... 쏟아지길 바랄때도 있어"
그리고는 등을 돌렸다.
"다들. 하늘 어딘가에 있겠지"
부러운 듯,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다들..이라면..?"
"반 친구들.."
"........"
"조금전까지는, 같이 교실에서 얘기했는데.."
"........"
"비가 그치니까, 다들 돌아가버렸어"
"선배는.. 같이 안갔어?"
".....응"
시선을 아래로 향한채, 힘없이 대답한다.
"그래도, 이런 곳에 있어도 할 수 없잖아"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같이 갈래? 내가 바래다줄게"
"........"
"선배.."
"그러자..."
돌아보는 그녀의 얼굴은 초연했다.
"고마워 유키군"
그리고는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등 뒤에 선다.
"..좋은일도 있었어.."
안으로 들어서기 전 다시한번 옥상쪽을 바라보며,
"유키군을 만났으니까..."
문을 닫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