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다! 키타가와군
(전편)
「에, 엣취!」
내일은 추가시험인데, 뭄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저기, 키타가와군. 어제는 확실히 집에서 공부했겠지?」
내 앞자리에 앉으면서, 미사카가 얘기한다.
덧붙여 말하자면 여긴 방과후의 교실.
왜냐면 미사카에게 추가시험 공부를 가르침 받기 위해서다.
「뭐, 한 것도 안 한 것도 아냐」
「확실히, '일요일에 시험 범위 전부를 외워 오지', 라고
얘기했었어」
「아, 아마도」
「나, 어제 저녁에 키타가와군을 봤지만……」
미사카가 비난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본다.
실은 어제――일요일에는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나는 거의 공부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 하지만, 돌아가서 조금은 공부를 했어」
「시험 범위 전부 외웠어?」
「……내가 나빴다」
「알면 됐어」
그렇게 말하며 미사카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해도 나를 봤다면, 말이라도 걸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저기. 키타가와군의 데이트를 방해하면 미안해서
말야」
「허?」
누가, 데이트를 했다고?
자랑은 아니지만, 나에게 그런 좋은 일이 있던가?
……정말로 자랑이 아니다.
「어머? 틀려? 여자와 걷고 있어서 데이트 도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냐. 어제는 실로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흐-음, 그렇구나」
왠지 모르
게 석연치 않다는 느낌의 미사카.
「…자세히 듣고 싶다는 것 같군」
「무척 듣고 싶어」
미사카가 농담을 하듯이 말을 한다.
눈이 진지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내 기분 탓이겠지.
나는 역 앞에 있었다.
추가시험이 가까운데 역 앞에 있는 이유는 '불러냈으니까'다.
「요옷, 거기에 있는 건 내일 추가 시험을 보는 키타가와군이
아닌가」
……이 녀석이.
「너도 추가시험이다」
「………」
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아이자와.
설마 정말로 잊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잠시 후, 생각났다는 듯이 아이자와는 입을 열었다.
「요옷, 거기에 있는 건 내일 추가 시험을 보는 키타가와군이
아닌가」
「……. 너도 추가시험이다」
「………」
「요옷, 거기에 있는 건 내일 추가 시험을 보는 키타가와군이
아닌가」
「없엇!」
내가 딱 잘라 말하자, 아이자와는 실망한 듯이 「쳇」 하며 아쉬워했다.
「……그런데, 아이자와. 이런 추가시험 전에 나를 불러내서
뭐 하려고?」
「아니, 조금 얼굴을 보려고만 했다. 돌아가도 좋아」
「어이!」
「농담이다」
「쳇, 오늘은 하루 종일 쭉 공부 할 예정이었는데…」
「………」
아이자와가 경직된다.
그리고, 자신의 뺨을 꼬집는다.
……이봐 아이자와, 그 행동은 무슨 의미냐.
「잘 안 들렸다. 다시 한번, 얘기해 봐」
「오늘은 하루 종일 쭉 공부 할 예정이었다」
「………」
아이자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얼굴을 '붕붕' 흔든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하
고 입을 연다.
「환청이 들리다니, 나도 늙었군……」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원스럽게 미소를 짓는다.
………．
아이자와, 나에 대해서 대단히 착각하고 있지 않냐?
요번 시험은 망쳤지만 나는 다른 사람처럼 진지했다고.
지금 시원스럽게 미소를 짓는 친구에게, 주먹으로 츠코미를 먹여줄까
라고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유이치상! 오늘은 빠르네요」
뒤를 돌아보자 웃고 있는 쿠라타상과 무표정한 카와스미상이 있었다.
문화제 때에 한번 만난 적이 있는 선배들이다.
「키타가와상도 와 줘서 기뻐요」
나를 향해서 미소짓는 쿠라타상.
이쁘고, 사람 됨됨이가 좋고, 변함없이 무척 괜찮은 사람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나는 쿠라타상들이 보이지 않게 아이자와의
등을 팔꿈치로 찔렀다.
(어이, 아이자와)
(뭐냐?)
(혹시 날 부른 건 쿠라타상들 때문이냐?)
(아아. 그러고 보니 알려주지 않았었군)
(바보, 그런 건 빨리 말햇!)
그렇게 가볍게 주고받고 나서, 나는 쿠라타상에게 가능한 한 웃음을
보였다.
「이야, 오늘은 하루종일 시간 있으니까. 권유받은 내 쪽이
기쁘군요」
「하에~, 시간 있나요? 유이치상에게는 추가시험 전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그것을 듣자마자 아이자와에게 팔꿈치 찍기를 먹였다.
(갑자기 아프잖아, 뭐 하는 거야 키타가와?)
(어이, 쿠라타상에게 나에 대해 뭘 얘기한
거냐!?)
(추가시험을 받고 허우적대는 머리 나쁜 키타가와군...이었던가)
(……. 그런데, 너도 추가시험이라는 건 얘기했냐?)
(하핫, 그런 건 뻔하지 않냐. 얘기 안 했지)
네놈, 유이치.
「키타가와상, 집에 있을 때는 공부도 하는 쪽이 좋다고
사유리는 생각해요」
「저기, 돌아가면 노력할께요」
「예. 노력해 주세요」
방긋하며 상냥하게 웃는 얼굴.
쿠라타상 같은 사람에게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정말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쿠라타상은 좋은 사람이다.
「정말이지 추가시험을 받다니, 키타가와는 바보였잖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마이」
아이자와가 나의 등을 '팡팡' 친다.
이 녀석, 너도 추가시험이라는 걸 얘기해 줄까.
「……나도 가끔 추가시험을 받았어」
카와스미상이 불쑥 말한다.
「아하하-ㅅ,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자주 둘이서 공부회
했어요」
쿠라타상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카와스미상.
「……나, 바보 아냐」
「그래요, 유이치상 너무하네요」
「내가 잘못인거야……?」
「예에, 틀림없이 유이치상이 나쁜거에요」
쿠라타상의 얘기에 작게 끄덕이는 카와스미상.
그것을 보고 있자, 아이자와의 추가시험 건을 얘기하는 건
아무래도 좋지 않게 되어버렸다.
역시 함께 있는 것만으
로도 따스한 기분이 드는 신기한 선배들이라고 생각된다.
「그럼, 바보는 키타가와 혼자닷!!」
그렇게 얘기하며 나를 가리키는 아이자와는, 역시 악인이라고 생각한다.
전차의 흔들림도 잠시, 우리들은 수족관에 도착했다.
그래, 여기가 오늘의 목적지이다.
아이자와는 주말이나 축제날은 쿠라타상들과 여러 장소에 놀러가고 있는
듯 하다.
어떤 때는 동물원, 어떤 때는 플라네타리움.
그리고, 오늘은 수족관 인 듯하다.
수족관이라 하면 당연히 물고기가 있다.
그리고, 돌고래 쇼와 물개 쇼도 있다.
뭐, 그건 좋다고 치자.
문제는……이거다.
「에, 엣취!」
「뭐냐? 감기냐, 키타가와?」
아니, 아마도 이제부터 감기에 걸릴 참이다, 아이자와.
「키타가와상, 아직 머리카락이 젖어 있어요.
감기에 걸리지 않게 닦는 쪽이 좋아요」
어디서 가지고 온 건지 타올을 건네주는 쿠라타상.
아아, 그 마음씀씀이는 무척 감사합니다.
하지만, 옷까지 완전히 젖어 있으니까……달아오른 돌에 물 뿌리기*,
이나 바람 앞에 등불일지도….
「……춥겠다」
예, 카와스미상. 무진장 추워요.
이런 이유로 내 머리끝에서부터 완전히 물에 젖어 있었다.
걸을 때마다 옷은 철썩거리며 살에 달라붙어,
땅에는 발자국이 아닌 물자국이 남았다.
마치 반어인이 걷고 있는 듯 하다.
반어인……왠지 여름 어느 날의 싫은 일을 떠올려 버렸다.
덧붙여 말하자면 어째서 내가 수난을 당했는지는 설명이 필요하겠지.
그래, 원인은 돌고래 쇼다.
앞쪽에 앉을 때부터 싫은 예감이 들었다.
무척 혈기왕성한 돌고래에게 일말의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 약속이라는 건 세계에 존재하는 듯 하다.
「에, 엣취이!」
「물이 떨어져도 전혀 괜찮은 남자로는 보이지 않아, 키타가와」
쓸데없는 참견이다.
그렇다 해도, 어째서 나만 젖은 거지?
돌고래가 수조의 구석으로 크게 도약해서 물이 튀었을 때,
4명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나는 벤치 끝에 앉아 있었으니까 말야. 순간 뒤로 도망친거지.
뭐, '평소 행실의 차이' 라는 거다」
「다행이네요. 유이치상」
「………」
하고 말하는, 아이자와. 운 좋은 놈이다.
하지만 인정할 수 없어, 나는 인정할 수 없닷!
이것이 '평소 행실의 차이' 일 것 같냐!!
그래! 「괴로운 것이 있으면 즐거운 것도 있다」 인 거다. 나에게는
이제부터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럴 것이다.
라고, 말하기 보다 부탁이니까 그렇게 되라, 제발….
「……물을 피했어」
「뭐, 마이는 운동신경이 좋으니까, 당연하지」
「후에~, 마이 대단해」
하고 말하는, 마이상.
확실히 그녀는 운도신경이 좋은 듯 하다.
나도 운동신경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수영은 못한다.
설마 나는 물하고 상성이 안 맞는 건가?
점을 친다면 절대로 수난이 나올 것이 틀림없다.
「아하하-ㅅ, 왠지 젖어버렸어요」
「………」
「………」
하고 말하는, 쿠라타상...이었다.
설명하자면, 쿠라타상은 내 옆에 앉아 있다.
그리고, 한쪽은 무상(無傷), 한쪽은 침수라는..., 이건 뭐지?
서, 설마 '물이 쿠라타상을 피해갔다' 라는 건가?
아니, 설마, 조금도…….
그런데 「물이 피했다」 설이 신기하게 설득력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사유리도 조금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미소짓는 사유리상에게, 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뭔가를 느껴버렸다…….
「그럼, 키타가와를 위해서라도 여기서
잠시 쉴까?」
아이자와가 얘기하며 가리킨 것은 평범한 벤치였다.
벤치 자체는 전혀 문제 없는 평범한 것이지만……
…설치되어 있는 장소는 실내 펭귄코너 앞.
공조설비*가 되어 있어서, 주위보다 5,6도는 온도가 낮은 장소다.
「아무래도 나 감기에 걸릴 것 같군……」
「무슨 소리냐, 나는 친구의 몸을 생각해서 마음 쓰는 건데
말야」
나의 어깨를 '툭' 치는 아이자와.
목소리는 진지했지만, 눈은 환하게 웃고 있다.
……그런 녀석이지, 너는...
「펭귄…」
카와스미상이 펭귄 앞에서 굳어져 있다.
「마이도 맘에 들어하고 있는 것 같고, 여기서 잠시 쉬어요」
그렇게 얘기하는 쿠라타상.
아무래도 그렇게 하기로 된 거 같다.
「키타가와상, 제발 머리만이라도 닦지
않으면, 정말로 감기에 걸려요」
「아니, 하지만, 별로…」
「안돼욧」
조금 목소리에 힘을 주는 쿠라타상.
보니까 손에는 타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름철이라면 몰라도 어째서 겨울에 가까운 계절에
타올을 가지고 있는 거지?
「사유리들이 권했으니까, 감기에 걸리면 곤란해요」
「뭐, 뭐어, 괜찮아요」
「……」
왠지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이 나쁠 것 같아서 내가 완강히 사양하자,
쿠라타상은 불만인 듯 뺨을 부풀렸다.
이, 이건 솔직하게 호의를 받아들이는 쪽이 좋을까?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데……
「와, 우왓」
갑자기 눈 앞에 하얗고 부드러운 것이 뒤덮였다.
아니, 별로 그렇게 대단한 사태는 아니다.
요는 갑자기 타올이 머리에 뒤덮여서 인 거다.
「역시 감기에 걸리면 사유리는 곤란해요」
나의 머리를 타올로 닦으면서 그렇게 얘기하는 쿠라타상.
그녀의 목소리가 머리 바로 옆에서 들려온다.
양손으로 문지르듯이, 타올이 머리에 닿는 감촉.
틀림없이, 쿠라타상은 몸을 내밀어서 내 머리를 닦고 있는 거겠지.
정말로 상냥하고, 다정한 느낌이지만……
「호, 혼자서 닦을게요」
왜냐면, 나에게 있어서 이 상태는 무진장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남녀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여성이 몸을 내밀어 남자의 머리를
타올로 닦는 광경.
분명히 얘기해서 연인이외에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구도다.
이 상태로 있는 것에 나쁜 감정은 없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공공장소 앞에서는 조금 사양하고 싶다.
사실, 주위를 보니 시선이 우리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후에…. 이대로 사유리가 닦아줘도 괜찮은데요」
「……다음 기회를 기대할게요」
「아하하-ㅅ, 그럼 기대해 주세요」
그렇게 얘기하며 웃는 쿠라타상.
뭐라 할까…신기하고 독특한 페이스를 가진 사람이다.
문화제 때에도 조금 느꼈지만, 점점 더 그렇게 생각된다.
그건 그렇고, 대체 다음에 뭘 기대하는 거냐.
그런걸 생각하며 머리를 닦고 있는데, 갑자기 귀에 들릴 리 없는 소리가
날아왔다.
「…우, 우읏…, 훌적, 우읏…우와아아아아------앙!!」
소리라 하기 보단, 큰소리.
큰소리라 하기 보단 울음소리.
아니, 울음소리 그 자체 였지만…
「훌쩍, 우와아아아----앙!!」
소리나는 곳을 보니 우리들 바로 옆에 작은 여자아이가 울고 있었다.
아직 4, 5살 정도의 여자아이 같다.
분명히 보여서 못 본척 할수도 없었지만, 왠지 말을 걸어도 괜찮을까
하고
내가 고민하고 있는데, 쿠라타상이 몸을 굽혀 소녀에게 접근했다.
「얘, 꼬마야. 왜그러니?」
「…우, 읏…, 읏, 훌쩍……」
「저기, 언니에게 얘기해 주지 않을래?」
쿠라타상은 소녀의 머리를 가볍
게 쓰다듬었다.
처음에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소녀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안심이
되었던지
부드러운 표정이 되었다.
「저, 저기……」
「응, 왜?」
「펭귄…보고 싶어」
「응, 펭귄을 보고 싶은 거구나. 그래, 어떻게 할까」
「하지만……아빠와 엄마가 없어져 버렸어…. 읏, 훌쩍……」
「아, 자자, 울지마 울지마」
쿠라타상은 달래듯이 소녀를 가볍게 안아올렸다.
그러자 바로 소녀는 안심했다는 표정을 보이며, 쿠라타상에게 매달렸다.
왠지 모르게, 역시 쿠라타상이다 라고 생각되었다.
내가 소녀를 달래도, 계속 울 거라고 자신할 수 있다…….
「이름을 말해 주지 않겠니?」
「……유…리」
「유리쨩?」
「……응」
「좋은 이름이네, 유리쨩」
「언니는, 사유리라고 해」
「사유리…?」
「그래, 유리쨩과는 글자 하나가 틀리네」
「와, 그렇구나」
내가 아무것도 못하고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쿠라타상은 소녀――유리쨩이라고
얘기했지만, 그 애를 완전히 진정시켰다.
「미아겠지, 역시…」
「그렇네요. 키타가와상, 어쩌죠?」
「뭐어, 미아보호소에 가는것이 타당하겠지만……」
나도 말하면서 유리쨩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리쨩은, 그다지 기쁜 것 같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후편)
「누, 누, 누누누누누누, 누구냐 그
애는? 호, 호, 혹시…키타가와의
숨겨놓은 아이인가?」
하며, 갑작스러운 아이자와의 목소리
아이자와는 카와스미상과 펭귄을 보기 위해, 우리들 곁에는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갑자기 나의 '숨겨놓은 아이' 라는 발상이
떠오르는 거냐! 아이자와
「길 잃은 애야, 길 잃은 작은 고양이」
「아아…뭐야, 길 잃은 애인가…」
아이자와가 안심했다는 듯이 숨을 내쉰다.
「목숨이 아깝지 않나 보군, 키타가와」
「하?」
「사유리상과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으면, 하늘이 용서해도
내가 용서할 수 없다는 거다」
「……」
저기 말야 아이자와, 어린 애 앞에서 그런 얘기는 관두는 게 좋다고
생각되는데.
뭐, 무슨 얘기인지도 모르겠지만…
「안심해라, 한가해서 내가 그러고 싶어진다 해도 사유리상은
100% 상대해 주지 않을테니까…」
「오오, 핵심을 잘 파악하고 있지 않나, 키타가와」
「크…」
자기 스스로 말하는 거지만, 깨끗이 인정받는 것도 괴롭군…….
쓸쓸하다, 마음이 쓸쓸해!
「……그래서, 일단 미아보호소에 갈까 얘기하려던 참이다」
「아아, 과연. 하지만, 이 애의 부모님 성함을 듣지 않았군」
「그건 그렇군」
나와 아이자와가 유리쨩이 있는 곳을 보자, 유리쨩은 쿠라타상과
카와스미상에
사이에 앉아 있었다.
「……다람쥐(りすさん-마이는 상을 붙이죠.-.-)」
「그럼, 수박이에요(スイカ)」
「에…, 우-응, 참새(すずめぇ)!」
「………송사리(めだかさん)」
「그럼, 까마귀(カラス)입니다 」
「저, 저기, 저기…거북이(かめ)!」
「……송사리(めだかさん)」
「까마귀(カラス)입니다 」
「거북이(かめ)!」
「……송사리(めだかさん)」
「까마귀(カラス)입니다 」
「거북이(かめ)!」
「……송사리(めだかさん)」
셋은 끝말잇기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아니, 그건 괜찮지만, 한마디 해주지 않으면 영원히 끝나지 않아,
저거.
「……마이,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건 그만둬라」
당연히 아이자와도 같은 걸 생각한 듯 하다.
뭐, 보통은 눈치챈다.
「……어째서?」
「어쩌고 자시고 간에 이대로는 계속 같은 단어만 반복되잖아!」
「……눈치 못 챘어」
뭐, 뭐어, 드물게 보통이 아닌 사람도 있는 거다.
「아하하-ㅅ, 이건 이거대로 재미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나돗♪ 나돗♪ 재밌어♪」
「……한번 더」
카와스미상이 말했다. 「이번에는 같은 단어 쓰지 않을 테니까」 하며
덧붙였다.
「……사과(りんご)」
「고릴라(ごりら)」
「해달(ラッコぉ)!」
「……다시마(こんぶ)」
「돼지(ぶた)」
「문어(たこぉ)!」
「……코, 코…코……」
잠시 『코…코…』 하며 소리낸 후, 카와스미상은 아이자와를 올려다본다.
「……곤란해(こまった), 유이치」
카와스미상의 말에 저도 모르게 넘어질 뻔한 아이자와.
그 기분은 모르는 것도 아니다.
「크아아아아아앗! 『코』로 시작하는걸 묻고 있는 거냐!,
마이?」
「……그런 거 같아」
「『그런 거 같아』가 아니겠지……. 그럼, 너의 패배다
「……억울해」
「그렇게 생각된다면 좀더 어휘를 익혀라, 마이」
「……유이치에게 그런 얘기 들으니까 억울해」
「헤~헤~. 그-렇수?」
아이자와는 싫증 낫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우리들은 유리쨩의 부모님을 찾지 않아도 되는 거냐?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유리쨩에게 부모님의 특징을 물어 보았다.
「저기…엄마는 무척 이뻐」
하고 답했다.
그거 왠지 부럽군.
우리 엄마는 단지 아줌마일 뿐.
「다른 특징은 없어?」
「저기, 그러니까…」
「어떤 것이든 좋아」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고 나서, 유리쨩은 입을 열었다.
「저기, …눈이 두 개고, 코가 하나…」
「……」
「입이 한 개고, 귀가 두 개 있고…」
「……」
「……그리고, 손가락은 5개, 머리카락은 많이 있어…」
「…이제 됐어. 고마워」
유리쨩의 필사의 발언으로, 부모님이 인간인 것은 판명되었다.
오옷, 뭔가 큰 발전이 아닌가!
……．
……．
……허무하군.
「앗!」
내가 어떡할지 머리속에서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유리쨩이 '다다닷'
달려가고 있었다.
「아빠! 엄마!」
그렇게 얘기하며, 유리쨩은 한쌍의 부부에게 다가갔다.
아마 부모님 이겠지.
……하지만.
「켁」
「컥」
나와 아이자와는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저, 저기 키타가와. 자, 자, 잠깐 산책이라도 하지 않겠나?」
「오, 오오, 마음이 맞지 않냐. 나, 나도 산책하려던 참이었다」
나와 아이자와는, 급히 어깨를 숙이며 걸어나갔다.
물론, 유리쨩들에게는 등을 향한 채로 말이다.
아마도 게걸음 같아서 부자연스럽겠지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마치 합의본 것 같이 행동하는 건, '들숨과 날숨' 같은 우정의 산물인거다.
「후에? 유이치상들, 어디에 가는 거예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쿠라타상.
「유리쨩의 부모님이 인사하고 싶데요」
「아 아니, 그..깊은 사정이 있어서……그렇지, 키타가와?」
「오옷, 그랬었지, 아이자와」
나와 아이자와가
쿠라타상에게 향한 바로 그 때……눈이 마주쳤다.
「끄아…」
「케엑…」
「아니, 혹시 거기에 있는 건 아이자와와 키타가와인가?」
그렇게 얘기한 사람은, 유리쨩의 아버지라는 인물이었다.
어째서, 그 아버지라는 인물이 우리의 이름을 알고 있는가 하면……
「……안녕하세요, 선생님」
나는 기운 빠진 소리로, 이시바시에게 인사를 했다.
그렇다, 이시바시 인 것이다.
유리쨩의 아버지라는 인물이, 이시바시 인 것이었다.
덧붙여 말하자면 이시바시는 우리들의 담임이었지만,
처자식이 있다는 건 몰랐었다.
「혹시 말입니다……선생님의 아이 인가요?」
「아아, 유리다. 자, 유리, 인사해야지」
이시바시에게 조금 등을 밀리는 듯한 느낌으로 유리쨩은 '꾸벅' 인사를
했다.
우-응, 아직 믿기가 어렵지만 아무래도, 정말로 이시바시의 딸인 듯
하다.
「그, 그럼, 우리들은 바빠서, 이만」
「야 기다려, 키타가와」
아이자와와 함께 이 장소를 뜨려고 했던 나의 등을 이시바시는 꽉 붙잡았다.
큭, 도망칠수 없는건가…….
「…응? 키타가와, 어째서 옷이 젖어 있는 거지?」
「여러 가지 깊은 사정이 있습니다만…」
「뭐 좋아, 그런데 키타가와 그리고 아이자와, 너희들은
내일
추가시험을 봐야 하지 않았던가?」
역시 이시바시, 다시는 듣기 싫은 일을 '팍'하고 물어 온다.
「예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곳에서 놀고 있을 시기인가…?」
「아, 아, 아하하하…」
왠지 멋쩍은 듯이 웃는 나.
옆을 보자 아이자와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기, 아빠… 오빠들을 괴롭히면 안돼」
유리쨩이 이시바시의 옷깃을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오오, 유리쨩. 우리들을 구해 주려는 건가!
마치 네가 어둠 속의 한줄기 희망의 빛 같이 보이는구나.
「응? 착한 아이군, 유리는... 하지만, 이것은 이 두 사람을
생각해서
말해주고 있는 거야」
「좋은 일이야…?」
「아아, 좋은 일이다」
기다려, 유리쨩 설득 당하면 안돼!
여기에선 단번에 밀어 붙여야 해!
그 못된 아버지의 야망을 부수지 않겠냐!
「그래요?, 그럼 괜찮아요」
희망은 꺼졌다…….
결국, 수족관까지 와서 이시바시의 설교를 듣게 되어 버렸다.
이시바시님, 즐길 때는 일은 제쳐두고 확실하게 즐기도록 하세요.
그렇게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나는 그 시간을 넘겼다…….
여담이지만, 이시바시의 부인은 무척 미인이었다.
뭐어, 그럭저럭 여러 가지 있었지만 즐기고 있는
동안 시간은 흘러,
우리들은 수족관에서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역앞에 왔을 때, 쿠라타상이 묘한 얘기를 했다.
「저기 마이, 한가지 부탁할 수 있을까?」
「……뭔데, 사유리?」
「여기에 오늘 저녁 재료가 써 있으니까 사다 주지 않을래?」
얘기하면서 쿠라타상은 카와스미상에게 작은 메모를 건냈다.
「사유리는…?」
「나는 잠깐 키타가와상과 일이 있어」
……허?
뭔데요?
「그러니까 마이는 유이치상과 사러 갔다 오지 않을래?
유이치상, 부탁해도 될까요?
「아, 응……별로 상관없지만…」
「다행이네요. 그럼 갈까요? 키타가와상」
「에? 에?」
내가 사태를 파악 못 하는 동안에 쿠라타상이 내 손을 잡고 달려갔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아이자와들과 떨어지게 되었다.
쿠라타상에게 손을 잡혀 달리고 있는 동안 사태는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저기, 쿠라타상. 설마 아이자와와 카와스미상을 신경
써주는 건가요?」
어느 정도, 아이자와들로부터 떨어지고 나서 나는
그렇게 쿠라타상에게 물어 보았다.
「아하하-ㅅ, 역시 알고 있었나요?」
「뭐어, 상당히 노골적이었으니까요」
「키타가와상, 미안해요, 폐를 끼쳤나요?」
「아뇨, 저는 전혀 상관없지만…」
거기까지 얘기하고 계속 얘기할지
조금 망설여졌다.
아이자와는 지금 미나세상과 사귀고 있다.
그러니까 아이자와와 카와스미상에게 신경써줘도, 결국은 카와스미상만
괴로운 추억으로 상처받는게 아닐까?
「왜그래요?」
「아니, 그……아무 것도 아니에요」
역시 말하는 건 관두자.
내가 이러쿵저러쿵 입밖에 낼 만한 얘기는 아니니까 말야.
「……사유리도 마이도, 유이치상에게 연인이 있는 건 알고
있어요」
「…에?」
「전에, 유이치상이 말해 주었어요」
나의 마음을 읽은 것 처럼, 쿠라타상은 말했다.
「그래도, 마이는 유이치상과 함께 있으면 즐거울 꺼라
사유리는 생각해요」
「……」
「왜냐하면, 유이치상은 사유리들의 소중한 친구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는 쿠라타상.
이 사람은 정말로 연상의 여성이구나.
하며, 갑자기 나는 실감해 버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유이치는 정말 행복한 녀석이군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금은 푸념같이 중얼거렸다.
석양만은 무척 아름다웠다.
「후에? 어째서요?」
「생각해 주는 사람이 많이 있으니까요. 아이자와 녀석은」
「키타가와상을 생각해 주는 사람도 있어요」
「그럼, 누가요?」
쿠라타상은 발을 멈추고, 조금은 내 얼굴을 관찰하듯 바라보았다.
「틀림없이, 세계 속의 누군가가 누군가를
서로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달아나듯이 '깡총' 뛰며 사유리상은 내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나서, 방읏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사유리에에게도 쭉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니까요」
쿠라타상의 목소리가 어딘가 슬픈 듯이, 그리고 자책적으로 들린 기분이
들었다.
뭐, 기분 탓이겠지.
쿠라타상은 언제나 미소를 짓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키타가와상을 생각해 주는 사람도 절대로 어딘가에
있어요」
「…그럴까요. 역시 선배군요, 말솜씨가 좋아요」
「아하하-ㅅ, 사유리로 괜찮다면 언제라도 상담상대가 되어
줄게요-ㅅ」
「그 때는, 부디 잘 부탁해요」
「예」
그리고, 잡담을 하면서 나와 쿠라타상은 각자의 귀로(歸路)로 향했다.
「……이렇게 된 거다. 미사카가 본
것은, 틀림없이
쿠라타상과 걷고 있을 때 일거다」
「뭐야아, 모처럼 키타가와군에게 봄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얘기하며 미사카는 즐거운 듯이 웃는다.
봄과 관계없는 남자라 미안하군……쳇.
나는 등에 저녁노을의 빛을 받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 저녁노을!?
딩,동,댕동.
하며,동시에 최종 하교시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귀에 날아 들어왔다.
「아아아아아아, 벌써 이런 시간인가」
「아, 아하하하……」
미안한 듯이 미사카가 쓴웃음을 지었다.
뭐, 시간을 계산 못하고 얘기를 한 내가 잘못이지만….
「내일, 추가시험인데, 공부 못 했군……」
「파이트, 야(ふぁいと，だよ…나유키 대사…-.-;)」
「미사카……캐러가 틀려」
「가벼운 농담으로 기운을 내게 하려고 생각해서야」
조금 부끄러운 듯이 미사카가 말한다.
미나세상은 어딘가 어긋나 있으니까, 확실히 흉내내면 부끄러울지도
모른다.
「미사카, 재미없어」
「시, 시끄러워. 이제, 돌아갈래」
생각해보면, 방과후에 둘이서 공부회를 하고 있는 구도는,
의미 깊은 것일지도 모르겠군……
한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미사카의 뒷모습을 보면서,
문득 머리에 그런 것이 스쳐지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