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타가와군 시리즈

시험인가! 키타가와군

(전편)

  「……이봐, 키타가와. 나는 사람의 가치를 시험 결과로
     결정할 순 없다고 생각해」
출석번호 1번인 아이자와가 시험 결과를 받고 나서, 나에게 그렇게 얘기한다.
아이자와는 점수가 안 좋다, 라고 쉽게 추측이 되었다. 틀림없이 낙제겠지.
  「아니, 틀려 아이자와. 인생은 시험지 한 장으로 크게 변하는 거다.
     시험으로 평가받게나~」
그렇게 얘기해 놓고 출석번호 13번인 나도, 선생님께 시험지를 받으러 갔다.
  ……………………．
  ……………………．
  ……………………．
  「아이자와, 전언철회(前言撤回)다. 이런 종이조각 한 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건, 정말이지 넌센스다」
  「…………. 어째서 의견이 180도 변하는 건지는 듣지 않도록 하지…」
그 마음 씀씀이는 무척이나 감사한다.
자백하자면, 나의 시험 점수는 장렬했다, 라는 것만 말해 주지.
  「그건 그렇고, 우리들은 이제부터 어떡할까?」
그래, 낙제점 득점자에게는 추가시험이라 하는 증오스러운 것이 존재하는 거다.
덧붙여 말하자면, 추가시험을 합격하지 못하면, 보습이라는 골치 아픈 것의
신세를 지게 되는 시스템이다.
나도 아이자와도 가능하면 보습은 피하고 싶은 것이다.
  「우-응, 생각해 보니, 우리들 앞에는 선택기가 3개 있다
         １. 모든 교사를 불행한 사고로 입원시킨다
         ２. 이 나라에 혁명을 일으킨다
         ３.

학교를 파괴하고 도망친다
     자, 어느것이 좋냐, 키타가와? 말하자면 나의 선택기는 2번이다」
  「４. 아이자와가 교장을 미인계로 유혹한다, 라는 건 없냐?」
  「있을 것 같냐!」
그거 아쉽군. 뭐.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장면인 건 확실하지만...
  「그럼, 나도 2번이려나. 일단 문부성*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역시 키타가와도 그렇게 생각했냐! 둘이서 현재의 교육제도를
     뒤집어엎지 않겠나!」
굳게 잡은 손을 교차시키는 우리들.
혁명을 향한 강한 의지는 충분하다 라는 것이다.
라지만…,
  「……어째서 '진지하게 추가시험 공부를 하자'는 선택기가 없는 거야?」
  「크으…」
  「큭…」
뒤쪽에서 날라온 현실론에, 강한 의지는 완전히 꺾여 버렸다.
뒤에 있던 사람은 미사카 카오리양 이었다.
학년 톱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미사카는, 공부 면에서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구름 위의 존재다.
  「저기 카오리, 잘 생각해 봐라. 나와 키타가와가 추가시험을 통과할 확률과,
     혁명을 성공시킬 확률 중 어느 쪽이 높다고 생각해? 그것을 고려해보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냐?」
……아이자와, 스스로 말하고도 비참하지 않냐?
미사카도 지친 듯이 머리를 누르고 있다.
  「……하아, 왠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 괜찮다면, 나와 나유키가 공부를
     가르쳐 주면…어때?」

「정말이냐?」
정직하게, 이 정도도 감지덕지 인 거다.
나와 아이자와는 바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공부회의 장소는 미나세상 집이 되었다.
이것저것 가르치면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잡담금지의 도서실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아이자와의 방에 책상을 모으고 모두 공부를 하고 있었다.
덧붙이자면 사와타리상과 츠키미야상도 낙제조였기 때문에 함께 공부회에
출석하게 되었다.
  「키타가와, 잠깐 여기에 성과 이름을 써 주지 않겠냐?」
  「앙? 뭐, 별로 상관없지만, 왜 쓰는 거냐?」
아이자와가 내민 한 장의 찢어진 노트에, 나는 자신의 이름을 썼다.
  「뭐, 신경 쓰지마」
그렇게 얘기하고 아이자와는 다시 진지하게 책상으로 향했다.
아이자와가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본 건, 정직하게 얘기해서 처음 본다.
이 녀석도 할 때는 하는 건가.
  「그런데, 미나세상의 어머니 아키코상, 대단히 젊고 아름다우시던데」
집중력이 떨어져 있던 나는 그렇게 얘기했다.
  「어라? 키타가와군은 우리 엄마를 보는 것이 처음이었어?」
미나세상이 답해 주었다.
아무래도, 여기에 있는 멤버 중 아키코상을 처음 만나는 건 나뿐인 듯 하다.
  「덧붙여 말하자면 키타가와, 아키코상은 성격도 젊어」
  「그러냐? 왠지 부럽군, 그런 어머니는…」
아키코상은 아이자와의 어머니의 동생인 듯 하다.
거기서 잠시 신경 쓰이던 걸 나는 아이자와에게 물어 보기로 했다.
  「아이자와, 너의 어머니, 혹시 나츠코상이 아니냐?」
  「뭔가 묘한 질문이군?」
  「왠지 모르게, 하

루코상, 나츠코상, 아키코상, 후유코상의 4인자매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근데, 정말은 어떻게 되냐?」
  「비밀이다」
아이자와는 장난기 있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성격 나쁜 놈, 조금 정도는 가르쳐 줘도 좋지 않냐.
  「이름 정도는 좋지 않을까. 내가 신경 쓰여서 밤에도 잠을 못 자게 되면
     어떻게 할거냐?」
  「크게 웃으며 너를 바보라 해주지」
  …………．
진짜로 그렇게 하겠지, 아이자와라면.
  「키타가와여, 내 어머니 이름은 신경 쓰지 마라. 세상 속에는 모르는 쪽이
     행복한 일도 있는 거다」
  「어머, 언니의 얘기인가요?」
  「우와앗! 아, 아키코상」
어느 사이에 아이자와의 옆에 아키코상이 있었다.
화사하게 미소 짓는 모습이, 정말로 생기가 넘치신다.
  「아니, 잠시 제 어머니의 성함 얘기를 하고 있어서……」
그래, 아키코상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무례하게 죄송합니다만 아키코상, 아키코상 누님의 성함을 알 수 없을까요?」
  「언니의 이름이요? ……그건, 비밀이에요」
방긋 미소짓는 아키코상이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세요. 키타가와상」
과거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질문을 했던 사람이 있었을까?
아키코상까지, 비밀주의였다.
우-음, 신경 쓰여. 정말로 나츠코상이 아닐까?
나의 속마음을 읽은 것일까, 아키코상은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다

.
  「아! 맞다, 너무 긴장하면 안될 거라 생각해서,
     가벼운 먹거리를 만들어 왔어요」
얘기하면서 아키코상은 샌드위치가 놓인 접시를 내놓으셨다.
햄 샌드위치랑 계란 샌드위치 등 실로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럼, 모두 열심히 하세요」
미소 지으며 방을 나가는 아키코상.
역시 무척이나 느낌 좋은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아키코상이 나가신 후에, 나는 바로 샌드위치에 손을 내밀었다.
  「그럼, 나는 빨리 먹어볼까나. 실은 배가 고팠거든」
  「정말이냐?, 키타가와. 그럼 이 샌드위치는 내 몫을 주지」
아이자와는 그렇게 얘기하고 샌드위치 한 개를 내 앞에 놓았다.
  「괜찮냐? 이야-, 그거 참 미안하군」
  「아, 키타가와군. 내 몫도 줄께」
  「내 것도 줄께」
  「내 것도」
  「마코토 것도」
  「어? 어? 어?」
정신이 들자, 눈앞에는 오렌지 쨈이 발라진 샌드위치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모두, 배가 고프지 않은 걸까?
모두의 태도에 조금 위하감을 느끼면서도, 나는 샌드위치를 한입 먹었다.
  「…………욱!」
…．
……．
………．
…………．
…………뭐, 뭐지, 이건?
…달지 않다……시지도 않다………하지만, 조금도 오렌지 맛은 아냐.
일찍이 체험했던 적이 없던 형용하기 어려운 맛이 입 속에 퍼지고

있다
……뭐라할까, '맛있다' 라든지 '맛없다' 라든가의 차원을 넘은 맛이다.
……먹는 음식인가, 이거?
차로 한번에 흘러 넘기며, 나는 어떻게든 그것을 위장에 집어 넣었다.
  「모두들, 나를 이지메 하는 건가……」
  「어? 무, 무슨 얘기일까나. 저기, 카오리?」
  「그래그래, 자잘한 일은 신경 쓰지 않는 쪽이 크게 되는 길이야, 키타가와군」
미나세상과 미사카는 「으-음」 하며 끄덕이고 있었다.
전혀, 자잘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건강에 관한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해.
  「축하해, 키타가와. 그 특제 쨈은 미나세가에 온 사람은 모두가 체험하는
     통과의례 같은 거다. 해냈군. 이걸로 너도 그 중의 한 명이다」
대체 뭐가 그 중의 한 명인 거냐.
그리고 통과의례 라기 보단, 근성을 시험하는 것 같군.
하지만, 이것이 말로만 듣던 특제 쨈이었나. 아이자와는 일주일씩이나
잘도 먹었군.(여름이다! 키타가와군 참조…;;;)
  「……그런데, 이거 재료는 대체 뭐지?」
먹어보니 정말로 재료를 추측조차 할 수 없었다.
  「실은, 우리들도 몰라」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에도 있었으니까……결국, 연대물이야.
     숙성이 되어 있을지도…」
숙성이라니, 와인이 아닌데…….
  「어쨌든 힘내서 전부 먹어줘, 키타가와. 배가 고프겠지?」
  「아니, 이미 정신적 쇼크로 배는 부르다. 아이자와, 너에게 전부 주지」
  「반품은 불가

다. 서약서에도 써 있고 말야」
  「뭐냐, 서약서라니? 나는 쓴 기억이 없는데」
  「봐라, 이거」
그렇게 얘기하고 아이자와는 한 장의 찢어진 노트를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좀 전에 쓴 나의 직필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고, 그 위에는
  「나는, 아이자와 유이치, 미나세 나유키, 미사카 카오리, 사와타리 마코토,
     츠키미야 아유, 이상 5명에게 주어진 쨈 샌드위치를 책임지고
     다 먹기를, 여기에 서약합니다」
라고, 아이자와의 글씨체로 써 있었다.
  「……어이, 이건?」
  「아키코상이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이런 일도 있을까 해서......작성해 놓았던 보람이 있군」
아, 유이치놈…….
아까부터 진지했던 건 공부가 아니었었군.
더할 나위 없는 악덕상인이 된 거군, 아이자와.
근데, 어-떡하지, 나는?
눈앞엔 오렌지색의 쨈이 발라진 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것만 전부 남기는 건, 아키코상에게 죄송하겠지……역시.
하지만, 전부 먹는 건 몸에 좋지 않겠군……절대.
………．
결론.
일단, 다른 샌드위치라도 먹을까.
  「어, 어라?」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손을 내미는데, 어느새 다른 샌드위치는
깨끗이 없어져 있었다.
  「미안하군 키타가와, 다른 샌드위치는 너의 몫까지 내가 먹어 버렸다.
     너는 특제 쨈이 발라진 샌드위치를 능

숙하게 해치워 줘」
「유이칫, 네 노오옴!」
확인범이군, 이 녀석.
결국, 차 1리터를 구사해서 나는 어떻게든 특제쨈이 발라진 샌드위치를 모두 먹었다.

……우윽.

(후편)

  「어머, 전부 먹어 주었군요. 기쁘네요」
잠시 후에 찾아 온 아키코상을 보고 있자, 아무리 봐도 악의가 있어서 특제쨈을
넣었다고는 생각 할 수 없다. 아키코상에게는 저것이 맛있다고 느껴지는 걸까?
  「아키코상, 키타가와가 특제 쨈을 바른 샌드위치를 무척 맛있어 했어요」
어이 이봐, 아이자와,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와아, 무척 기쁘네요. 키타가와군. 좀 더 가지고 올까요?」
  「아, 아뇨, 사양하겠습니다」
  「안타깝네요……」
정말로 안타까운 듯이 얘기하는 아키코상.
지금까지, 어지간히 특제쨈의 수요가 없었던 거겠지.
혹시 엄청난 인기가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공포스러울지도…
  「그런데, 이제부터 모두의 저녁 준비를 하겠지만, 먹고 싶은 것 있나요?」
  「그렇게 신경 써 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제 곧 돌아갈 참이니까요」
  「하지만, 여럿이 먹는 쪽이 떠들썩하고 즐거울 꺼라 생각해요」
미소를 짓는 아키코상.
뭐라 할까, 절대로 설득 당하게 되어 버리는 뭔가를 느낀다.
강하게 말한다면 모친의 위엄(威嚴)이란 것일까……하지만 위엄 같은 단어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아키코상은 부드러운 느낌을 가지고 있다.
…대단한 사람이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와아, 고마워요. 그런데, 키타가와군은 무엇을 좋아하나요?」
  「좀 전의 쨈 바른 샌드위치 이외라면, 뭐든지 좋아요」
이제, 그 특제 쨈은 두 번 다시 입에 넣고 싶지 않아.

  「…그럼, 햄버거 정도면 좋을까요?」
반대할 이유도 없어서, 나는 끄덕였다.
  「아, 엄마. 나도 도울게요」
  「저도 도울게요」
  「나도」
  「기다려!」
미나세상과 미사카에 이어서 말한 츠키미야상을 유이치가 막았다.
  「うぐぅ……유이치군, 왜?」
  「아유, 너 요리 할 수 있냐?」
  「할 수 있어, 요리는 특기야」
가슴을 '툭' 치는 츠키미야상.
요컨대 츠키미야상의 『특기』라는 건 본인의 주관에서 보는 것일 거다.
이 때쯤 되니, 왠지 모르게 그녀의 성격도 파악되고 있었다.
  「옛날,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바둑알 쿠키를 받은 기억이 있지만……」
  「うぐぅ…」
  「저런 저런, 아유쨩에게는 내가 가르쳐 줄게요」
차마 못 보겠던지, 아키코상이 츠키미야상에게 구조선을 보냈다.
  「정말요? 아키코상」
  「예에, 유이치상의 몫은 아유쨩 담당이에요」
  「응」
  「자, 잠깐 기다려 주세요, 아키코상!」
아이자와가 소릴 질렀지만, 그 때는 이미 아키코상들은 방에서 나간 뒤였다.

그리고, 문득 정신이 들었다.
방에는 나와 아이자와와 사와타리상 밖에 없다.
대체, 누가 우리들의 공부를 가르쳐 줄거지?
일단, 눈앞의 문제집을 향해 본다.
……무리다, 이거.
수학 문제가 마치 이국어의 암호로 보였다.
옆을 보니, 아이자와도 목을 갸우뚱거리고 있었고, 사와타리상은……자고 있다.
  「크아악, 이제 그만! 나유키랑 카오리가 없으니까 말야,
     ...멍하니 있지 말고 말을 해라!」
  「쳇, 나도 그만둔다」
아이자와와 나는, 『알 수 없어, 이해할 수 없어, 이제 필요 없어』의,
통칭 『3대 없어 이론』을 내세우며 공부를 방관했다.
  「그럼, 게임하자, 게임」
어느 사이에 일어났는지, 사와타리상이 TV게임을 시작하고 있었다.
  「……또냐. 너, 이 때쯤 되면 TV게임은 자제하지 그러냐」
  「하지만 재미있잖아」
  「마코토, 너도 나유키들을 본받아서 요리라도 거들면 어때?」
딸을 훈계하는 아버지나, 여동생에게 잔소리를 하는 오빠같은 아이자와였다.
  「마코토는 만드는 것 보다, 먹는 쪽이 좋아」
  「……뭐, 나도 그렇지만」
말하면서 아이자와도 게임 패드를 집는다. 정통파 격투 게임이라도 시작한 듯 하다.
'꺄아꺄아' 소리 지르며 플레이하는 사와타리상을 아이자와가 놀리면서, 그런
모습으로 둘은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우-웅, 역시 사이 좋은 자매 같군, 이 둘은…

  「……놀랍군, 확실히 먹는 음식이 아닌가!」
식탁에서 아이자와의 첫마디는 그거였다.
  「나도, 배우면 할 수 있어」
  「뭐, 'うぐぅ도 부추기면 나무에 오른다', 라는 건가」
  「うぐぅ. 이상한 얘기, 만들어 주지 않을 꺼야!」
츠키미야상은 입을 삐쭉 내밀며 그렇게 얘기했다.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나도 조금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
  「うぐぅ, 그런 얘기하는 유이치군은 요리 할 수 있어?」
  「나는 옛날, 컵 야키소바*의 물을 버리고 소스를 넣은 적이 있다.
     아마 키타가와 보다는 요리를 잘 할거야
으, 아이자와놈, 뭔 소리냐.
  「안됐군 아이자와, 나는 인스턴트 라면을 볶아서 야키소바를 만든 적이 있지」
  「나는 컵라면의 분말스프를 넣지 않고 먹은 적이 있어」
  「무르군 아이자와, 컵라면에 뜨거운 우유를 넣은 적이 있지」
  「무른 건 키타가와, 너다. 나는 식은 중화요리를 기대하며 컵라면에
     싸구려 음료수를 넣었다」
  「아이자와! 인스턴트 라면을 잘게 부수어서 밥에 비벼 먹은 적은 있냐!」
  「당연하지! 물론 물을 부어서 오챠즈케* 풍의 맛을 낸 적도 잊지 않고 있다!」
하얗게 불태우는 나와 아이자와.
  「저기, 키타가와군 아이자와군. 오십보 백보라는 얘기, 알고 있어?」
「………」
「………」
미사카의 의미 있는, 무척이나 정확한 지적에, 나와 아이자와는
한번에 침묵해 버렸다.

「변함없이 사이좋네. 두사람 다」
왠지 기쁜 듯한 미나세상 이었다.

그렇게 가볍게 주고받으면서 그럭저럭 저녁을 먹게 되었다.
저녁의 레파토리는, 화양절충*이란 느낌으로 실로 풍부했다.
양식으로는 햄버거, 참치샐러드, 소시지와 머쉬룸, 햄 카레소테* 등.
또 화식으로는 구워삶은 곤약*, 볶음 미역, 우엉 요리*, 등등.
덧붙여 말하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화식 쪽을 좋아한다.
뭐라 할까, 음식에 스며드는 양념 맛이 상당히 입에 맞는다고나 할까?
왠지 그리운 맛이라는 거다. '나의 기호', 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닭 가슴살 요리, 담백하고 맛있군」
  「어머, 고마워」
그렇게 답하는 건 미사카였다.
  「어? 이거, 미사카가 만든거야?」
  「그 '닭 가슴살 식초 절임' 말야? 아, 설마 놀랬어?」
  「아, 응」
왠지 무척이나 의외였다.
미사카가 소위 말하는 『어머니의 맛』 같은 요리를 만드는 것이…
  「저기 키타가와군,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화식 요리는 카오리가 만든 거야」
  「뭐, 나는 화식을 만드는 건 자신 있으니까…」
미나세상의 애기에 겸연쩍은 듯이 미사카가 말했다.
그렇다 해도, 미사카가 만든 여러 가지 화식은 실로 맛있었다.
아마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도와드리면서 배웠던 것일까?
문득, 미사카가 요리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사카는 좋은 아내가 될 타입이구먼, 응, 정말로 맛있어」
  「에…아…그, 그래. …고, 고마워」
왜 그러는지 미사카는 갑자기

곤란한 듯이 고개를 숙여 버렸다.
어라? 나, 뭔가 이상한 얘길 한 건가?
미나세상은 미사카의 모습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여럿이서 먹는 저녁은, 정말로 떠들썩하고 기쁘네요」
아키코상은 즐거운 듯이 그렇게 말했다.

밤에 돌아가는 길.
나와 미사카는 둘이서 걷고 있었다.
요컨대 츠키미야상은 밤길이 무서워서, 오늘은 미나세상 집에서 자는 듯 하다.
  「저기, 키타가와군. 오늘 확실히 공부했어?」
  「실은 그다지 하지 못했어. 뭐, 즐거웠지만」
나의 대답에 미사카는 「역시」 하며 작게 웃었다.
  「그건 그렇고 미사카, 그 특제 쨈의 재료는 정말로 뭐냐?」
  「아마도, 그건 아키코상 밖에 모를꺼야. 하지만, 그 쨈을 먹은 건
     키타가와군이 처음이야. 나는 한입만 먹고, 사양해 버렸어」
  「……나도 먹고 싶어서 먹은 건 아냐」
그리고 먹었다고 하기 보단, 강제로 위장에 쑤셔 넣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아이자와의 계략의 영향과, 남기면 아키코상에게 죄송하다는 마음이
먹을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틀림없이 두 번은 없다, 하고 싶지도 않다.
나의 지긋지긋해 하는 얼굴을 봤는지, 미사카가 옆에서 웃고 있었다.
  「저기, 미사카」
  「왜?」
  「……그, 내일도 말야, 또 공부 가르쳐 주지 않을래?」
  「응, 좋아. 그 대신, 추가시험은 절대로 합격해야해」
  「노력하지」
  「음, 좋아. 아, 벌써 거의 다 왔네. 나, 집 이쪽이야, 키타가와군은?」
미사카는 말하면서 갈림길로 몸을 향했다.
  「나는 반대편. 여기서 헤어지자, 그럼 내일 봐」
  「에……저기, 잊은 게 있어. 자, 이거, 아키코상이 키타가와군에게

   주는 선물인데…」
나는 미사카에게서 종이봉투를 받았다.
'덜그럭 덜그럭' 하며 그릇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마치 작은 쨈병이 부딪치는 것 같은…….
  「어, 어이. 이, 이거, 설마……」
  「후훗, 그럼, 내일 봐」
일방적으로, 단지 밝게 그것만을 말하며, 미사카는 기운차게 밤길을 달려갔다.
  「정말이지……어쩌지, 이거」
그렇게 얘기한 나의 입가에는, 아마도 미소를 띄우고 있을 거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