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아파..~"
ONE. 빛나는 계절에.
(c)
Tac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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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진지하게.. 해볼까..
4교시가 끝났다.
출석부를 덮는 선생님.
그리고 등을 돌리는 순간,
잽싸게 뛰어나간다.
누군가의 불평이 들리는 듯 했지만
(나가모리일거야~) 그대로 복도로 뛰어나간다.
선배와의 내기,
질수는 없다.
이래뵈도,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나로서는
사사로운 내기라도 질 수는 없는 것이다.
이걸 애같다고 하는 사람이야 말로 노친네인거라고.
나는 한적한 복도를 힘껏 달린다.
시계를 보니 여유가 있다.
뭐 괜찮아.
아직 밖에 나온 애들도 없으니.
이 정도면 훌륭한 스타트
서서히, 몸에 가속을 붙인다.
코너가 나오고,
나는 간단히, 안쪽으로 내달린다.
이겼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옥상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
쿵~!!!!!!
넘어질때의 bgm과 함께 눈앞이 캄캄해졌다.
"우웅... 아파~"
눈을 뜨자, 잘 아는 여자애가 주저앉아 있다.
울듯한 표정으로 이마를 감싸쥐고 있는 미사키선배.
"눈이.. 아파..~"
아무래도 정면으로 충돌한 것 같다.
나야 괜찮지만, 선배에게는 꽤 충격이 컸을지도.
"후웅..."
울먹거린다.
그래도 엄청난 충돌이었는데 이 정도면,
역시 선배도 강철이다.
"아.. 저..저.. 죄송해요..."
누군가와 부딪힌걸 깨달았는지,
사과하는 선배.
"에..저... 괜찮으세요..?"
미안한지,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 꽤 귀엽다 ^^
나인줄... 전혀 모르는 군...
꽤 재밌는 장난같아서. 나는 잠자코 있는다.
"아..저... 혹시.. 많이.. 화나셨어요....?"
아무 말이 없는 상대를 향해,
쩔쩔매며 대답하는 선배..
"아...저......아...저..."
계속 우물쭈물거리며, 눈치를 살핀다.
"저...저..."
.....
너무... 놀린 건가....?
그래도.. 재밌으니 좀더 놀리자.. ^^;
"아.. 저...무슨 말이라도.. 해주세요...!!!"
"...."
누나인 주제에, 하는 짓은 어린애. ^^
"우웅..."
밝히긴... 해야 되는데..
잘못하면... 맞아죽을지도..
"...선배...?"
조심스레, 말을 건다.
".....--+"
씹혔다...
"선배.. 미안.."
"유키..군..."
좀.. 심했나...?
선배는 울먹이는 표정이 되어, 나를 쳐다본다.
"그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너무해.."
조용히 대답한다.
"미안~ 정말정말 미안~"
"......"
"선배~"
"..할 수 없네"
약간 풀어진 목소리.
"한번만 봐줄게"
"미안~"
"응"
누그러진 표정.
"그치만.. 나... 꼭 복수할거야~!"
장난스레 웃으며 말하는 선배.
".........."
그 미소를 보니, 지금 했던 장난이 부끄러워진다.
(볼수 없는 사람을 상대로... 비겁하게...)
미안해... 정말...
"내기는 비겼어도, 옥상에 갈래?"
"그럴까나.."
"좀 있으면.. 정말 추워져서.. 옥상도 못 가겠지..?"
"그런가.."
시간이 지날수록 매서워지는 바람.
확실히 겨울이다..
두사람은 나란히 옥상으로 향한다.
그리고, 나는 손잡이를 열었다.
"................."
그리고 다시 닫는다.
"어째서...?"
"관두자... 장난이 아니야..."
"추워...?"
"...추운 정도가 아니야.. 그만두자.."
"그래.. 벌써 그런 계절이네...."
"빨리도 지나가버렸군."
"정말... 빠르네...."
고개를 숙이고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다.
"이제... 곧 졸업이네..."
"그런가... 선배 내년에는 졸업이구나...?"
"응...."
어두워진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오늘은... 그만... 갈래..."
"같이 갈까?"
"응... 그러자"
"그치만.... 별로 같이 가는 것 같지도 않을거야.."
애들이 빠진 신발장앞에서,
실내화를 갈아신으며 말하는 선배.
"어째서?"
"응.. 이제 알거야.."
가벼운 발자국 소리를 내며, 선배와 나는 현관을 나선다.
교문을 지나, 집에 돌아가는 길.
.. 선배가 걸음을 멈추었다.
"어째서?"
"다왔는걸.."
"뭐...?"
"우리집이니까"
그리고는, 눈앞의 집을 가리켰다.
"여...여기...?"
"응. 이곳이야."
학교 바로 정면에, 교문과 마주본 자세로 서 있는 건물
"설마.~"
"문패도 있어. 카와나라고"
"..진짜다.."
"바래다줘서.. 고마워"
"아... 응"
..이런것도... 바래다 준걸까...?
"이렇게 가까우니... 지각같은건 안하겠군"
"그렇지도 않아. . -.-;; 늦잠자면.. 똑같은걸..."
"그건 그래"
"응. 그래도 가까우니까 편해"
"준비물 잊어버렸을 때라던가~"
"응. 그런것"
이런 위치니까.. 혼자 다닐수 있는 거군..
"그러면 같이 구경다닐래?"
생각나는 대로 말한다.
단지 선배와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
"선배?"
어두워져, 입을 다물어버린다.
"..............."
"아직.. 시간 괜찮잖아....?"
"으..응"
"연말이니까~ 볼것도 많다구"
"응.. 그렇겠네.."
"자, 그럼 가자 선배~"
나는 선배의 손을 잡아끌었다.
물론 힘을 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살짝, 가볍게 쥐는 정도.
그런데..
"....!!!!!!!"
놀란 듯이, 손을 뿌리친다.
그리고는그대로 주저앉아버린다.
겁먹은 듯이, 작아져 버린 듯한 선배.
".........."
한번도 보지 못했다.. 이런 모습은..
"선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그저 불러 본다.
"미안해.. 유키군"
겨우 웃음을 짓고는, 나를 올려다본다.
"갑자기.. 잡아당기니까.. 넘어진거야... ^^"
"미안...그러려고 한건 아닌데.."
"응... 알아.."
일어선채, 말을 잇는다.
"나.. 사람 보는 눈은 있으니까..."
그리고는 다시 웃었다.
쓸쓸함이 묻어나는, 어쩔수 없다는 미소.
"오늘은.. 바빠서 안돼.."
"그래..."
"... 데이트 신청은 기뻤지만..."
"......"
"바이바이. 유키군"
작게 손을 흔들고는, 집으로 돌아간다.
현관문을 열며 잠시 나를 바라보고는,
"미안해.. 정말"
속삭이듯 이야기하며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가버렸다.
"............"
나는 잠시 그대로 서 있다가,
쓸쓸히 집으로 향했다.
12월 7일
빈 교실에서 체육복을 갈아입고는,
복도로 나온다.
"하아...."
한숨을 쉰다.
.. 드넓은 운동장을 뛰어다닌다..라니..
울고 싶군... - -;
( 이렇게 사악하게 추운 계절에 말이지...)
어쩐지.. 땡땡이 치고 싶어진다..
"유키군"
복도를 걷던 나를, 누군가 불러세운다.
돌아보자 미사키선배가 웃고 있었다.
"안녕 선배"
"안녕 유키군. 정말 유키군이었네."
"대단해... 선배. 한숨소리만으로 맞출수 있는거야...?"
"한숨소리만 듣고 맞춘건.. 오늘이 처음이야"
"그래..."
"응.. 나도 신기해"
"그런데 무슨 일이야 선배?"
이 시간에, 이런 장소라니..
"집에 가려고? 지금?"
"조퇴가 아니야~"
참.. 3학년은 진로상담때문에,
오전만 수업한다고 HR 시간에 말했었지...?
"유키군은?"
"..난 이제 운동장을 달려야 돼...."
큰일인 듯, 한숨을 쉬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다음이 체육이구나."
"하지만.. 이렇게 추운데.. 왜 하필 마라톤이냐구~"
"그치만 난 체육이 좋아"
"그래?" (선배가..? --)
"운동을 좋아해... 달리는 것도"
즐거운 듯 웃고 있다.
뭔가 의외군..
"달리면 기분이 좋으니까"
선배가 부루마(일본식 체육복으로, 하얀 티와 검은 팬츠
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함.)를 입고... 뛰어다닌다고...?
음.....
보기에는.. (어디까지나 인상일 뿐이지만)
얌전하기만 할 것 같은데... 상상이 가지 않아...
게다가.. 선배가 부루마라니...
그래도... 보고 싶어... ^^
"다음번에~ 보여줘"
"응 좋아"
...어떻게.. 보여준다는 걸까...
묘한... 말이다..
"그럼 안녕. 유키군"
"아아~"
"안녕이 아니라고~!! 미사키도 가면 안돼!!!!!!!!!!!!"
선배의 뒤에서 불쑥 미야마가 나타난다.
"에... 어째서?"
"오늘 나랑 같이 부활동 하기로 했잖아~!"
"아, 그렇네"
"오전수업에도.. 부활동이 있어..?"
"우리부는.. 지금이 클라이막스라고~!"
"난 도우미 ^^"
"그럼.. 다들 열심히 해~"
두 선배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바이바이~ 유키군"
그리고는. 홀로 운동장으로 나간다
12월 9일
<식당>
"어? 미사키선배!!!!!!!"
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는 선배.
"안녕. 유키군"
"선배도 지금 밥 먹는거야?"
"응"
"그럼 같이 먹자"
"응 그러자"
웃으며 대답하는 선배.
"혼자 먹는거 싫었으니까"
"그러면 내가 가져올 테니까, 선배는 자리 맡아"
빈 자리로 선배를 데려간다.
"응 지킬게. 무슨 일이 있어도 꼭 ^^"
"부탁할게~"
"유키군도 열심히 해"
"맡겨달라고~"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군.. 우리들..
"선배는 뭘 먹을래?"
"응.. 나는..."
<식사중>
"..........."
"맛있어~"
"............."
"왜그래..?"
"아,아니... 진짜 잘 먹는다..."
테이블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그릇을 보며
이야기한다.
"나.. 먹는 걸 좋아해.."
저러면서 먹은 카레가 벌써 2인분..- -;
카레밥만 2그릇이니까...
지금까지 먹은 카레시리즈는.. 6그릇...
가..가만있자.. 돈이...
생각..하지 말자.. 그냥.. - -;;
테이블에 쌓여있는 접시들, 보고만 있어도 엄청나다..
나는 메밀을 먹으며 그것을 지켜본다.
"나 당근도 잘먹어~"
".누가 물어봤어...? -;"
"나이프랑 포크도 쓸수 있어"
"..안들려 안들려~"
"맛있었어~"
...다 먹은건가....? 그새..
접시산이, 한층 더 높아진다.
"..선배.. 이제 배부르지?"
"아마도"
싱긋 웃는다.
"그래도.. 나중에 배고플지도 모르지만.. ^^"
"...말도 안돼.."
어디에... 들어간다는 거냐....
<미사키 미스터리> 시리즈라도 되는 건가...?
"응... 좀 더 먹고 싶어...."
...미친거야...선배...?
"....좋아좋아... 먹고 싶은만큼 실컷 먹어봐.."
(그 미스터리를 깨보자...)
"고마워, 유키군"
"그래도.. 적당히 먹어두라고..."
"응.. 그러면.. 카레라이스 3인분"
"선배... <적당히> 라고..."
"응.. 그니까 조금이잖아.."
언제부터 카레라이스 3인분이 조금이 된거지...?
미스터리는..이제부터 시작인가....?
나는 카레3인분을 선배에게 가져다 준다.
"잘먹을게~"
즐거운 듯, 수저를 든다.
..변함없는... 먹성.
"잘 먹었어~"
깨끗해진 접시 3장.
"선배.... 괜찮아..?"
"무슨...?"
"아냐... 아무것도..."
"수상해~ 유키군"
.... 난 정상이라고...
"근데 선배는 늘 식당에서 밥 먹는거야?"
"응"
아직도 미련이 남은듯, 접시를 쳐다보는 선배.
"여기 요리 좋아하니까"
"싸고 말이지~"
"응 ^^"
"늘 혼자먹는거야?"
"원래는 친구랑 같이야"
"에..? 그럼 나 때문에 같이 못 먹은거야...?"
내가 꼬셨으니까, 약속을 펑크냈다던가..~
그럴지도 모르겠군.
"아니. 괜찮아~ 오늘은 그애가
기분이 별로라고 교실에 남았거든.
역시 체육을 해서 그럴까..?"
"4교시가 체육이었어?"
"응 마라톤이었어"
..알것 같다.
그렇게 뛴 후에.. 선배가 먹는걸 보면...
속이 메스꺼울지도 몰라..
"그러니까, 같이 먹어줘서 고마워~"
볼수 없는 눈으로, 정확히 나를 바라보는 선배.
"나도 좋았으니까~"
나중에도~ 라고 말하려는데,
쨍그랑~!
엄청난 소리와 함께, 등이 뜨거워졌다
..장난이 아니다..
타 죽을 것 같아!!!!!!!!
"우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
조그마한 여자애가 놀란듯이 나를 쳐다본다.
"......"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꾸벅 숙이며 미안해한다.
..이런걸 볼 때가 아니잖아...
뜨겁다고.... 지금..
..... 아까보다... 더 뜨거워졌다....
손으로 등 뒤를 더듬자, 괴상하고 꼬들꼬들한 것이
손에 감긴다.
이.. 느낌은....
"우동?"
아냐.. 라면일지도..
아니아니. 그런게 문제가 아니다..
"........." (꾸벅꾸벅 거리는 여자애)
눈물이 글썽글썽해진 채, 고개만 숙이고 있다.
"옷.. 벗는 쪽이 좋겠어. 아마도.."
분위기로 대충 일어난 일을 알았는지,
선배가 살짝 이야기한다.
".... " (계속 꾸벅거리는 여자애)
나는 그제서야 허둥지둥 교복 상의를 벗는다.
"하아... 죽는줄 알았네.."
"...." (그만 꾸벅거려!!!)
"........."
쟤... 왜 고개만 숙이는 거지..?
..바닥에 구르는 그릇을 보며 상황을 짐작한다. (번뜩 --+)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내 옷...
"......" (꾸벅꾸벅~)
무척 미안해 하는 것이,
오히려 내 쪽에서 무안해진다.
"됐어~. 안 그래도 돼.
화 안났으니까.."
"정말이야..?"
끼어드는 선배.
"저..정말이라구~. 설마 얘가 날 노리고 그런거겠어?"
"....." (붉어진 얼굴... 설마 정말...? -_-;;)
"나도 예전에, 뭐 쏟은 적도 있고 말이지~"
"나도 있어. 튀김~"
"뭐 어쨌튼~ 괜찮으니까 신경쓰지마"
"그래그래~ 전혀 잘못하지 않았으니까"
"선배....--+"
"유머야~"
"......"
이야기를 들으며, 겨우 여자애의 얼굴이 풀린다.
그리고는 사과하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뭐 갈까, 다음이 체육이니까"
나는 시계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이렇게 쳐다보면 곤란하다고...
(아무리 내가 멋지다고 해도.. - -;)
나는 상의를 어깨에 폼나게 휘두르고는,
가려는데.......
"........."
여자애가 옷을 잡고 안놔준다.
그리고는 뚫어지게 얼굴을 쳐다본다.
"뭐야...?"
"............" (뚫......어......져........라..........)
"세탁해주려는 걸까...?"
"......" 맞다는 듯, 고개를 2번 끄덕거린다
"그래..? 나 별로상관없는데..?"
"..........." (뚫....어.....져.....라............)
우....
"..............." (뚫.............어.............져............라.........)
우.....
"역시~ 괜찮아"
"..........."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다.
"..........."
고개를 푹 숙이고 울먹거린다.
"............."
이제는 아예 대놓고 훌쩍거린다.
...나 이런 전개는 싫어...
"유키군이 울린거야.."
"아냐~ 아직 안 운다고~"
잽싸게 변명.
"몇초만 지나봐 ^^"
...선배... 지금 즐기는 거냐....?
"알았다구 세탁해."
"........"
여자애는 활짝 웃는다.
그리고 즐거운듯, 교복을 받는다.
그것을 꼭 가슴에 안은채, 인사를 하고
식당밖으로 나갔다.
다시한번, 떠나기 전 내 쪽을 본 뒤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상한 여자애야..."
"아... 역시 여자였구나.."
"역시..?"
"그 애 ..전혀 말을 안하니까.. 알수가 없었어.."
아..
"그렇네.."
그런것도 같군.
"진짜 이상한 애다..."
"그래도 좋은 애네"
"뭐 세탁까지 해준다는걸 보면."
"그치만.. 나중에 어떻게 배달할까..?"
"에...?"
"저 애.. 유키군의 학년이나 반 모르지 않을까...?"
".........."
당분간... 윗도리는... 바이바이군
"감기조심해"
"........"
그리고는, 선배와 헤어져 교실로 돌아왔다.
<집에 가는 길>
신호등 앞에서, 아무생각없이 하늘을 바라본다.
....
왜...일까... 모르겠군...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다분히 형식적인 껍데기로....
이 곳에 존재하는 지도..
사실은, 저 하늘 어딘가에서,
스스로의 혼이 나를 지켜보는 지도 모른다.
...헷갈리는 군...
마음속에 세겨두었던 이미지.
..이 하늘일까...
매번 다른 하늘...
거듭하여 변화하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이상한... 감상을 불러 일으킨다.
무엇보다.. 혼자라는 것이... 싫어진다.
누가 있으면, 좀 더 말할 수 있는데...
이불속에서 눈을 감고,
나는 그대로 잠에 빠진다.
12월 10일
복도를 걷다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한다.
"..선배..?"
"안녕, 유키군"
미사키선배가, 웃으며 인사한다.
"선배.. 지금 돌아가?"
"응. 사람이 적어지만 돌아가려고"
그렇게 말하며, 신발장 쪽을본다.
"뭐 이렇게 복잡하면 갈아신는것도 고생이지"
안그래도 비좁아터진데에,
빨리 집에 가려는 아귀다툼이니...
..마치 아줌마 아저씨 부대들 같다.
"유키군도 지금 가?"
"아, 그래"
그리고는, 선배의 곁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우....)
진짜 춥다.
서있으려니까 더 춥다
"추운거야..? 유키군..."
"잘아네"
"목소리... 떨고 있네..."
"그거야~ 추우니까"
"교복배달, 아직이지..?"
"대신 선배가 따뜻하게 덥혀줘~ ^.^"
"어떻게..?"
"그게 말이지~" (이런짓도~ 저런짓도~ 잔뜩있다구우~)
"잘 모르지만... 거절하는게 나을 것 같아.."
"칫"
겨울이 다가오는 이 계절에...
교복도 없이.. 난 뭐하는거냐...
그때, 현관 근처에서 낯익은 여자애의 모습이 보였다.
"어제 걔잖아..?"
(..... 전... 미오를 싫어합니다...
.... 내가 맡은 캐릭터도 아닌데.....
왜 번역해야 하는거야.... 이 여자애... 정말 싫다...)
"응?"
애들이 떼거지로 몰린 신발장 쪽에 낯익은 얼굴이
끼어있다.
"..완전히 낑겨 버렸네..?"
"돌아가려는 걸까.."
"아니, 이 쪽으로 오는데?"
우리를 본 듯, 계속 틈새를 파고들며 이쪽으로 오고있다.
부딪힐 때마다, 꾸벅꾸벅 사과하고 있다....
그렇게 서서 사과하다가 또 부딪히고....
"으음...."
진짜 바보같다.
"...안오네.. 그애"
"이제 겨우 반을 뚫었어. 아, 다시 뒤쪽으로 밀렸는데?"
"...불쌍해"
"흐음.."
그렇게 얼마를 기다렸을까..
축 처진 꼴로 다가오는 여자애.
겨우 이 쪽으로 뛰어와서는 가쁘게 숨을 몰아쉰다.
"..괜찮아...?
여자애는 자신의 옷을 툭툭 털며 활짝 웃는다.
괜찮은 모양이군.
뭐... 하지만 약간 울듯도 한 모습이다.
"진짜 괜찮은 거야...? - -;;"
"......."
그렇다는 듯 2번 고갯짓
"그면 됐고~"
"........."
"그런데 무슨 일이지...?"
"....."
여자애는, 꼭 안고 있던 비닐봉다리 를 나에게 내민다.
(원래는 종이봉투... 정도이지만, 편의상 바꿈)
"열어보라구..?"
"......" 그렇다는 표정.
봉지를 건네준 뒤, 가볍게 끄덕인다.
나는 부시럭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꺼냈다.
"아.. 내 마이..."
들어있던 것은 내 교복.
"세탁한거야...?"
"....." 응
"고마워~ 깨끗하게 잘 빨았네"
"....." 응^^즐거운 것 같다.
"....심심해"
쭈욱 지켜보던 선배가 투덜거리듯 말한다.
"...꼭 유키군 혼자 중얼거리는 것 같아"
음... 선배쪽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보일지도..
"근데 진짜 조용하네?"
"......."
하긴, 어제부터 계속 조용했었지.
"혹시 말을 못하는게 아닐까?"
"...선배... 굿 아이디언데...?.... - -;;"
극단적인 말이다 저것.
"......" 응응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애.
"에..? 진짜 말 못해?"
"....." 응응
다시 고개를 끄덕.
"..아.. 라고 말해봐"
"아"
"선배보고 한게 아니잖아~ - -;;"
"장난이야~ ^^"
"그러면 다시 '아'~"
"......"
조그맣게, 아 라고 한다.
그러나 단지, 입이 움직일 뿐 소리는 나지 않는다.
"........"
"........."
"자, 다시 '이'!"
"......"
이 라고 한다.
역시 소리는 안난다.
"......."
"미국의 도시를 전부 말해봐~!"
"그런건.. 나도 모르는데.."
."........"
여자애는 혼자, 열심히 입을 중얼거린다.
그러나 역시 벙긋벙긋에 불과.
"...놀랐어... 선배말이.. 맞잖아...."
"응. 나도 놀랐어"
"........."
아직도 입을 벙긋거리고 있다 - -;
도시는 그만 말하라고오오오~
"아 됐으니까 그만해"
".........."
휴~ 라며 입을 다문다.
"말 못하는것도 꽤 고생인데..?"
"......." 끄덕
"자기소개도 못하지?"
"......"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며, 들고있던 스케치북을 연다.
한장씩 넘기고, 펜으로 무언가를 글적이더니,
"........" 방긋거리며 스케치북을 보여주었다.
가득 써져 있는 문자.
<......>
아마도 그녀의 이름이겠지....
"......" 방긋방긋~
"........"
"......." 방긋방긋~~
"저거... 무슨 자야....?"
"..미안... 글이 잘 안보여.."
"....." 후우~~
속상해 보인다.
"........"
그래도, 한 페이지를 넘기고는
다시 쓱삭쓱삭 글을 쓴다.
<코우즈키 미오>
히라가나로, 큼직큼직하게 썼다.
"미오구나. 난 유키야. 만나서 반갑다~"
"반가워. 미오짱~"
"......" 즐거운 듯 2번 고개를 끄덕인다.
"미오짱은 1학년이야.?"
"......"
선배의 말에, 스케치북으로 답한다.
<네에~>
"우웅...."
"1학년이래"볼 수 없는 선배대신, 말해준다.
"그렇구나. 난 3학년이야"
"....." 응응~
무언가 대화를 한다는게 즐겁다.
"아.. 나 이제 집에 가야 되는데.."
(고마워 미사키상.~ 그런말은 아까해도 됐는데~)
"......." 서운한 듯 고개를 푹 숙인다.
"미안, 미오짱~"
"...." 도리도리
"그럼 나도 이만 갈까나..."
"그러면 다들 가는거구나.."
"뭐 그렇지"
"......" 응
바이바이~ 라고 손을 흔들고는 헤어진다.
<잠든 후>
<또다시... 서글픈 풍경이다..
어째서...이런 슬픈 곳을 보아야 하지...>
<..나에겐 아름다운걸....그러나 슬프다면...
슬픈 걸지도...>
<사람이 보이지 않아>
<그래>
<사람이 없는 곳에, 왜 나는 있는거지...?
사람이 많은 마을이나, 집 같은 곳도 있는데..>
<잘 모르지만...이것은 네 안의 모습인걸..>
<내 마음을...표현한.. 풍경..이라고...?>
<..그렇게 되면... 조금 슬플까....?>
<모르겠어..
그러나, 이 세계는 스스로가 원한것이겠지>
갈수 없는 세계.
돌아갈수 없는 곳.
모든것이 끊어진, 이 무한의 공간에 나는 존재한다.
아무도 없는, 이어질수 없는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더 애틋하게 느끼며.
너와 함께 하는 것.
그것을 위한, 이 세계의 시련.
...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존재하는지도 몰라.
<다음은... 어느곳으로 갈까>
<괜찮아.. 어느곳이든 난 늘 함께 할거야..영원히>
<그래...>
<그러니까...이대로...계속....>
<응...언제나....>
어디든 갈수 있어, 진심의 안으로.....
12월 14일
<잠든후>
<숲속에서 뒹굴며, 바람을 느낀다거나 이제 할 수 없을까?>
<아니, 할 수 있을거야>
<해보고 싶어.. 큰 구름을, 올려다보면서>
<할 수 있어. 이것은 당신의 세계니까,
좋아하는 대로 할 수 있어>
<그런데 어떻게 해야 돼지...?
난 늘 밖에서만 보고 있었으니까>
<어려울까....? 나는 느껴져...
푸르름이 묻어난 바람을..>
<느끼는 법을 가르쳐줘>
<음... 도와줄게>
그녀는 가만히 등뒤로 와서, 내 몸을 안았다.
<좋아?>
<아...응>
<구름이.. 보일거야>
귓가에서 속삭인다.
<보여>
<역시.. 움직이고 있지..?>
<그렇네.. 움직여>
<무엇에 밀려, 움직이는 걸까..>
<바람>
<그래.. 바람이네..>
<바람은 구름을 옮겨, 계속해서 멀리로..
세계의 끝까지도..>
<.....>
살며시 느껴지는 풀잎의 향
그것은 바람에 옮겨지는 것.
<바람...이야..>
<응...>
<좀더... 도와줘.. 느낄 수 있게>
<응. 알았어>
..조금더 안겨있고 싶다.
세계의 끝에 온, 바람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