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다! 키타가와군

오늘까지 딴 짓만 계속해왔지만, 마침내 직면하게 되어버렸다.
그래, 시험공부.
이제는 각오를 굳혔다. 나의 집중력을 보여주겠어.
뚜르르르...뚜르르르...뚜르르르......찰칵.
「네, 키타가와입니다」
「아, 나야, 아이자와. 지금부터 나유키랑 카오리들이랑 놀러가려는데, 너도 오지
않을래? 장소는 학교 정원이야」
「ＯＫ, 알았어, 곧 갈께」
나의 집중력이란건, 이 정도인 것 같다.

「커다란 눈사람, 만들어요」
「시오리, 너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미사카가 반쯤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시오리쨩에게 그렇게 말했다.
덧붙여서 시오리쨩, 몇개인가 모종삽을 가지고 있어......꽤 해본 모양이다.
「언니하고 예전부터 매일같이 만들었으니까......」
「그랬었던가?」
「매년, 마당하고 길거리를 눈사람투성이로 만들어버려서, 언니는 그때마다 엄마한테
꾸중듣고......」
「뭐, 뭐어, 그런 일도 있었을지 모르겠네」
당황했다는 듯한 웃음을 띄운 미사카.
미사카의 당황한 모습같은건 그렇게 자주 볼 수 있는것이 아니다. 어쩐지 귀여운걸.
덧붙여 여기에 있는 건 미사카자매, 아이자와와 미나세상, 츠키미야상에 사와타리상이
다.
명목상은 수험생이라지만, 더할 나위없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더라도, 나도 똑같은 현실도피를 하고 있는건가?
「그렇다면, 일단 눈사람이라도 만들까? 이정도의 인원이 모여서 눈사람을 만드는 것
도 얼간이같지만」
「유이치상, 오히려 이만큼의 사람수가 있으니까,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거예
요」
「그것도 그런가......좋아, 둘로 나눠서 눈사람의 크기로 승부하는게 어때? 지는 편
이 이긴편에게 무언가를 한 턱 내는걸로」
오오, 상당히 재미있을것 같다.
......만드는 도중부터 서로의 방해에 전념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했지만.
「승자에게는, 다이야끼가 좋은걸」
「고기만두, 먹고싶은

만큼」
「딸기 선디 잔뜩」  
「그럼 나는 학식에서 마음껏 먹기로 어때?」
어째서 이렇게 개인의 취미를 중심으로 궁리하는거냐. 너희들.
나는 듣고 있는 것 만으로도 머리가 아프게 되어갔다.
「......저기 미사카, 내가 끼어드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 의논만으로도 날이 새버릴꺼야」
미사카도 어쩔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기분은 충분히 이해된
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는게 어때? 진 편이 벌게임이라는 것으로, 역 근처의 빵가게의
빵을 먹는다는 것으로, 물론 돈은 자기부담이야」
하고있는 꼴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었는지, 미사카가 역시나 괴상할뿐인 제안을 해왔
다.
저 유통기한 불명의 빵의 갯수가......그것은 어떤 의미로, 끔찍하게 싫은 걸.
「그러며언, 벌 게임이 되지 않는다구-」
중얼거리는 미나세상......뭐어, 너에게 있어서는 그럴지도 몰라
「나유키는 어찌되었든 그것으로 할까. 자, 팀을 나누면......나하고 키타가와가 한
팀이 되면 남자가 두명이니까 역시나 전력차가 너무 많이 나는 걸」
「확실히 그렇군, 그렇다는 것은 아이자와 팀과 나의 팀이 되는것인가」
선전포고라는 느낌으로 아이자와는 이쪽을 쳐다봤다.
아이자와......나는 지지 않을꺼다.

 

아이자와......나의 패배다.
팀나누기가 시작되고 나서 곧바로 나는 그런 기분에 파묻혔다.
아이자와와 미나세상이 한 조가 되는 것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 아닌가.
그러자, 츠키미야상도 아이자와 팀에 들어가겠다고 말을 꺼냈다.
                                ......그녀의 감정을 생각한다면, 당연하다.
또, 사와타리상도 아이자와팀이 좋다고 말한다.
                                ......진심을 알고있는 아이자와쪽이 좋은 것이겠
지. 당연하다.
그 후, 시오리쨩도 아이자와팀을 희망했다.
                                ......아이자와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었겠지. 당연
하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자와 팀 5명 ＶＳ 나 혼자라는 구도가 성립되어 있었다.
이길수 있을리가 없어......게다가, 마음도 지독하게 쓸쓸하구먼.
조용한 장소가 있다면 큰소리로 울고싶다구.
남은 사람은 미사카였지만......너도 아이자와 팀에라도 들어가버려, 나는 고고하게
살꺼여.
「하아...나는 키타가와 팀에 들어갈께, 정말이지 볼수록 불쌍하니까」
그런가, 역시 아이자와 팀인가.
훗, 나는 고독한 남자의 미학이라도 추구해볼까......아, 에? 키타가와팀?」
「미, 미, 미, 미사카?」
「그런 우는듯한 얼굴로 보지 말아줘. 뭐, 같이 힘내보자」
패배확정의 나의 팀에 와준다는 건......미사카, 동정이라도 기분 좋은걸.

 

결국 둘이서 앞뒤 생각없이 눈을 여러곳에서 모으게 되었다.
어느 정도 재료가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완전히 패배가 확정된 것은 아냐」
미사카가 그렇게 말했다.
「어째서?」
「저기, 아이자와들을 봐」
좀 떨어진 장소에서 만들고 있는 아이자와들을 보자면......과연, 사와타리상과 츠키
미야상이 아이자와팀의 제작방해가 되고 있는 모습은 여기서도 알 수 있었다.
아이자와의 화난 목소리와 「우그으」라던가 「아우-」라던가의 소리가 들려온다.
사와타리상은 짖�５별� 장난을 치고 있었고, 츠키미야상은 본인은 진지한 것 같지만
결국은 제작방해가 되고 있는 거다.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이 세상에는 존재했던가.
문제는, 그녀들을 파괴공작원으로서 이쪽으로 파견해올 때지만, ......그건 정말 무섭
군.
※'뭔가와 가위는 쓰기 나름'이라는 말도 이 세상에는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자와가 눈치채지 않기를 빌도록 하자구.
「게다가 시오리는 운동신경이 제로이고」
「그랬어?」
「그래, 게다가 키도 작거니와 매력도 없고, 자기치장정도는 해도 좋을텐데.」
「언니 심술쟁이」
문득 정신을 차리자 옆에 시오리쨩이 있었다. '뾰루퉁'볼을 부풀리면서 꽤 기분나빠하
는 듯 하다.
뭐어, 저런 말을 듣는다면야 화가 나기도 하겠지.
「시, 시오리?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던거야?」
「어차피, 나는 언니하고는 달라서 키도 작아요. 하지만 언니

와는 다르니까, 방의 거
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구」
......미사카, 그런 일을 하고있었던거냐?
「자, 잠깐 시오리,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사실인 것 같다. 우-음, 미사카도 확실히 여자아이인 듯 하구먼.
「그럼, 두사람만의 시간을 방해해서, 정말로 실례했습니다」
「두, 두사람만이라니......얘, 시오리, 잠깐 기다려」
언니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시오리쨩은 도망가듯이 달려갔다.
「저, 정말로 시오리는...」
「사이 좋은걸」
「그럴까?」
「아아. 좋은 언니와 귀여움받고 있는 동생이라는 느낌이었어」
미사카가 내게서 시선을 피하는 것처럼 얼굴을 숙였다.
「나는......좋은 언니가 아닌걸」
「에?」
생각없이 되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다만, 미사카의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때무터 잠시동안은 침묵이었다.
둘이서 쭈욱 한참을 눈을 모았다.
이미,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해도 충분한 양이었지만, 우리들은 같은 작업을 되풀이하
고 있었다.
아이자와들은 뭔가 웃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다른 세계의 일처럼 들렸다.
그러던 중에, 미사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어, 들어줄래? 나의 회고..비슷한것?」
내쪽을 보는 미사카는 처음 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척 괴로워보여서, 마치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꼬마아이같았다.
「......아아, 하지만 나는 신부가 아니니까, 문자 그대로 듣는 정도밖에는 못한다구
」
「상관없어」
「......그런가」
미사카는 크게 하얀 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작년 이맘때의 저 아이는 말야, 사실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려있었어. 오늘을 시오리
와 함께 맞고 있다는 것......그 때 당시에는 생각해봤자 꿈 이외엔 없었어」
나는 시오리쨩을 보았다. 시오리쨩은 아이자와와 즐거운 듯이 웃고 있다.
「그때의 나......그러니깐, 나 말야, 자신이 상처받는게 싫어서......저 아이의 기분
도 생각치 않고......시오리를 피해다녔어, 오랫동안, 말도 걸지 않았어」
1년전 무렵의 미사카를 떠올렸다.
미사카는 매일 변함없이 밝은 기운이 넘쳤었다.
「하지만, 고칠 수 없는 병이 낫고......「다시한번, 언니를 언니라고 불러도 괜찮아
?」라고, 들어버려서......나, 마음 속 깊이 내 자신이 싫어졌어」

지금도 앞으로도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아, 라고 미사카는 말했다.
어딘가 자학적인 말투로 들렸다.
「나는 시오리의 버팀목조차 될 수 없었어...... 시오리가 잠꼬대하며 부른 것은 아이
자와군이었지. 시오리가 어떻게 해서 아이자와군과 알게 되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
지는 모르지만......저 애 아이자와군을 생각하는 마음 하나로 기적이라는게 일어났다
는 느낌이 들어 」
다시한번, 시오리쨩과 아이자와를 보았다.
거기엔 언제나의 편한모습의 그 녀석이 있었다.
아이자와......넌 역시 좋은 녀석이다.
「사실은 언니이면서, 나는 시오리를 거부했던 것 이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좋
은 언니 같은 건 당치도 않아, 사실은......언니조차 실격」
그건 이 1년 동안, 미사카가 쭈욱 모아서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마음일 것이다.  
동생에게의 죄책감을 지니고 있으면서, 좋은 언니로 계속 남아주려고 하고 있다.
몹시 마음이 무겁다.
자신에게 두고 있기엔 너무 벅차니까, 누군가에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으니까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던 것일런지도 모른다.
미사카에게 있어서 내가 특별한 존재는 아니다, 때 마침 이야기할 기회에 내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는 미나세상이라도, 아이자와라도 상관없는거다.
아니. 사실은 시오리쨩의 일도 있으니까 아이자와에게 이야기 할 만한 일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기, 미사카」
말을 걸자, 미사카는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눈사람, 만들자」
「......으, 으응」
여러가지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여러가지를 이야기할 수도 없어서, 나의 입은 그런 것 밖에 말을 할 수 없었다.
정말로 어리석은 남자아닌가......나란 건.
눈사람이 조금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미사카와 시오리쨩...둘은 매년 이런 눈사람을 만들어 왔던 것이었을까?
서로 장난치며......함께 웃으며......겨울을 보내 온 것일까?
그것은, 무척 따스한 광경으로 생각되었다.
「행복이란 것은......사람마다 제각각인거야」
생각치 않게 언젠가 아이자와가 말해주었던 대사가 입 밖으로 나왔다.
「에?」
「지금. 사이좋은 자매라면. 지금, 좋은 언니로 있다면, 그것으로 좋지 않을까. 행복
하다면......말이야」
마치 내가 내가 아닌것 같았다.
나는 부끄러워져서 미사카로부터 얼굴을 돌려서 모종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응, 고마워」
작은 목소리가 들려와서 미사카 쪽을 바라보았다.
미사카는 웃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답게 울면서 미소짓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미사카를 좋아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키타가와군을 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