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이 흐르고 있는 시간
지나왔던, 지금의, 앞으로의 일까지도...
시간은 언제나 흘러가고 있다.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
따스한 공기가 느껴진다..
강한 햇살에 눈이 부신채,
좋은 날씨지..?.. 이 정도면...
부드러운 햇살과,
아직 차가움이 남아있는 바람이 섞여,
기분좋은 느낌을 만들고 있다.
이런 날을 "빵가루가 내리는 날" 이라고 하던가..?
뭐.. 달력상으로는 겨울이니까....
옥석이 깔려진 정원의 작은 길을 걸어가면서,
계절의 변화를 새삼느낀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현관"
걸음을 멈추고,
수년전에 봤던 풍경을 마음에 떠올리며
어두운 이미지에 상상을 펼친다.
".... 그리고 왼쪽은 체육관"
내가 가려는 곳도 그 쪽이다.
체육관 옆에 서서 우두커니 하늘을 바라본다.
1년만에 서보는 장소.....
"카와나? 카와나이지.....?"
생각지 못한 목소리.
그것은 일년만에 듣는 그리운 목소리였다.
"네.. 오랜만이예요 선생님"
"1년만이구나.."
"1년전의 졸업식 이후네요.."
"건강해보이는 구나"
"감사해요. 선생님은올해도 3학년 담임이세요?"
"솔직히.. 내키지는 않지만..."
"그러세요...?"
"슬프잖아. 제자들이 떠나는 것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지만은..."
"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이지..?"
"꼭.. 봐주어야 할 졸업생이 있어서요"
"후배....?"
"네. 제가 아니면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는,
조금 불쌍한 후배예요"
"어째서...?"
"행동이 나쁘니까...
약한 여자를 혼자 두고 어딘가로
떠나버리는 사람이거든요"
"그렇구나"
"정말.. 너무해요..."
"그런데 카와나. 머리모양을 바꿨네..?"
"아.. 거의티가 나지 않지만...
이상하지 않아요...?"
"아.. 괜찮아.. 잘 어울려"
"다행이예요~"
"그래도.. 졸업식에 참가하는 사람같진 않네.."
"그래요..?"
"애인을 만나러 간다거나 하는 사람 같은데...?"
"그..게 아니예요"
"카와나, 얼굴이 빨개졌어"
"서..선생님이 이상한 말을 하니까 그래요..."
신세졌던 선생님과의 재회.
그리고..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정확히 1년전 이 때, 나는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불안한 마음이 가득 차올라서,
내가 살아왔던 세계에서 떠나야만한다는 것에
알수 없는 공포를 느꼈었다.
"..... 졸업생. 1반. #### "
나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 졸업생. 4반. #### "
그런 나의 손을 잡고,
나를 바깥으로 이끌어준 존재가 있었다.
"..... 졸업생. 7반. #### "
그래서..
나는 돌아올수 있었다.
나의 세계...
절망감이 사라지지 않던 그때의 기분.....
나는 지금,
그것이 그대로 담겨있는 공간에 있다.
"..... 이상. 졸업생 365명"
틀려....
졸업생.. 오리하라 코우헤이....
그러니까... 366명...인거야.....
코우헤이군....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는구나...
그치만.. 나.. 알고 있으니까..
당신이 나를...보아주었던 것처럼...
나도.. 이 곳에서 코우헤이군을.. 보고 싶어...
하지만...역시... 오지 않은 것 같아.......
그래.. 코우헤이군...
축하해... 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역시.. 다음으로 미뤄야겠지...?
나.. 코우헤이군을 바라보며, 제대로 말해주고 싶어..
그러니까... 오늘은 하고 싶었던 말을 할게...
"고마워...... 코우헤이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
...
그치만...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미워해버릴거야....
졸업식이 끝나고..
나에게 있어 소중했던 하루도 끝났다.
마음속에 비어버린 구멍.
그것을 메꾸기 위해,
그리운 교정안으로 들어온다.
약속의 장소..
그곳으로 이끌리는 듯이 걸어가고 있다.
처음 마주쳤던 그곳...
딱딱하고 차가운 손잡이를 돌리고,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힘을 주어 열었다.
따뜻한 햇살에, 봄의 호흡을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곳....
봄의 산들바람에 씻겨져,
내 마음에 남았던 겨울이 떠내려간다.
하지만 .....
"... <내일은 맑음> 일까나...?"
아...
이 목소리...
갑자기 들려온, 따스한 음성.
알고있는, 낯익은 사람의 음성이다.
"그런가..."
좋아하는.. 사람의 음성..
"노을.... 예쁘지...?"
"65점 정도...?"
바로 곁에서, 그의 음성이 들린다.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다렸어....
나.. 그날부터... 쭈욱....코우헤이군을.....흑...."
"다녀왔어...."
"안돼.....인사는.. 좀더.. 힘있게...해야지..."
"다녀왔어.. 선배"
"어서와... 코우헤이군...!"
"...미사키 선배...."
"하하... 바보네.. 우리들....
아직.. 대낮인데... 노을...이라니....."
"응..."
"아이스크림... 다.. 녹아버렸어...."
"먹고 싶었는데.."
"코우헤이군.. 졸업식.. 땡땡이치면.. 안돼..."
"음... 조금 졸았었나...?"
"조금이 아니야...
..나.... 계속 기다렸어....
코우헤이군을 믿고.. 매일매일... 기다려왔어..
그런데....."
"..미안해..."
올려다 본 하늘의 빛은
어쩌면 한가지색에 불과한 것이었다.
선배의 따스함을,
좋아하는 사람의 온기를 느끼며......
"아...맞아..."
문득 생각난듯이, 고개를 들고 말한다.
"코우헤이군 앞에서.. 말하고 싶었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
그 사람과 함께.. 걸어간다...
지금까지의 작은 추억들이....
아주 많아질때까지......
살아가는 동안....
소중한 사람과.. 단 둘이서....
"코우헤이군... 졸업...축하해...."